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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젠더, 퀴어이론/에세이, 수필, 강연

[원문/현대국어해석] 나혜석 - 이혼고백서/이혼고백장

by 소하리바 2021. 9. 29.

목차

     

    나혜석은 신여성이었지만 그럼에도 글에서 시대상의 한계가 드러난다. 또한 당대에는 남성이 첩이나 기생을 얻어 놀아도 사회적 비난이 없어 나혜석이 상상한 ‘자유연애’의 개념이 현재와 다름을 함께 고려하며 읽어야 한다.

    본문

    나이 四十 五十에 갓가왓고 專門敎育을 밧앗고 남들의 容易히 할 수 업는 歐米 漫遊를 하엿고  後輩를 指導할만한 處地에 잇서서 그 人格을 統一치 못하고 그 生活을 統一치 못한 거슨 두 사람 自身은 勿論 붓그러워 할  아니라 一般 社會에 對하여서도 面目이 업스며 붓그럽고 謝罪하는 바외다.

    나이 사십 오십에 가까웠고 전문교육을 받았고 남들이 쉽게 잘 갈 수 없는 구미[각주:1]를 만유[각주:2]하였고 또 후배를 지도할 만한 처지에 있어서 그 인격을 통일하지 못하고 그 생활을 통일하지 못한 것은 두 사람 자신은 물론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 대하여서도 면목이 없으며 부끄럽고 사죄하는 바외다.


    靑邱氏!

    청구[각주:3] 씨!


    난생 처음으로 當하는 이 衝擊은 넘오 傷處가 甚하고 致命的입니다.

    난생 처음으로 당하는 이 충격은 너무 상처가 심하고 치명적입니다.


    悲嘆, 動哭, 焦燥, 煩悶 ― 爾來 이 一切의 軌路에서 生의 彷徨을 하면서 一便으로 深淵의 밋바닥에 던진 氏를 나는 다시 靑邱氏 ― 하고 부름니다.

    비탄, 동곡(動哭), 초조, 번민 이래 이 일체의 궤로(軌路)에서 생의 방황을 하면서 한 편으로 심연의 밑바닥에 던진 당신을 나는 다시 청구씨-하고 부릅니다.


    靑邱氏! 하고 부르는 내 눈에는 눈물이 긋득 차집니다. 이거슬 世上은 나를 「弱者야」하고 불를가요?

    청구씨! 하고 부르는 내 눈에는 눈물이 그득 차오릅니다. 이것을 세상은 나를 "약한 자야"하고 부를까요?


    날마다 當하고 지내든 氏와 나 사이는 깁히 理解하고 知悉하고 自負하든 우리 사이가 夢想에도 生覺지 안든 傷處의 運命의 經驗을 얻어케 現實의 事實노 알 수가 잇스릿가

    날마다 당하고 지내던 당신과 나 사이는 깊이 이해하고 지실[각주:4]하고 자부하던 우리 사이가 꿈에서도 생각지 않던 상처의 운명의 경험을 어떻게 현실의 사실로 알 수가 있으리까.


    모다가  모다가 惡夢 지난 悲劇을 나는 일부러 이러케 부르고 십흔 거시 나의 거짓 업는 眞情입니다.

    모두가, 꿈 모두가 악몽: 지난 비극을 나는 일부러 이렇게 부르고 싶은 것이 나의 거짓 없는 진정입니다.


    「善良한 남편」 적어도 당신과 나 사이에 過去 生活 軌路에 나타나는 姿勢가 아니오닛가 「善良한 남편」 事件 以來 얼마나 否定하려 하엿스나 結局 그러한 姿勢가 只今 傷處를 밧은 내 가슴속에 蘇生하는 靑邱氏입니다.

    ‘선량한 남편.’ 적어도 당신과 나 사이에 과거 생활 궤로에 나타나는 자세가 아니오리까. ‘선량한 남편.’ 사건 이래 얼마나 부정하려 하였으나 결국 그러한 자세가 지금 상처를 받은 내 가슴 속에 소생하는 청구 씨입니다.


    事件 以來 打擊을 밧은 내 가슴속에는 氏와 나 샤이 夫婦生活 十一年 동안의 印象과 追憶이 明滅해짐니다. 모든 거세 무엇 하나나 조곰도 不滿과 不平과 不安이 업섯든 것 아님니가. 氏의 日常의 어느 한가지나 妻인 내게 不審이나 不快를 가진 아모 것도 업섯든 것 아님니가? 저녁 면 辭退 時間에  도라오지 아니 하엿스며 내게나 어린애들에게 慈愛잇는 微笑를 는 氏이엿습니다. 煙草는 小量으로 피우나 酒量은 조곰도 업섯슴니다. 이 意味로 보면 氏는 世上에 듬은 「善良한 남편」이라고 아니 할 수 업나이다. 그런 남편인만치 나는 氏를 信任 아니할 수 업섯나이다. 아니  信任하엿섯슴니다. 그러한 氏가 숨은 半面에 무서운 斷決性 慘酷한 唾棄性이 包含해 잇슬 줄이야 누가 엔들 生覺하엿스리가 나를 反省할만한 나를 懺悔할만한 寸分의 틈과 寸分의 餘裕도 주지 아니한 氏가 아니엿슴닛가. 어리석은 나는 그래도 或 용서를 밧을가 하고 哀乞伏乞하지 아니 하엿는가.

    사건 이래 타격을 받은 내 가슴 속에는 당신과 나 사이 부부생활 11년 동안의 인상과 추억이 명멸(明滅)해집니다. 모든 것에 무엇 하나나 조금도 불만과 불평과 불안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당신의 일상의 어느 한 가지나 아내인 내게 불심이나 불쾌를 가진 아무 것도 없었던 것 아닙니까? 저녁 때면 사퇴 시간에 꼭꼭 돌아오지 아니하였으며 내게나 어린애들에게 자애 있는 미소를 띄는 당신이었습니다. 연초는 소량으로 피우나 주량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 의미로 보면 당신은 세상에 드문 "선량한 남편"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나이다. 그런 남편인 만큼 나는 당신을 신임하지 않을 수 없었나이다. 아니, 꼭 신임하였었습니다. 그러한 당신이, 숨은 다른 면으로 무서운 단결성, 참혹한 타기성(唾棄性)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누가 꿈엔들 생각하였으리까? 나를 반성할 만한, 나를 참회할 만한 조금의 틈과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아니한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어리석은 나는 그래도 혹 용서를 받을까 하고 애걸복걸하지 아니하였는가.


    未曾有의 不祥事 世上에 모든 信用을 일코 모든 公憤批難을 밧으며 父母親戚의 버림을 밧고 옛 조흔 親舊를 일흔 나는 勿論 不幸하려니와 이거슬 斷行한 氏에게도 悲嘆, 絶望이 不少할 거십니다.

    미증유[각주:5]의 불상사, 세상에 모든 신용을 잃고 모든 공분비난을 받으며 부모친척의 버림을 받고 옛 좋은 친구를 잃은 나는 물론 불행하려니와 이것을 단행한 당신에게도 비탄, 절망이 적지 않습니다.


    오직 나는 荒野에 헤메고 闇夜에 空寞을 바라고 自失하여 할 입니다.

    오직 나는 황야를 헤매고 암야에 공막(空寞)을 바라고 자실[각주:6]하여 할 뿐입니다.


    니는 두 손에 畵筆과 파렛트를 들고 暗黑을 向하야 가는 거신가. 그러치 안으면 光茫의 瞬間을 求함인가. 넘으 크고 넘어 重한 傷處의 衝擊을 밧은 내게는 刻々으로 切迫한 쓸々한 生命의 부르지짐을 듯고 울고 씨러지는 衝動으로 가삼이 터지는 것 갓사외다.

    떨리는 두 손에 화필과 팔레트를 들고 암흑을 향하여 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광망의 순간을 구함인가. 너무 크고 너무 중한 상처의 충격을 받은 내게는 각각으로 절박한 쓸쓸한 생명의 부르짖음을 듣고 울고 쓰러지는 충동으로 가슴이 터지는 것 같사외다.


    우리 두 사람의 結婚은 「거짓 結婚」이엿섯나 或은 彼此에 理解와 사랑으로 結合하면서 그 生活에 흐름을 라 우리 結婚은 「거짓」의 岐路에 러진 거시 아니엿는가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은 ‘거짓 결혼’이었었나, 혹은 피차에 이해와 사랑으로 결합하면서 그 생활의 흐름을 따라 우리 결혼은 ‘거짓’의 기로에 떨어진 것이 아니었는가.


    나는 구타라 우리 結婚 우리 生活을 「거짓」이라고 하고 십지안소. 그거슨 임의 結婚 當時에 모든 準備 모든 誓約이 成立되여 잇섯고 임의 그거슬 다 實行하여온 닭임니다.

    나는 구태여 우리 결혼, 우리 생활을 ‘거짓’이라고 하고 싶지 않소. 그것은 임의 결혼 당시에 모든 준비 모든 서약이 성립되어 있었고 임이 그것을 다 실행하여 온 까닭입니다.


    靑邱氏!

    청구 씨!


    光明과 暗黑을 다 일은 나는 이 空虛한 自失 狀態에서 停止하고 서서 한번 더 仔細히 內省할 必要가 잇다고 生覺함니다. 이와 갓치 念頭하난이 만치 나는 悲痛한 覺悟의 압헤 서 잇습니다. 世上의 모든 嘲笑, 叱責을 甘受하면서 이 十字架를 등지고 默々히 나아가랴 하나이다. 光明인지 闇黑인지 모르는 忍從과 絶對的 苦悶밋헤 흐르는 조용한 生命의 속삭임을 드르면서 한번 더 甦生으로 向하야 行進을 繼續할 決心이외다.

    광명과 암흑을 다 잃은 나는 이 공허한 자실 상태에서 정지하고 서서 한 번 더 자세히 내성[각주:7]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염두하는 이 만큼 비통한 각오의 앞에 서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조소, 질책을 감수하면서 이 십자가를 등지고 묵묵히 나아가려 하나이다. 광명인지 암흑인지 모르는 인종[각주:8]과 절대적 고민 밑에 흐르는 조용한 생명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한 번 더 소생으로 향하여 행진을 계속할 결심이외다.

     

    [원문/현대국어해석] 나혜석 - 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

    내가 여긔 쓰난 것은 佛蘭西人의 한 家庭을 紹介하고저 하난 것이다. 卽 내가 몸담어 잇든 집의 生活 狀態를 보고 늣긴대로 쓰고저 함니다. 내가 여기 쓰는 것은 프랑스인의 한 가정을 소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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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까지의 내력 (約婚까지의 來歷)

    발서 옛날 내가 十九 歲 되엿슬 일이외다. 約婚하엿든 愛人이 肺病으로 死去하엿습니다. 그  내 가슴의 傷處는 甚하야 一時 發狂이 되엿고 連하여 神經衰弱이 漫性에 達하엿섯습니다. 그해 여름 放學에 東京에서 나는 歸鄕하엿섯나이다. 그 우리 男兄을 차자 나를 보러 兼々하야 우리 집 사랑에 손님으로 온 이가 氏이엿습니다. 氏는 그 喪妻한 지 임의 三年이 되든 해라 매오 孤獨한 이엿습니다. 나는 사랑에서 족하 과 놀다가 氏과  마조쳣습니다. 이 機會를 타서 男兄이 인사를 식혓습니다. 氏는 며칠 後 京城으로 가서 내게 長札을 보내엿습니다.

    벌써 옛날 19세가 되었을 때의 일이외다. 약혼하였던 애인이 폐병으로 죽어 세상을 떴습니다. 그때 내 가슴의 상처는 심하여 일시 발광이 되었고 이어서 신경쇠약이 만성에 달하였었습니다. 그해 여름방학에 동경에서 나는 귀향하였었나이다. 그때 우리 오라비를 찾아 나를 보려 겸겸하여 우리 집 사랑에 손님으로 온 이가 그였습니다. 그는 그때 아내를 잃은 지 임의 3년이 되던 해라 매우 고독한 때였습니다. 나는 사랑에서 조카딸과 놀다가 당신과 딱 마주쳤습니다. 이 기회를 타서 오라비가 인사를 시켰습니다. 그는 며칠 후 경성으로 가서 내게 사연이 긴 편지를 보내었습니다.


    率直하고 熱情으로 써 잇섯습니다. 爲先 自己 環境과 心身의 孤獨으로 娶妻하여야겟고 그 相對者가 되여주기를 바란다는 거시엇사외다. 나는 勿論 答하지 아니 햇습니다. 내게는 그만한 마음의 餘裕가 업섯든 거시외다.

    솔직하고, 열정으로 써 있었습니다. 우선, 자기 환경과 심신의 고독으로 아내를 얻어야겠고 그 상대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사외다. 나는 물론 답하지 아니했습니다. 내게는 그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외다.


    두 번 편지가  왓습니다. 나는 간단히 답장을 하엿습니다. 몃칠 後에 그난  나려왓습니다. 패이나플과 果實을 사 가지고. 나는 이번에는 보지 아니 하엿습니다. 氏는 本鄕으로 내려가면서 東京갈  편지 하여달나고 하엿습니다. 그 後 내가 東京을 갈 無意識的으로 葉書를 하엿습니다. 밤中 大阪을 지날  왼 四方 帽子 쓴 學生이 인사를 하엿습니다. 나는 알아보지를 못 하엿든 거시외다. 京都지 갓치 와서 나는 同行 四五人이 잇서 直行하엿습니다. 東京 東大久保에서 同行과 갓치 自炊 生活을 할 이외다.

    두 번째 편지가 또 왔습니다. 나는 간단히 답장을 하였습니다. 며칠 후에 그는 또 내려왔습니다. 파인애플과 과실을 사 가지고. 나는 이번에는 보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는 본향으로 내려가면서 동경 갈 때 편지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후 내가 동경을 갈 때 무의식적으로 엽서를 하였습니다. 밤중 오사카를 지날 때 웬 사방모자[각주:9] 쓴 학생이 인사를 하였습니다. 나는 알아보지를 못하였던 것이외다. 도읍까지 같이 와서 나는 동행 네다섯 명이 있어 직행하였습니다. 동경 동대구보에서 동행과 같이 자취생활을 할 때이외다.


    氏는 土産ハツ橋를 사들고 차자 왓습니다. 氏는 東京帝大 靑年會 雄辯大會에 演士로 왓섯습니다. 낫에는 반드시 내 冊床에서 草稿를 해 가지고 저녁 면 도라가서 반드시 편지를 하엿습니다. 어느 날 밤 도라갈 이엿습니다. 電車 停留場에서 내가 손을 내밀엇습니다. 氏는 겁게 握手를 하고 因하야 갓가온 수풀노 가지고 하더니 거긔서 하나님 感謝하다는 祈禱를 올니엿습니다. 이와 갓치 氏의 片紙, 氏의 말, 氏의 行動은 理性을 超越한 感情 이엿고 熱이엿사외다. 나는 이 熱을 밧을 마다 깃벗섯습니다. 不知不覺 中 그 熱 속에 녹어 드러가는 感이 生겻나이다. 이와 갓치 氏는 京都 나는 東京에 잇스면서 一日에 一次式을 나오기도 하고 或 散步하다가 巡査에게 注意도 밧고 或 토를 타고 一日의 愉快함을 지낸 일도 잇고 雪景을 차자 旅行한 일도 잇섯습니다. 이러케 六年 間 는 동안 氏는 몃 번이나 婚姻을 督促한 일이 잇섯습니다. 그러나 나는 斷行하고 십지 아니 하엿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남이 알 수 업난 마음 한편 구석에 남은 傷處의 자리가 아직 암을지 아니 하엿슴이오. 하나는 氏의 사랑이 理性을 超越한이만치 無條件的 사랑 卽 理性 本能에 지나지 아닌 사랑이오. 나라는 一個性에 對한 理解가 잇슬가 하는 疑心이 生긴 것이외다. 그리하야 本能的 사랑이라 할진대 나 外에 다른 女性이라도 無關할 거시오. 何必 나를 要求할 必要가 업슬듯 生覺든 거시엇슴니다. 全 人類 中 何必 너는 나를 求하고 나는 너를  지으랴 하는 대는 네가 내게 업서々는 아니되고 내가 네게 업서々는 아니 될 무엇 하나를 차자 엇지 못하는 以上 그 結婚生活은 永久치 못할 거시오. 幸福지 못하리라난 거슬 나는 일즉이 다랏든 거시엿슴니다. 그러타고 나는 그를 놋키 실혓고 氏는 나를 놋치 아니 하엿슴니다. 다만 斷行을 못할 름이엿슴니다. 그리다가 兩便 親戚들의 勸誘와 밋 自己 責任上 擇日을 하야 結婚한 거시엇슴니다.

    그는 선물로 염통을 사들고 찾아왔습니다. 그는 동경제대 청년회 웅변대회에 연사로 왔었습니다. 낮에는 반드시 내 책상에서 초고를 해 가지고 저녁 때면 돌아가서 반드시 편지를 하였습니다. 어느 날 밤 돌아갈 때였습니다. 전차 정류장에서 내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뜨겁게 악수를 하고 이어 가까운 수풀로 가자고 하더니 거기서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와 같이 그의 편지, 그의 말, 그의 행동은 이성을 초월한 감정뿐이었고 열뿐이었사외다. 나는 이 열을 받을 때마다 기뻤었습니다. 부지불각 중 그 열 속에 녹아들어가는 감이 생겼나이다. 이와 같이 그는 도읍, 나는 동경에 있으면서 하루에 일차식(一次式)을 나오기도 하고 가끔 산보하다가 순사에게 주의도 받고 가끔 보트를 타고 하루의 유쾌함을 지낸 일도 있고 설경(雪景)을 찾아 여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6년 간을 끄는 동안 그는 몇 번이나 혼인을 독촉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단행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남이 알 수 없는 마음 한 편 구석에 남은 상처의 자리가 아직 아물지 아니하였음이오, 하나는 그의 사랑을 이성을 초월한 만큼 무조건적 사랑, 즉 이성 본능에 지나지 않은 사랑이오, 나라는 하나의 개성에 대한 이해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 것이외다. 그리하여 본능적 사랑이라 할진대 나 외에 다른 여성이라도 (사랑의 대상으로) 무관할 것이오, 하필 나를 요구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습니다. 전 인류 중 하필 너는 나를 (아내로) 구하고 나는 너를 짝지으려 하는 데에는 네가 내게 없어서는 아니되고 내가 네게 없어서는 아니될 무엇 하나를 찾아 얻지 못하는 이상, 그 결혼생활은 영구하지 못할 것이오 행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일찍이 깨달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느 그를 놓기는 싫었고 그는 나를 놓지 아니하였습니다. 다만 단행을 못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양편 친척들의 권유 및 자기 책임상 택일을 하여 결혼한 것이었습니다.


    그 내가 要求하는 條件은 이러하얏슴니다.

    그때 내가 요구하는 조건은 이러하였습니다.

    • 一生을 두고 只今과 갓치 나를 사랑해 주시오.
      일생을 두고 지금과 같이 나를 사랑해 주시오.
    • 그림 그리는 거슬 妨害하지 마시오.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마시오.
    • 시어머니와 前室 과는 別居케 하여주시오.
      시어머니와, 전처의 딸과는 별거하게 해 주시오.

    氏는 無條件하고 應諾하엿슴니다. 나의 要求하는 대로 新婚旅行으로 窮村僻山에 잇는 죽은 愛人의 墓를 차자 주엇고 石碑지 세워 준 거슨 내 一生을 두고 잇치지 못할 事實이외다. 如何튼 氏는 나를 全生命으로 사랑하엿든 거슨 確實한 事實일 거십니다.

    그는 무조건하고 응낙하였습니다. 내가 요구하는 대로 신혼여행으로 궁촌벽산(窮村僻山)에 있는 죽은 애인의 묘를 찾아주었고 석비까지 세워준 것은 내 일생을 두고 잊히지 못할 사실이외다. 여하튼 그는 나를 전생명으로 사랑하였던 것은 확실한 사실일 것입니다.

    십일년간 부부생활 (十一年間 夫婦生活)

    京城서 三年 間 安東縣에서 六年 間 東萊에서 一年 間 歐米에서 一年 半 동안 夫婦生活을 하는 동안  하나 아들 셋 所生 四男妹를 엇게 되엿슴니다. 辯護士로 外交官으로 遊覽客으로 아들 工夫로 父로 畵家로 妻로 母로 며누리로 이 生活에서 저 生活로 저 生活에서 이 生活노 충々々 는 生活을 하게 되엿슴니다. 經濟上 裕餘하얏고 하고저 하는 바를 다 해왓고 努力한 바가 다 成就되엿슴니다. 이만하면 幸福스러운 生活이라고 할만 하엿슴니다. 氏의 性格은 어대지든지 理智를 난 感情的이어서 一寸의 압길을 預想치 못하엿슴니다. 나는 좀더 社會人으로 主婦로 사람답게 잘 살고 십헛슴니다. 그리함에는 經濟도 必要하고 時間도 必要하고 努力도 필요하고 勤勉도 必要하엿슴니다. 不敏한 點이 不少하엿스나 動機는 사람답게 잘 살자는 건방진 理想이 리가 여지지 안는 닭이엿습니다. 험으로 夫婦間 衝突이 生긴 뒤는 반드시 아해가 하나式 生겻습니다.

    경성에서 3년 간, 안동현에서 6년 간, 동래에서 1년 간, 구미에서 1년 반 동안 부부생활을 하는 동안 딸 하나 아들 셋 4남매를 얻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로, 외교관으로, 유람객으로, 아들 공부로, 아비로, 화가로, 아내로, 어미로, 며느리로 이 생활에서 저 생활로, 저 생활에서 이 생활로 껑충껑충 뛰는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상 모자라지 않고 넉넉하였고 하고자 하는 바를 다 해왔고 노력한 바가 다 성취되었습니다. 이만하면 행복스러운 생활이라고 할 만하였습니다. 그의 성격은 어디까지든지 이지(理智)를 떠난 감정적이어서 바로 앞길을 예상치 못하였습니다. 나는 좀더 사회인으로 주부로 사람답게 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함에는 경제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고 근면도 필요하였습니다. 어리석고 둔하여 민첩하지 못한 점이 적지 않았으나 동기는 사람답게 잘 살자는 건방진 이상이 뿌리가 뽑히지 않는 까닭이었습니다. 부부간 충돌이 생긴 뒤는 반드시 아이가 하나씩 생겼습니다.

     

    [원문/현대국어해석] 나혜석 - 파리에서 본 것 느낀 것

    내가 巴里에 있을 적 일이다. 내가 파리에 있을 적 일이다. 主人집에서 친구 哲學博士를 主賓으로 여러 사람을 招待하였었다. 約 二時間 食事하난 동안에 主客間에 對話가 一分도 치지 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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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로서 화가 생활 (主婦로서 畵家 生活)

    내가 出品한 作品이 特選이 되고 入賞이 될  氏는 나와 갓치 깃버해 주엇습니다. 모든 사람은 나의게 남편 잘둔 德이라고 稱頌이 자々하엿습니다. 나는 滿足하엿고 깃벗섯나이다.

    내가 출품한 작품이 특선이 되고 입상이 될 때 그는 나와 똑같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나에게 남편을 잘 둔 덕이라고 칭송이 자자하였습니다. 나는 만족하였고 기뻤었나이다.


    周圍 사람 밋 남편의 理解도 必要하거니와 理解하도록 하는 거시 必要하외다. 모든 거세 出發點은 다 自我에게 잇는 거시외다. 한집 살님사리를 敏捷하게 해노코 남은 時間을 利用하는 거슬 反對할 사람은 업슬 거시외다. 나는 결코 가사 決코 家事를 범연히 하고 그림을 그려온 일은 업섯습니다. 내몸에 비단옷을 입어본 일이 업섯고 一分이라도 노라본 일이 업섯습니다. 그럼으로 내게 第一 貴重한 거시 돈과 時間이엿습니다. 只今 生覺건대 내게서 家庭의 幸福을 가저간 者는 내 藝術이 아닌가 십습니다. 그러나 이 藝術이 업고는 感情을 幸福하게 해줄 아모 것이 업섯든 닭입니다.

    주위 사람 및 남편의 이해도 필요하거니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외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다 자아에게 있는 것이외다. 한 집 살림살이를 민첩하게 해 놓고 남은 시간을 이용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외다. 나는 결코 가사를 범연[각주:10]히 하고 그림을 그려온 일은 없었습니다. 내 몸에 비단옷을 입어 본 일이 없었고 1분이라도 놀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으로, 내게 제일 귀중한 것이 돈과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건대 내게서 가정의 행복을 가져간 자는 내 예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 예술이 없고는 감정을 행복하게 해줄 아무 것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구미만유 (歐米漫遊)

    歐米漫遊를 向하게 해준 後援者 中에는 氏의 成功을 비는 거슨 勿論이오 나의 成功을 비는 者도 잇섯슴니다. 그리하야 우리의 歐米漫遊는 意外에 쉬운 일이엇습니다. 사람은 하나를 더 보면 더 본 이만치 自己生活이 伸長해지난 거시오 豊富해지난 거시외다. 漫遊한 後 에 氏는 政治觀이 生기고 나는 人生觀이 多少 整頓이 되엿노이다.

    구미만유를 향하게 해준 후원자 중에는 그의 성공을 비는 것은 물론이오 나의 성공을 비는 자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구미만유는 이외로 쉬운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하나를 더 보면 더 본 만큼 자기 생활이 신장되는 것이오 풍부해지는 것이외다. 만유한 후에 그는 정치관이 생기고 나는 인생관이 다소 정돈되었나이다.


    一, 사람은 얻어케 살아야 조흘가.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東洋 사람이 西洋을 憧憬하고 西洋人의 生活을 부러워하는 反面에 西洋을 가보면 그들은 東洋을 憧憬하고 東洋사람의 生活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면 누구든지 自己 生活에 滿足하는 者는 업사외다. 오직 그 마음 하나 먹기에 달닌 것 이외다. 돈을 만히 벌고 知識을 만히 쌋고 事業을 만히 하는 中에 要領을 獲得하야 그 마음에 滿足을 늣기게 되는 거시외다. 卽 사람과 事物 사이에 神의 往來를 볼   滿足을 늣기게 되난 거시외다.

    동양 사람이 서양을 동경하고 서양인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반면에 서양에 가보면 그들은 동양을 동경하고 동양 사람의 생활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면 누구든지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 자는 없사외다. 오직 그 마음 하나 먹기에 달린 것뿐이외다. 돈을 많이 벌고 지식을 많이 쌓고 사업을 많이 하는 중에 요령을 획득하여 그 마음에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외다. 즉 사람과 사물 사이에 신의 왕래를 볼 때뿐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외다.


    二, 夫婦間에 엇더케 하면 和合하게 살 수 잇슬가

    둘째,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화합하게 살 수 있을까.


    一 個性과 他 個性이 合한 以上 自己만 固執할 수 업난 거시외다. 다만 克己를 잇지마는 거시 要點입니다. 그러고 夫婦生活에는 三時期가 잇난 것 갓사외다. 第一 戀愛時期의 에는 相對者의 缺點이 보일 餘暇업시 長處만 보입니다. 다 善化 美化할 름입니다. 第二 倦怠 時期 結婚하야 三四 年이 되도록 子女가 生하야 倦怠를 잇게 아니한다면 倦怠症이 甚하여집니다. 相對者의 缺點이 눈에 우고 실증이 나기 시작됩니다. 統計를 보면 이  結婚 數가 가장 만습니다. 第三 理解時期 임의 夫나 妻가 彼此에 缺點을 알고 長處도 아는 동안 情誼가 깁허지고 새로온 사랑이 生겨 그 缺點을 눈감아 내리고 그 長處를 助長하고 십흘 거시외다. 夫婦 사이가 이 되면 무슨 障碍物이 잇든지 날수 업게 될 거시외다. 이에 비로소 美와 善이 나타나는 거시오. 夫婦生活의 意義가 잇슬 거십니다.

    하나의 개성과 다른 개성이 합한 이상 자기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외다. 다만 극기[각주:11]를 잊지 않는 것이 요점입니다. 그러고 부부생활에는 세 시기가 있는 것 같사외다. 제1, 연애시기의 때에는 상대자의 결점이 보일 틈이 없이 좋은 부분만 보입니다. 다 선화, 미화할 따름입니다. 제2, 권태 시기에 결혼하여 삼사 년이 되도록 자녀가 태어나 권태를 잊게 아니한다면 권태증이 심해집니다. 상대자의 결점이 눈에 띄고 싫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통계를 보면 이때 결혼 수가 가장 많습니다. 제3, 이해 시기에는 임의 부나 처가 피차에 결점을 알고 좋은 부분도 아는 동안 정의[각주:12]가 깊어지고 새로운 사랑이 생겨 그 결점을 눈감아 내리고 그 좋은 부분을 조장하고 싶을 것이외다. 부부 사이가 이쯤 되면 무슨 장애물이 있든지 떠날 수 없게 될 것이외다. 이에 비로소 미와 선이 나타나는 것이오, 부부생활의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三, 歐米 女子의 地位는 엇더한가.

    셋째, 구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가.


    歐米의 一般 精神은 클 것 보다 적은 거슬 尊重히 역임니다. 强한 것보다 弱한 거슬 앗겨줌니다. 어느 會合에든지 女子 업시는 中心點이 업고 氣分이 調和되지 못함니다. 一 社會에 主人公이오. 一 家庭에 女王이오 一 個人의 主體이외다. 그거슨 所謂 크고 强한 男子가 擁護함으로  아니라 女子 自體가 그만치 偉大한 魅力을 가짐이오 神秘性을 가진 거심니다. 그럼으로 새삼스러이 平等 自由를 要求할거시 아니라 本來 平等 自由가 俱存해 잇는 거시외다. 우리 東洋 女子는 그거슬 오직 自覺치 못한 것 이외다. 우리 女性의 힘은 偉大한 거시외다. 文明해지면 해질사록 그 文明을 支配할 者는 오직 우리 女性들이외다.

    구미의 일반 정신은 클 것보다 적은 것을 존중하여 여깁니다. 강한 것보다 약한 것을 아껴줍니다. 어느 회합에든지 여자 없이는 중심점이 없고 기분이 조화되지 못합니다. 한 사회의 주인공이오, 한 가정의 여왕이오, 한 개인의 주체이외다. 그것은 소위 크고 강한 남자가 옹호함으로써가 아니라 여자 자체가 그만큼 위대한 매력을 가짐이오, 신비성을 가진 것입니다. 그럼으로 새삼스러이 평등, 자유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본래 평등, 자유가 다 살아 있는 것이외다. 우리 동양 여자는 그것을 오직 자각하지 못한 것뿐이외다. 우리 여성의 힘은 위대한 것이외다. 문명해지면 해질수록 그 문명을 지배할 자는 오직 우리 여성들이외다.


    四, 그 外의 要點은 무어신가 상이다.

    넷째, 그 외의 요점은 무엇인가, 데생이다.


    그 상은 輪廓 의 意味가 아니라 칼나 卽 色彩 하모니 卽 調子를 兼用한 것이외다. 그럼으로 상이 確實하게 한 모델을 能히 그릴 수 잇난 거시 及其 一生의 일이 되고 맘니다.

    그 데생은 윤곽뿐의 의미가 아니라 컬러, 즉 색채 하모니, 즉 조자(調子)를 겸용한 것이외다. 그럼으로 데생이 확실하게 한 모델을 능히 그릴 수 있는 것이 급기야 일생의 일이 되고 맙니다.


    無識하나마 以上 四個 問題를 多少 解決하게 되엿습니다. 그럼으로 나의 生活 目錄이 只今붓허 展開되난 듯 십헛고 出發點이 일노부터 되리라고 生覺하엿습니다. 라서 理想도 크고 具體的 考案도 잇섯습니다. 何如間 前道를 無限이 樂觀하엿스나 果然 엇더한 結果를 맷게 되엿는지 스々로 붓그러워 마지 아는 바외다.

    무식하나마 이상 4개 문제를 다소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나의 생활 목록이 지금부터 전개되는 듯싶었고 출발점이 이로부터 되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상도 크고 구체적 고안도 있었습니다. 하여간 앞길을 무한히 낙관하였으나 과연 어떠한 결과를 맺게 되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 마지않은 바외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대립적 생활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對立的 生活)

    結婚 後 一年間 시어머니와 同居하다가 철 업시 사러가는 젊은 內外에 將來를 保障하기 爲하야 故鄕인 東萊로 내려가서 집을 작만하고 每朔 보내난 돈을 節約하야 마지기를 작만하고 게섯슴니다. 그의 오직 所願은 아들 며누리가 늘게 故鄕에 도라와 親戚들을 울을 삼고 살나함이오 自己가 분々錢々이 모은 財産을 아버지업시 길니운 아들에게 遺産하는 거시외다. 그리하야 이 財産이란 거슨 三人이 合同하야 모은 거시외다(얼마되지 안으나) 한사람은 벌고 한사람은 節約하야 보내고 한사람은 모아서 산 거시외다. 그리하야 두 집 살님이 물샐 틈업시 이고 滋味스러웟사외다. 이러케 和樂한 家庭에 波亂을 일으키는 일이 生겻사외다.

    결혼 후 1년간 시어머니와 동거하다가 철없이 살러 가는 젊은 내외의 장래를 보장하기 위하여 고향인 동래로 내려가서 집을 장만하고 매달 보내는 돈을 절약하여 땅마지기를 장만하고 계셨습니다. 그의 오직 소원은 아들과 며느리가 늙게 고향에 돌아와 친척들을 울[각주:13]을 삼고 살라 함이오, 자기가 분분전전 모은 재산을 아버지 없이 기른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외다. 그리하여 이 재산이란 것은 3인이 합동하여 모은 것이외다. (얼마 되지 않으나) 한 사람은 벌고 한 사람은 절약하여 보내고 한 사람은 모아서 산 것이외다. 그리하여 두 집 살림이 물샐 틈 없이 째고 자미[각주:14]스러웠사외다. 이렇게 화락한 가정에 파란을 일으키는 일이 생겼사외다.


    우리가 歐米漫遊하고 도라온지 一朔만에 셋재 偲三寸이 他地方에서 農事 짓든 거슬 집어치고 一分 準備업시 長足下되는 큰宅 卽 우리를 밋고 故鄕을 차자 도라온 거시외다. 어안이 벙々한지 몃칠이 못되여 둘재 偲三寸이  다섯 食口를 데리고 왓슴니다. 歸家 後 就職도 아니된 라 도읍지도 못하고 보자니 하고 實노 亂處한 處地이엿사외다. 할 수 업시 三寸 두 분은 一年間 아래 방에 뫼시고 四寸들은 다 各々 就職케 하엿슴니다. 이러고 보니 近親間 自然 적은 말이 늘어지고 업난 말이 生기々 시작하게 되엿고 큰 事件은 朝夕이 업는 四寸 아들을 아모 預算업시 高等學校에 入學을 식이고 그 學資는 우리가 맛게 된 거시외다.

    우리가 구미를 만유하고 돌아온 지 한 달만에 셋째 시삼촌이 다른 지방에서 농사짓던 것을 집어치우고 조금의 준비도 없이 장족하(長足下)되는 큰집, 즉 우리를 믿고 고향을 찾아 돌아온 것이외다. 어안이 벙벙한 지 며칠이 못 되어 둘째 시삼촌이 또 다섯 식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취직도 아니된 때라 돕지도 못하고, 보자니 딱하고, 실로 난처한 처지였사외다. 할 수 없이 삼촌 두 분은 1년간 아랫방에 모시고 사촌들은 다 각각 취직하게 하였습니다. 이러고 보니 근친 간 자연히 적은 말이 늘어지고 없는 말이 생기기 시작하게 되었고, 큰 사건은 조석(朝夕)이 없는 사촌아들을 아무 예산 없이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그 학비는 우리가 맡게 된 것이외다.


    漫遊 後에 感想談 드르러 京鄕 各處로붓허 오는 知人 親舊를 待接하기에도 넉々지 못하엿다.

    만유 후의 감상담을 들으러 서울이고 지방에서 각 지방으로부터 오는 지인 친구를 대접하기에도 넉넉하지 못하였다.


    업는 거슬 잇는 체 하고 지내난 거슨 虛榮이나 出世 方針上 避치 못할 社交이엇사외다. 이거슬 理解해줄 그들이 아니엇사외다. 나는 不得已 남편이 就職할 동안 一年間만 停學하여 달나고 要求하엿사외다. 三寸은 大發怒發 하엿사외다. 이러자니 돈이 업고 저러자니 인심 일코 實로 엇절 길이 업섯나이다.

    없는 것을 있는 체하고 지내는 것은 허영이나, 출세 방침상 피치 못할 사교였사외다. 이것을 이해해 줄 그들이 아니었사외다. 나는 부득이 남편이 취직할 동안 1년 간만 정학해 달라고 요구하였사외다. 삼촌은 노발대발하였사외다. 이러자니 돈이 없고, 인심 잃고, 실로 어쩔 길이 없었나이다.


    에 氏는 外務省에서 總督府 事務官으로 가라난 거슬 실타하고 電報를 두번이나 拒絶하고(官吏하라고) 固執을 부려 辯護士 開業을 시작하고 京城 어느 旅舘客이 되어서 입분 妓生 돈 만흔 갈보들의 誘惑을 밧으면서 내가 某氏에게 보낸 片紙가 口實이 되여 이 料理집 저 親舊에게 離婚 意思를 公開하며 다니든 이엿슴니다. 動機에 아모 罪 업는 나는 方今 서울에 離婚說이 公開된 줄도 모르고 氏의 분을 더 돗앗스니 「一寸의 압길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 千痴 바보야. 나종 일을 엇지 하랴고 學資를 맛핫느냐」 하엿사외다.

    때에 그는 외무성에서 총독부 사무관으로 가라는 것을 싫다고 하고 전보를 두 번이나 거절하고 (관리하라고) 고집을 부려 변호사 개업을 시작하고 경성 어느 여관객이 되어서 예쁜 기생, 돈 많은 매춘부들의 유혹을 받으면서 내가 어떤 양반에게 보낸 편지가 구실이 되어 이 요릿집[각주:15] 저 친구에게 이혼 의사를 공개하며 다니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된 동기에 아무 죄 없는 나는 방금 서울에 이혼설이 공개된 줄도 모르고 그의 화를 더 돋구었으니 “조금의 앞길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 천치 바보야, 나중 일을 어찌하려고 학비를 떠맡았느냐” 하였사외다.


    우리 집 살님사리에 間接으로 全權을 가진 者가 잇스니 즉 시누이외다. 모든 일에 시어머니에 코취 노릇을 할  아니라 심지어 서울서 온 손님과 海雲臺를 갓다 오면 내일은 반드시 시어머니가 업는 돈을 박々 글거서라도 갓다옴니다. 모다가 내 不德의 所産이라 하겟스나 남보다 만히 배운 나로서 人情인들 남만 못하랴마 는 우리의 이 逆境에서 이러나기에는 아모 餘裕가 업섯든 닭이엿사외다.

    우리 집 살림살이에 간접적으로 전권을 가진 자가 있으니 즉 시누이외다. 모든 일에 시어머니의 코치(coach) 노릇을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울서 온 손님과 해운대를 갔다 오면 내일은 반드시 시어머니가 없는 돈을 박박 긁어서라도 갔다 옵니다. 모두가 내 부덕의 소산이라 하겠으나 남보다 많이 배운 나로서 인정인들 남만 못하랴만은 우리의 이 역경에서 일어나기에는 아무 여유가 없었던 까닭이었사외다.


    내가 歐米漫遊에서 도라오난 길에 여러 親戚 親舊들에게 土産物을 多少 샤가지고 왓슴니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시누이며 其外 近親에게는 사가지고 오지 아니 하엿슴니다.

    내가 구미를 만유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러 친척 친구들에게 토산물을 다소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시누이며 그 외 근친들에게는 사 가지고 오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는 내가 放心하엿다는 것보다 그들에게 適當한 物件이 업섯든 거시외다. 本國 와서 사듸리려고 한거시 흐지부지한 거시외다. 佛蘭西에서 오는 짐 두 짝이 모다 포스타와 繪葉書와 레콧트와 畵具 인 거슬 볼  그들은 섭々히 역이고 비우순 거시외다. 實노 사는 世上은 갓흐나 마음 세상이 달느고 하니 苦로온 일이 만핫슴니다. 일노 因하야 시어머니와 시누이에 感情이 말하지 안는 中에 間隔이 生긴 거시외다.

    이는 내가 방심하였다는 것보단 그들에게 적당한 물건이 없었던 것이외다. 본국 와서 사 드리려고 한 것이 흐지부지된 것이외다. 프랑스에서 오는 짐 두 짝이 모두 포스터와 그림엽서와 레코드와 화구뿐인 것을 볼 때 그들은 섭섭하게 여기고 비웃은 것이외다. 실로 사는 세상은 같으나 마음 세상이 다르고 하니 괴로운 일이 많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감정이, 말하지 않는 중에 간격이 생긴 것이외다.


    氏의 同復 男妹가 三男妹이다. 누이 둘이 잇스니 하나는 千痴요 하나는 只今 말하는 시누이니 過度히 々하야 빈틈 업시 일 處理를 하는 女子외다. 靑春 寡婦로 再嫁하엿스나 一點 血肉 업시 어대서 나아 온  하나를 金枝玉葉으로 養育할 이오. 남은 情은 어머니와 오래비에 쏫으니 錢々分分이 모은 돈도 오래비를 爲함이라 그리하야 될 수 잇는 대로 오래비와 故鄕에서 갓가이 살다가 餘生을 맛치려 함이엇사외다. 어느 내가 「나는 東萊가 실혀요. 암만해도 서울 가서 살아야겟서요」 하엿사외다. 以上에 여러 가지를 모아 오래비댁은 어머니 不孝오 親戚에 不睦이오 故鄕을 실혀하는 달 사람이라고 結論이 된 것시외다. 이거시 어느 機會에 나타나 離婚說에 補助가 될 줄 하나님 外에 누가 알앗스랴. 果然 좁은 女子 感情이란 무서운 거시오. 그거슬 짐작지 못하고 넘어가는 男子는 限업시 어리석은 거시외다.

    그의 동복 남매가 삼남매이다. 누이 둘이 있으니, 하나는 천치요 하나는 지금 말하는 시누이니, 과도하게 똑똑하여 빈틈 없이 일처리를 하는 여지외다. 청춘 과부로 재가하였으나 혈육 하나 없이 어디서 낳아 온 딸 하나를 금지옥엽으로 양육할 뿐이오. 남은 정은 어머니와 오라비에게 쏟으니 전전분분 모은 돈도 오라비를 위함이라, 그리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오라비와 고향에서 가까이 살다가 여생을 마치려 함이었사외다. 어느 때 내가 “나는 동래가 싫어요. 암만 해도 서울 가서 살아야겠어요.” 하였사외다. 이상에 여러 가지를 모아 오라비 댁은 어머니께 불효요 친천에 불목[각주:16]이오 고향을 싫어하는 달뜬 사람이라고 결론이 된 것이외다. 이것이 어느 기회에 나타나 이혼설에 보조가 될 줄은, 하나님 외에 누가 알았으랴? 과연 좁은 여자 감정이란 무서운 것이오. 그것을 짐작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남자는 한 없이 어리석은 것이외다.


    一家庭에 主婦가 둘이어서 시어머니는 내 살님이라 하고 며누리는 로 預算이 잇고 시누이가 干涉을 하고 살님하는 마누라가 사실을 하고 前後左右에는 兄弟 親戚이 와글와글하니 多情치 못하고 약지도 못하고 돈도 업고 方針도 업고 나이도 어리고 舊習에 단연도 업는 一個 主婦의 處地가 亂處하엿사외다. 사람은 外形은 다 갓흐나 그 內幕이 얼마나 複雜하며 理性 外[외]에 感情의 움지김이 얼마나 얼키설키 얽매엿는가.

    한 가정에 주부가 둘이어서 시어머니는 내 살림이라 하고 며느리는 따로 예산이 있고 시누이가 간섭을 하고 살림하는 마누라가 꾀사실을 하고 전후좌우에는 형제 친척이 와글와글하니, 다정치 못하고, 약지도 못하고, 돈도 없고, 방침도 없고, 나이도 어리고, 구습[각주:17]에 단연도 없는 일개 주부의 처지가 난처하였사외다. 사람은 외형은 다 같으나 그 내막이 얼마나 복잡하며 이성 외에 감정의 움직임이 얼마나 얽히고설켜 얽매였는가.

    C와 관계 (C와 關係)

    C[각주:18]의 名聲은 일즉붓허 드럿스나 初對面하기는 巴里이엇사외다. 그를 對接하랴고 料理를 하고 잇는 나에게 「안녕합쇼」하는 初 인사는 有心이도 힘이 잇는 말이엇사외다. 以來 夫君은 獨逸노 가서 잇고 C와 나는 佛語를 모르난 關係上 通辯을 두고 언제든지 三人이 同伴하야 食堂, 劇場, 船遊 市外 求景을 다니며 놀앗사외다. 그리하야 過去之事, 現時事, 將來之事를 論하는 中에 共鳴되는 點이 만핫고 서로 理解하게 되엿사외다. 그는 伊太利 求景을 하고 나보다 몬저 巴里를 나 獨逸노 갓사외다. 其 外 콜논에서 다시 맛낫사외다. 내가 그 이런 말을 하엿나이다. 「나는 公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내 남편과 離婚은 아니 하럅니다」 그는 내 등을 々  듸리며 「과연 당신의 할말이오. 나는 그 말에 만족하오」 하엿사외다. 나는 제네바에서 어느 故國 親舊에게 「다른 男子나 女子와 조와 지내면 反面으로 自己 남편이나 안해와 더 잘 지낼 수 잇지요」 하엿슴니다. 그는 共鳴하엿슴니다. 이와 갓흔 生覺이 잇는 거슨 必竟 自己가 自己를 속이고 마는 거신 줄은 모르나 나는 決코 내 남편을 속이고 다른 男子 卽 C를 사랑하랴고 하는 거슨 아니엇나이다. 오히려 男便에게 情이 두터워지리라고 밋엇사외다. 歐米 一般 男女 夫婦 사이에 이러한 公然한 秘密이 잇는 거슬 보고  잇난 거시 當然한 일이오 中心되는 本夫나 本妻를 엇지 안는 範圍 內에 行動은 罪도 아니오 失守도 아니라 가장 進步된 사람에게 맛당히 잇서야만할 感情이라고 生覺합니다. 그럼으로 이러한 事實을 判明할 는 우서두는 거시 수요 일부러 일홈을 지을 必要가 업는 거시외다. 발잔이 生覺납니다. 어린 족하들이 배곱하서 못견대는 거슬 참아볼 수 업서서 이웃집에 가  한 조각 집은 거시 原因으로 前後 十九年이나 監獄 出入을 하게 되엿사외다. 그 動機는 얼마나 아람다웟든가 道德이 잇고 法律이 잇서 그의 良心을 속이지 아니 하엿는가 原因과 結果가 로々々 나지 아니 하난가. 이 道德과 法律노 하야 怨痛한 죽음이 오작 만흐며 怨恨을 품은 者가 얼마나 잇슬가.

    C의 명성은 일찍부터 들었으나 처음 대면한 것은 파리에서였사외다. 그를 대접하려고 요리를 하고 있는 나에게 “안녕합쇼” 하는 첫인사는 속뜻이 있게도 힘이 있는 말이었사외다. 이래 부군은 독일로 가서 있고 C와 나는 불어를 모르는 관계상 통역사를 두고 언제든지 (통역사까지) 3인이 동반하여 식당, 극장, 선유 시외 구경을 다니며 놀았사외다. 그리하여 과거지사, 현시사, 장래지사를 논하는 중에 공명되는 점이 많았고 서로 이해하게 되었사외다. 그는 이탈리아 구경을 하고 나보다 먼저 파리를 떠나 독일로 갔사외다. 그 외 콜론에서 다시 만났사외다. 내가 그때 이런 말을 하였나이다. “나는 공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내 남편과 이혼은 아니하렵니다.” 그는 내 등을 뚝뚝 두드리며 “과연 당신이 할 말이오. 나는 그 말에 만족하오.” 하였사외다. 나는 제네바에서 어느 고국 친구에게 “다른 남자나 여자와 좋아하며 지내면 반면으로 자기 남편이나 아내와 더 잘 지낼 수 있지요.” 하였습니다. 그는 공명[각주:19]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이 있는 것은 필경 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마는 것인 줄은 모르나 나는 결코 내 남편을 속이고 다른 남자 즉 C를 사랑하려 하는 것은 아니었나이다. 오히려 남편에게 정이 두터워지리라고 믿었사외다. 구미 일반 남녀 부부 사이에 이러한 공연한 비밀이 있는 것을 보고 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오 중심 되는 본 남편이나 본처를 얻지 않는 범위 내의 행동은 죄도 아니오 실수도 아니라 가장 진보된 사람에게 마땅히 있어야만 할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으로 이러한 사실을 판명할 때는 웃어두는 것이 수요, 일부러 이름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외다. 장 발장이 생각납니다. 어린 조카들이 배고파서 못 견디는 것을 참아볼 수 없어서 이웃집에 가 빵 한 조각을 집은 것이 원인으로 전후 19년이나 감옥 출입을 하게 되었사외다. 그 동기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도덕이 있고 법률이 있어 그의 양심을 속이지 아니하였는가. 원인과 결과가 따로따로 나지 아니하는가. 이 도덕과 법률로 하여 원통한 죽음이 오죽 많으며 원한을 품은 자가 얼마나 있을까.

    가운은 역경에 (家運은 逆境에)

    所謂 官吏 生活할  多少 餘裕 잇든 거슨 故鄕에 집 짓고  사고 歐米 漫遊時 二萬餘圓을 썻스며 恩賜金으로 二千圓 밧은 거시 辯護士 開業費用에 다 드러가고 收入은 一分업고 不景氣는 날로 甚酷해젓슴니다. 아모 方針업서 내가 職業 戰線에 나서난 수밧게 업시 되엿사외다. 그러나 運命의 魔는 이 길지 막고 잇섯습니다. 歸國 後 八個月만에 心身過勞로 하야 衰弱해젓슴니다. 그러고 내 舞臺는 京城이외다. 經濟上 關係로 서울에 살님을 차릴 수 업게 되엿사외다.  어린 것들을 나고 살님을 제치고 날 수 업사외다. 작 못하게 危機 切迫한 가온대서 마음만 조리고 잇슬  이엇나이다. 萬一 이 젓먹이 어린 것만 업고 就職만 되어 生計를 할 수 잇섯드면 우리의 압헤 이러한 悲劇이 가로 걸치지를 아니 할 거시외다. 이  일이엇사외다. 所謂 片紙 事件이외다. 나를 도아줄 사람은 C밧게 업슬 이엿사외다. 그리하야 무어슬 하나 經營해 보랴고 좀 내려오라고 한 거시외다. 그러고 다시 차자 사괴기를 바란다고 한 거시외다. 그거시 中間 惡漢輩들의 誤傳으로 「내 平生을 당신에게 맛기오」가 되여 氏의 大怒를 산 거시외다. 나의 말을 밋는다는 것보다 그들의 말을 밋을만치 夫婦의 情誼는 기우러젓고 氏의 마음은 變하기를 시작하엿사외다.

    소위 관리생활할 때 다소 여유있던 것은 고향이 집 짓고 땅 사고 구미를 만유할 때 2만여 원을 썼으며 은사금[각주:20]으로 2천 원 받은 것이 변호사 개업 비용으로 다 들어가고 수입은 하나도 없고 불경기는 날로 심혹해졌습니다. 아무 방침이 없어 내가 직업전선에 나서는 수밖에 없이 되었사외다. 그러나 운명의 마는 이 길까지 막고 있었습니다. 귀국 후 8개월 만에 심신과로로 인해 쇠약해졌습니다. 그러고 내 무대는 경성이외다. 경제상의 관계는 서울에 살림을 차릴 수 없게 되었사외다. 또 어린 것들을 떠나고 살림을 제치고 떠날 수 없사외다. 꼼짝 못하게 위기 절박한 가운데서 마음만 졸이고 있을 뿐이었나이다. 만일 이때 젖먹이 어린 것만 업고 취직만 되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면 우리의 앞에 이러한 비극이 가로 걸치지를 아니할 것이외다. 이때 일이었사외다. 소위 편지 사건이외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C밖에 없을 뿐이었사외다. 그리하여 무엇을 하나 경영해 보려고 좀 내려오라고 한 것이외다. 그러고 다시 찾아 사귀기를 바란다고 한 것이외다. 그것이 중간 악한배들이 사실과 다르게 전하여 “내 평생을 당신에게 맡기오”가 되어 그의 대노를 산 것이외다. 나의 말을 믿는다는 것보다 그들의 말을 믿을 만큼이나 부부의 정의는 기울어졌고 그의 마음은 변하기를 시작하였사외다.


    朝鮮에도 生存 競爭이 甚하고 弱肉强食이 甚하여젓슴니다. 게다가 남의 잘못되난 거슬 잘 되난 것보다 조와하는 심사를 가진 사람들이라 임의 氏의 입으로 離婚을 宣傳 해노코 片紙 事件이 잇고하야 일 업시 남의 말노만 從事하는 惡漢輩들은 그짓 게집을 데리고 사너냐고 하고 천치 바보라 하야 치욕을 加하엿다. 그 中에는 有力한 코취자 구룹이 三 四人 잇서々 所謂 思想家的 見地로 보아 나를 혼자 살도록 해보고 십흔 好奇心으로 離婚을 强勸하고 後補者를 엇어주고 前後 考案을 여주엇나이다. 그들의 心思에는 一家庭의 破裂 어린이들의 前道를 同情하는 人情味보다 離婚 後에 나와 C의 關係가 엇지 되는가를 求景하고 십헛고 억세고 줄기찬 한 계집년의 前道가 慘酷이 되난 거슬 演劇 求景 갓치 하고 십흔거시엇사외다. 自己의 幸福은 自己밧게 모르는 同時에 自己의 不幸도 自己 밧게 모르는 거시외다. 이 사람 저사람에게 離婚의 意思를 무러보고 十年 間 同居하든 옛날 愛妻의 缺點을 發露 식히난 것도 普通 사람의 行爲라 할 수 업거니와 해라해라하는 추김에 놀아 決心이 굿어저가는 것도 普通 사람의 行爲라 할 수 업는 거시외다.

    조선에도 생존경쟁이 심하고 약육강식이 심해졌습니다. 게다가 남이 잘못되는 것을 잘 되는 것보다 좋아하는 심사를 가진 사람들이라 임의 그의 입으로 이혼을 선전해 놓고 편지 사건이 있고 하여, 일 없이 남의 말로만 종사하는 악한배들은 (김우영에게) 그까짓 계집을 데리고 사느냐고 하고 천치 바보라 하여 치욕을 가하였다. 그 중에는 유력한 코치 그룹이 서너 명 있어서 소위 사상가적 견지로 보아 나를 혼자 살도록 해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이혼을 강권하고 후보자를 얻어 주고 전후 고안을 꾸며주었나이다. 그들의 심사에는 한 가정의 파열과 어린이들의 앞날을 동정하는 인정미보다, 이혼 후에 나와 C의 관계가 어찌되는가를 구경하고 싶었고 억세고 줄기찬 한 계집년의 앞날이 참혹해지는 것을 연극을 구경하듯 하고 싶은 것이었사외다. 자기의 행복은 자기밖에 모르는 동시에 자기의 불행도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외다. 이 사람 저 살마에게 이혼의 의사를 물어보고 10년 간 동거하던 옛날 사랑하던 처의 결점을 발로[각주:21]시키는 것도 보통 사람의 행위라 할 수 없거니와 해라, 해라, 하는 추김에 놀아 결심이 굳어져 가는 것도 보통 사람의 행위라 할 수 없는 것이외다.


    如何間 氏의 一家가 悲運에 處한 同時에 氏 一身의 逆境이 絶頂에 達하엿사외다. 事件이 잇스나 돈 업서々 着手치 못하고 旅舘에 잇서 三 四朔 宿泊料를 못내니 朝夕으로 主人 對할 面目업고 社會 側에서는 離婚說노 批難이 자々하니 行勢할 體面 업고 性格上으로 判斷力이 不足하니 事物에 躊躇되고 氏의 兩가 불숙 나오도록 말느고 눈이 쑥 드러가도록 밤에 잠을 못자고 煩悶하엿사외다. 氏는 잠 아니 오난 밤에 곰々이 生覺하엿사외다 . 爲先 嫉妬에 바처오르는 忿함은 얼골을 불게 하엿사외다. 그러고 自己가 自己를 生覺하고  世上 맛을 본 結果 돈벌기처럼 어려운 거시 업는 줄 알앗사외다. 安東縣 時節에 濫用하든 거시 後悔나고 안해가 그림 그리랴고 畵具 산 거시 앗가워젓나이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배 도대를 바람을 여 달면 바람을 라 다라나는 것 갓치 그 根本 生覺을 다난대로 모든 生覺은 다 그 便으로 向하야 다라나는 거시외다. 氏가 그러케 生覺할사록 一時도 그 女子를 自己 안해 名義로 두고 십지안은 感情이 불과 갓치 이러낫사외다. 同時에 그는 自己 親舊 一人이 妓生 서방으로 놀고 便히 먹는 거슬 보앗사외다. 이것도 自己 逆境에서 다시 살니는 한 方策으로 生覺햇슬  離婚說이 公開되니 여긔저긔 돈 잇는 갈보들이 後補되기를 請願하는 者가 만하 그 中에서 하나를 取하엿든 거시외다. 는 안해에게 離婚請求를 하고 萬一 承諾치 아니면 姦通罪로 告訴를 하겟다고 威脅을 하는 이엇사외다. 아아, 男性은 平時 無事할 는 女性의 밧치는 愛情을 充分히 享樂하면서 한번 法律이라든가 體面이란 形式的 束縛을 밧으면 昨日지의 放恣하고 享樂하든 自己 몸을 도리켜 今日의 君子가 되여 점잔을 는 卑怯者요 橫暴者가 아닌가 우리 女性은 모다 이러나 男性을 呪詛하고저 하노라.

    여하간 그의 일가가 비운에 처한 동시에 그의 일신의 역경이 절정에 달하였사외다. 사건이 있으나 돈 없어서 착수하지 못하고 여관에 있어 서너 달 숙박료를 못 내니 아침저녁으로 주인을 대할 면목이 없고 사회 측에서는 이혼설로 비난이 자자하니 행세할 체면 없고 성격상으로 판단력이 부족하니 사물에 주저되고 그의 양 뺨의 뼈가 불쑥 나오도록 마르고 눈이 쑥 들어가도록 밤에 잠을 못 자고 번민하였사외다. 그는 잠 아니 오는 밤에 곰곰이 생각하였사외다. 우선 질투에 받쳐 오르는 분함은 얼굴을 붉게 하였사외다. 그러고 자기가 자기를 생각하고 또 세상 맛을 본 결과 돈벌기처럼 어려운 것이 없는 줄 알았사외다. 안동현(安東縣) 시절에 마구 쓰던 것이 후회가 되고, 아내가 그림을 그리려고 화구를 산 것이 아까워졌나이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배 돛대를 바람을 끼여 달면 바람을 따라 달아나는 것처럼 그 근본 생각을 다는 대로 모든 생각은 다 그 편으로 항하여 달아나는 것이외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수록 일시도 그 여자를 자기 아내 명의로 두고 싶지 않은 감정이 불과 같이 일어났사외다. 동시에 그는 자기 친구 한 명이 기생 서방으로 놀고 편히 먹는 것을 보았사외다. 이것도 자기 역경에서 다시 살리는 한 방책으로 생각했을 때 이혼설이 공개되니 여기저기 돈 있는 매춘부들이 후보 되기를 청원하는 자가 많아 그 중에서 하나를 취하였던 것이외다. 때는 아내에게 이혼청구를 하고 만일 승낙하지 않으면 간통죄로 고소를 하겠다고 위협을 하는 때였사외다. 아아, 남성은 평시 무사할 때는 여성이 바치는 애정을 충분히 향락하면서, 한 번 법률이라든가 체면이란 형식적 속박을 받으면 그날까지의 방자하고 향락하던 자기 몸을 돌이켜 오늘의 군자가 되어 점잔을 빼는 비겁자요, 횡포자가 아닌가. 우리 여성은 모두 이러는 남성을 저주하고자 하노라.

    이혼 (離婚)

    나는 아해들올 다리고 東萊 잇섯슬 외다. 京城에 잇는 氏가 到着한다는 電報가 왓슴니다. 나는 大門 밧지 出迎하엿사외다. 氏는 나를 보고 反目 不見으로 실즉함니다. 그의 顔色은 蒼白하엿고 눈은 드러갓섯나이다. 나는 작 놀낫사외다. 그러고 무슨 不祥事가 잇는 듯하야 가삼이 두군거렷나이다. 氏는 거는방으로 가더니 나를 부름니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래에 있었을 때외다. 경성에 있는 그가 도착했다는 전보가 왔습니다. 나는 대문 밖까지 마중을 나갔사외다. 그는 나를 보고 반목(反目) 불견(不見)으로 실쭉합니다. 그의 안색은 창백하였고 눈은 들어갔었나이다. 나는 깜짝 놀랐사외다. 그리고 무슨 불상사가 있는 듯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나이다. 그는 건넌방으로 가더니 나를 부릅니다.


    「여보 이리 좀 오」

    “여보, 이리 좀 오오.”


    나는 건너갓사외다. 아모 말 업시 그의 눈치만 보고 안젓섯사외다.

    나는 건너갔사외다. 아무 말 없이 그의 눈치만 보고 앉았었사외다.


    「여보 우리 離婚합시다」

    “여보, 우리 이혼합시다.”


    「그게 무슨 소리요 별안간에」

    “그게 무슨 소리요, 별안간에.”


    「당신이 C에게 편지하지 안앗소」

    “당신이 C에게 편지하지 않았소?”


    「햇소」

    “했소.”


    「‘내 平生을 바치오’하고 편지 안햇소?」

    “‘내 평생을 바치오’ 하고 편지 안 했소?”


    「그러치 아니 햇소」

    “그러지 않았소.”


    「왜 그짓말을 해 何如間 離婚해」

    “왜 거짓말을 해, 하여간 이혼해.”


    그는 부등々々 내 장 속에 느엇든 重要 文書及 保險券을 내서 各其 논하 가지고 안방으로 가서 自己 어머니에게 맷김니다.

    그는 부등부등 내 장 속에 넣었던 중요 문서급 보험권을 꺼내서 각기 나눠 가지고 안방으로 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맡깁니다.


    「얘 고모어머니 오시래라 三寸 오시래라」

    “얘, 고모어머니 오시라 해라. 삼촌 오시라 해라.”


    未久에 하나式 둘式 모혀드럿슴니다.

    오래지 않아 하나씩 둘씩 모여들었습니다.


    「나는 리혼을 하겟소이다」

    “나는 이혼을 하겠소이다.”


    「얘 그게 무슨 소리냐 어린 것들은 엇재고」

    “얘, 그게 무슨 소리냐? 어린 것들은 어쩌고?”


    어제 京城서 미리 온 편지를 보고 病席처럼 하고 누어잇든 시어머니난 만류하엿사외다.

    어제 경성에서 미리 온 편지를 보고 병석처럼 하고 누워 있던 시어머니는 만류하였사외다.


    「어 그 사람 쓸대업는 소리」

    “어, 그 사람 쓸데없는 소리.”


    兄은 말하엿사외다.

    형은 말하였사외다.


    「형님 그게 무슨 소리요」

    “형님, 그게 무슨 소리요.”


    「서방질하난 것하고 엇지 살아요」

    “서방질하는 것하고 어찌 살아요.”


    一同은 잠々하엿다.

    일동은 잠잠하였다.


    「리혼 못하게 하면 나는 죽겟소」

    “이혼 못하게 하면 나는 죽겠소.”


    이 一同은 머리를 한데 모고 소곤소곤 하엿소이다. 시누이가 주장이 되여 일이 決定되나이다.

    이때 일동은 머리를 한데 모으고 소곤소곤하였소이다. 시누이가 주장이 되어 일이 결정되나이다.


    「네 마음대로 하라 어머니에게도 不孝요 친척에게도 불목이란다」

    “네 마음대로 해라. 어머니에게도 불효요, 친척에게도 불목이란다.”


    나는 坐中에 여드럿슴니다.

    나는 좌중에 끼어들었습니다.


    「하고 섭흐면 합세다. 이러니저리니 여러 말 할 것도 업고 업는 허물을 잡어낼 것도 업소 그러나 이 집은 내가 짓고 그림 판 돈도 드럿고 돈 버는대 혼자 버럿다고도 할 수 업스니 全財産을 半分합세다」

    “하고 싶으면 합시다. 이러니저러니 여러 말 할 것도 없고 허물을 잡아낼 것도 없소. 그러나 이 집은 내가 짓고 그림 판 돈도 들었고 돈 버는데 혼자 벌었다고도 할 수 없으니 전재산을 반분합시다.”


    「이 財産은 내 財産이 아니다. 다 어머니 것이다」

    “이 재산은 내 재산이 아니다. 다 어머니 것이다.”


    「누구는 산송장인 줄 아오 주기 실탄 말이지」

    “누구는 산송장인 줄 아오? 주기 싫단 말이지.”


    「罪 잇는 게집이 무슨 々으로」

    “죄 있는 계집이 무슨 뻔뻔으로?”


    「罪가 무슨 罪야 맨드니 罪지!」

    “죄가 무슨 죄야, 만드니 죄지!”


    「이것만 줄 거시니 팔아가지고 가거라」

    “이것만 줄 것이니 팔아 가지고 가거라.”


    氏는 논문서 한장 約 五百圓 假量 價格되난 거슬 내어준다.

    그는 논문서 한 장 약 오백원 가량 되는 것을 내어준다.


    「이위 것을 가질 내가 아니다」

    “이따위 것을 가질 내가 아니다.”


    氏는 京城으로 간다고 이러신다. 그길노 누의 집으로 가서 議論하고 갓사외다.

    그는 경성으로 간다고 일어선다. 그 길로 누이의 집으로 가서 의논하고 갔사외다.


    나는 밤에 잠을 일우지 못하고 곰々 生覺하엿사외다.

    나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곰곰이 생각하였사외다.


    「아니다 아니다 내가 謝罪할 거시다. 그러고 내 動機가 惡한 거시 아니엿다난 거슬 말하자 일이 커저서는 滋味[자미]업다 어린것들의 前程을 보아 내가 屈하자」

    “아니다, 아니다. 내가 사죄할 것이다. 그러고 내 동기가 악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자. 일이 커져서는 자미없다. 어린 것들의 앞날을 보아 내가 굴하자.”


    나는 不然듯 京城向을 하엿사외다. 旅舘으로 가서 그를 맛나 보앗사외다.

    나는 불연(不然)듯 경성으로 향했사외다. 여관으로 가서 그를 만나보았사외다.


    「모든 거슬 내가 잘못하엿소 動機만은 決코 惡한 거시 아니엿소」

    “모든 것을 내가 잘못하였소, 동기만은 결코 악한 것이 아니었소.


    「지금 와서 이게 무슨 소리야 어서 도장이나 어」

    “지금 와서 이게 무슨 소리야. 어서 도장이나 찍어.


    「어린 자식들은 엇지 하겟소」

    “어린 자식들은 어찌하겠소?


    「내가 잘 길느겟스니 걱정마러」

    “내가 잘 기르겠으니, 걱정 말어.


    「그래지 맙세다 당신과 내 힘으로 못 살겟거든 우리 宗敎를 잘 밋어 宗敎의 힘으로 삽세다. 예수는 萬人의 罪를 代身하야 十字架에 못박히지 아니햇소?」

    “그러지 맙시다. 당신과 내 힘으로 못 살겠거든 우리 종교를 잘 믿어 종교의 힘으로 삽시다. 예수는 만인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지 아니했소?


    「듯기실혀」

    “듣기 싫어.


    나는 눈물이 낫스나 속으로 우섯다. 世上을 그러케 빗두로 얼켜맬거시 무어신가 한번 男子답게 々 우서두면 萬事 無事히 되난 것 아닌가 나는 氏가 搖地不動할 거슬 알앗사외다. 나는 某氏에게로 다라낫사외다.

    나는 눈물이 났으나 속으로 웃었다. 세상을 그렇게 비뚜로 얽어 맬 것이 무엇인가. 한 번 남자답게 껄껄 웃어두면 만사 무사히 되는 것 아닌가. 나는 그가 요지부동일 것을 알았사외다. 나는 아무개에게로 달려갔사외다.


    「옵바 離婚을 하자니 엇절가요」

    “오빠, 이혼을 하자니 어쩔까요?”


    「하지 네가 고생을 아직 몰누니가 고생을 좀 해보아야지」

    “하지. 네가 고생을 자기 모르니까 고생을 좀 해보아야지.”


    「저는 子息들 前程을 보아 못하겟서요」

    “저는 자식을 앞날을 보아 못하겠어요.”


    「에렌케이 말에도 不和한 夫婦 사이에 길느는 子息보다 離婚하고 새 家庭에서 길느는 子息이 良好하다지 아니 햇는가」

    “엘렌 케이(Ellen Key)[각주:22] 말에도 불화한 부부 사이에 기르는 자식보다 이혼하고 새 가정에서 기르는 자식이 양호하다지 아니했는가?”


    「그거슨 理論에 지나지 못해요 母性愛는 尊貴하고 偉大한 거시니요 母性愛를 일는 에미도 不幸하거니와 母性愛에 길니지 못하는 子息도 不幸하외다. 이거슬 아는 以上 나는 離婚은 못 하겟서요 옵바 仲裁를 식혀주세요」

    “그것은 이론에 지나지 못해요. 모성애는 존귀하고 위대한 것이니까요. 모성애를 잃는 어미도 불행하거니와 모성애로 길러지지 못하는 자식도 불행하외다. 이것을 아는 이상 나는 이혼을 못하겠어요. 오빠, 중재해 주세요.”


    「그러면 只今붓허 絶對로 賢母良妻가 되겟는가」

    “그러면 지금부터 절대로 현모양처가 되겠는가?”


    「只今지 내 스스로 賢母良妻 아니 된 일이 업스나 氏가 要求하는 대로 하지요」

    “지금까지 내 스스로 현모양처 아니된 일이 없으나 그가 요구하는 대로 하지요.”


    「그러면 내 仲裁 해보지」

    “그러면 내 중재해 보지.”


    某氏는 電話器를 들어 社長과 營業 局長에게 電話를 거럿사외다. 仲裁를 식히자는 말이엇사외다. 電話答이 왓사외다. 타협될 希望이 업스니 斷念하라하나이다. 某氏는

    아무개는 전화기를들어 사장과 영업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사외다. 중재를 시키자는 말이었사외다. 전화답이 왔사외다. 타협될 희망이 없으니 단념하라 하나이다. 아무개는


    「하지 해 그만치 要求하난 거슬 안드를 必要가 무엇 잇나」

    “하지, 해. 그만큼 요구하는 것을 안 들을 필요가 무엇 있나?”


    氏는 小說家인이만치 人生 內面에 苦痛보다 事件 進行에 好奇心을 가진 거시엇사외다. 나는 여 긔서도 滿足을 엇지 못하고 도라왓나이다. 그날 밤 旅舘에서 잠이 아니 와서 업치락 뒤치락 할 사랑에서는 妓生을 불너다가 興이냐 興이냐 놀며 々로 々 웃는 소리가 숨여드러 왓나이다. 이 어이한 矛盾이냐 相對者의 不品行을 論할진대 自己 自身이 淸白할 거시 當然할 일이거든 男子라는 名目下에 異性과 놀고 자도 關係업다는 當當한 權利를 가젓스니 社會制度도 制度려니와 沒常識한 態度에는 우숨이 나왓나이다. 마치 어린애들 作亂 모양으로 너 그러니 나도 이래겟다는 行動에 지내지 아니햇사외다. 人生 生活의 內幕의 複雜한 거슬 일즉이 直接 經驗도 못하고 能히 想像도 못하는 氏의 일이라 未久에 後悔날 거슬 짐작하나 임에 妓生 愛人에 熱中하고 지난 일을 口實음아 離婚 主張을 固執不通하는 대야 氏의 마음을 도리키게할 아모 方針이 업섯사외다.

    그는 소설가인 만큼이나 인생 내면에 고통보다 사건 진행에 호기심을 가진 것이었사외다. 나는 여기서도 만족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나이다. 그날 밤 여관에서 잠이 안 와서 엎치락 뒤치락할 때 사랑에서는 기생을 불러다가 흥이냐 흥이냐 놀며 때때로 껄껄 웃는 소리가 스며들어 왔나이다. 이 어이한 모순이냐. 상대자의 불품행을 논할진대 자기 자신이 청백할 것이 당연한 일이거든, 남자라는 명목하에 이성과 놀고 자도 관계 없다는 당당한 권리를 가졌으니, 사회제도도 제도려니와 몰상식한 태도에는 웃음이 나왔나이다. 마치 어린 애들 장난 모양으로, 네가 그러니 나도 이러겠다는 행동에 지나지 아니했사외다. 인생 생활의 내막이 복잡함을 일찍이 직접 경헙도 못하고 능히 상상도 못하는 그의 일이라 머지않아 후회할 것을 짐작하나, 임에 기생 애인에 열중하고 지난 일을 구실 삼아 이혼 주장을 고집불통하는 데야, 그의 마음을 돌이키게 할 아무 방침이 없었사외다.


    나는 不得已 東萊를 向하야 낫사외다 奉天으로 다라날가 日本으로 다라날가 요곱이만 넘기면 無事하리라고 確信하는 바이엿사외다. 그러나 不幸이 내 手中에는 그만한 旅費가 업섯든 거시외다. 苦痛에 못 견대서 大邱에서 나렷사외다 Y氏 집을 차자가니 반가워하며 演劇場으로 料理집으로 술도 먹고 담배도 피여 그 夫人과 三人이 날을 새엿사외다. 氏는 사위 엇을 걱정을 하며 人材를 求해달나고 합니다. 나만 아는 내 苦痛은 쉴새 업시 내 마음속에 돌고돌고 빙빙 돌고 잇나이다 . 할 수 업시 東萊로 내려 갓사외다. 氏에게서는 如前히 二日에 한번式 督促장이 왓사외다.

    나는 부득이 동래를 향하여 떠났사외다. 봉천으로 달아날까, 일본으로 달아날까, 요 고비만 넘기면 무사하리라고 확신하는 바였사외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 수중에는 그만한 여비가 없었던 것이외다. 고통에 못 견뎌서 대구에 내렸사외다. Y씨 집을 찾아가니 반가워하며 연극장으로, 요릿집으로, 술도 먹고 담배도 피워 그 부인과 셋이서 날을 샜사외다. 그는 사위 얻을 걱정을 하며 인재를 구해 달라고 합니다. 나만 아는 내 고통은 쉴 새 없이 내 마음속에 돌고 돌고 빙빙 돌고 있나이다. 할 수 없이 동래로 내려갔사외다. 그에게서는 여전히 이틀에 한 번씩 독촉장이 왔사외다.


    「리혼장에 도장을 치오. 十五日 內로 아니 치면 告訴하겟소」

    “이혼장에 도장을 치오. 15일 내로 안 치면 고소하겠소.”


    내 답장은 이러하엿사외다.

    내 답장은 이러하였사외다.


    「남남리 合하난 것도 當然한 理治요 나는 것도 當然한 理治나 우리는 서로 나지 못할 條件이 네 가지가 잇소 一은 八十 老母가 게시니 不孝요 二는 子息 四男妹요 學齡 兒童인 만치 保護해야 할 거시오 三은 一家庭은 夫婦의 共同生活인만치 分離케 되는 同時는 맛당히 一家가 二家되는 生計가 잇서아 할 거시오. 이거슬 마련해 주는 거시 사람으로서의 義務가 아닐가 하오 四는 우 年齡이 經驗으로 보든지 時機로 보든지 純情 卽 사랑으로만 산다난 것보다 理解와 義로 사라야 할 것이오 내가 임의 謝過하엿고 내 動機가 專혀 惡으로 된것아니오  氏의 要求대로賢妻良母가 되리라고 하엿사외다.

    “남남끼리 합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요, 떠나는 것도 당연한 이치나, 우리는 서로 떠나지 못할 조건이 네 가지가 있소. 하나는 팔십 노모가 계시니 불효요, 두 번째는 자식이 사 남매요 학령 아동인 만큼 보호해야 할 것이오, 셋째는 한 가정은 부부의 공동생활인 만큼 분리하게 되는 동시에 마땅히 한 집이 두 잡이 되는 생계가 있어야 할 것이오. 이것을 마련해주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하오. 넷째는 우 연령이 경험으로 보든지 시기로 보든지 순정 즉 사랑으로만 산다는 것보다 이해와 의로 살아야 할 것이오. 내가 임의 사과하였고 동기가 전혀 악으로 된 것이 아니오. 또 당신의 요구대로 현처양모가 되리라”고 하였사외다.


    氏의 답장은 이러하엿사외다.

    그의 답장은 이러하였사외다.


    「나는 過去와 將來를 生覺하는 사람이 아니오 現在로만 살아갈 이오 정말 子息이 못 잇겟다면 離婚 後 子息들과 同居해도 조코 前과 갓치 지내도 無關하오」

    “나는 과거와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오. 현재로만 살아갈 뿐이오. 정말 자식을 못 잊겠다면 이혼 후 자식들과 동거해도 좋고 전과 똑같이 지내도 무관하오.”


    나를 이는 말인지 離婚의 始末이 엇지 되는지 亦是 沒常識한 말이엇사외다. 해달나 아니 해주겟다 하는 동안이 거의 한 달 동안이 되엇나이다. 하로는 停學식혀 달나고 한 三寸이 怒心을 품고 압장을 시고 시숙들 시누이들이 모여 내게 肉迫하엿사외다.

    나를 꾀는 말인지, 이혼의 시작과 끝이 어찌되는지 역시 몰상식한 말이었사외다. 해달라, 아니 해주겠다, 하는 동안이 거의 한 달 동안이 되었나이다. 하루는 정학시켜 달라고 한 삼촌이 화난 마음을 품고 앞장을 서고 시숙들, 시누이들이 모여 내게 육박[각주:23]하였사외다.


    「잘못햇다는 표로 도장을 어라 그 뒤 일은 우리가 다 무사이 맨드를 거시니」

    “잘못했다는 표시로 도장을 찍어라. 그 뒤 일은 우리가 다 무사히 만들 것이니.”


    「婚姻할 도 두사람이 한 일이니까. 離婚도 두 사람이 할터이니 걱정을 마시고 가시오」

    “혼인할 때도 두 사람이 한 일이니까 이혼도 두 사람이 할 터이니 걱정을 마시고 가시오.”


    나는 밤에 한 잠 못 자고 생각하엿사외다.

    나는 밤에 한 잠 못 자고 생각하였사외다.


    일은 임의 틀녓다 게집이 生겻고 親戚이 同議하고 한 일을 혼자 아니 하랴도 쓸대업난 일이다. 나는 문듯 이러한 方針을 生覺하고 誓約書 두장을 썻슴니다.

    일은 임의 틀렸다. 계집이 생겼고 친척이 동의하고 한 일을 혼자 안 하려고 해도 쓸 데 없는 일이다. 나는 문득 이러한 방침을 생각하고 서약서 두 장을 썼습니다.

    誓約書
    夫◯◯◯과 妻◯◯◯은 萬 二 個年동안 再嫁 又는 再娶치 안키로 하되 彼此에 行動을 보아 復舊할 수가 잇기로 誓約함
    右 夫◯◯◯ 印
    妻◯◯◯ 印
    서약서
    부 ◯◯◯과 처 ◯◯◯은 만 2개년 동안 재가(再嫁) 또는 재취(再娶)치 않기로 하되 피차에 행동을 보아 복구할 수가 있기로 서약함.
    우 부 ◯◯◯ 印
    처 ◯◯◯ 印

    仲裁를 식히러 上京하엿든 偲叔이 圖章을 어가지고 내려왓나이다. 그는 이러케 말하엿나이다.

    중재를 시키러 상경하였던 시숙이 도장을 찍어 가지고 내려왔나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여보 아주머니 어줍시다. 그짓 종이가 말하오 子息이 四男妹나 잇스니 이 집에 對한 權利야 어대 가겟소 그리고 兄 님도 말 이지 설마 手續을 하겟소」

    “여보, 아주머니. 찍어줍시다. 그까짓 종이가 말하오? 자식이 4남매나 있으니 이 집에 대한 권리야 어디 가겠소? 그리고 형님도 말뿐이지, 설마 수속을 하겠소?”


    엽헤 안젓든 시어머니도

    옆에 앉았던 시어머니도


    「그러타 이겟니 그러다가 病날가 보아 큰 걱정이다 어주고 저는 게집 엇어 살거나 말거나 너는 나하고 어린 것들 다리고 살자그려」

    “그렇다 뿐이겠니, 그러다가 병이 날까 봐 큰 걱정이다. 찍어 주고 저는 계집 얻어 살거나 말거나 너는 나하고 어린 것들 데리고 살자 그려.”


    나는 속으로 우섯다. 그러고 아니고 속 傷햇다 얼는 도장을 내다가 주고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러고 아니꼽고 속상했다. 얼른 도장을 꺼내다가 주고,


    「우물물할 것 무엇 잇소 열번이라도 어주구려」

    “우물쭈물할 것 무엇 있소? 열 번이라도 찍어 주구려.”


    果然 종이 한 장이 사람의 心事를 얻어케 움지기게 하는지 豫測치 못하든 일이 하나式 둘式 生기고 를 라 變하는 樣은 우름으로 볼가 우슴으로 볼가 絶對 無抵抗主義의 態度를 가지고 黙言 中에 타임이 運搬하는 感情과 事物을  참고 하나식 격거 제칠 이 엇나이다. (次号續)

    과연 종이 한 장이 사람의 심사를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 예측하지 못하던 일이 하나씩 둘씩 생기고 때를 따라 변하는 모양은 울음으로 볼까, 웃음으로 볼까. 절대 무저항주의의 태도를 가지고 묵언 중에 시간이 운반하는 감정과 사물을 꾹꾹 참고 하나씩 겪어 제칠 뿐이었나이다.


    이혼 후 (離婚 後)

    H에게서 편지가 왓나이다.

    H에게서 편지가 왔나이다.


    「K에게서 電話가 왓는대 離婚 手續을 畢하엿다고 四方으로 通知하는 貌樣입데다. 참 우수운 사람이오 언니는 그런 사람과 離婚 잘햇소.  이러서 탁々 털고 나오시오」

    “K[각주:24]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이혼 수속을 끝냈다고 사방으로 알리고 다니는 모양입디다. 참 우스운 사람이오. 언니는 그런 사람과 이혼 잘했소. 딱 이렇게 탁탁 털고 나오시오.”


    그러나 네 아해를 爲하야 내 몸 하나를 犧牲하자 나는 작말고 잇슬난다. 以來 두 달 동안 잇섯나이다.

    그러나, ‘네 명의 아이를 위해 내 몸 하나를 희생하자, 나는 꼼짝 말고 있으련다’ (하고) 그 후로 두 달 동안 있었나이다.


    空氣는 一變하엿나이다. 서울서 氏가 從々 나려오나 나 잇는 집에 들니지 아니하고 누이 집에 들녀 어머니와 아해들을 請해다가 보고 시어머니는 눈을 흘기고 시누이는 축이고 시숙들은 우물 물 불느고 시어머니는 全權이 되고 만다. 洞里 사람들은「왜 아니 가누 언제 가누」구경 삼아 말한다. 아해들은 할머니가 과자 사탕을 사주어 가며 내 방에서 데려다 잔다. 이와 갓치 戰爭 後 勝利者 나 敗北者 間과 갓치 나는 마치 捕擄와 갓치 되 엿나이다. 나는 문듯 이러케 生覺햇다.

    공기가 아주 달라졌나이다. 서울서 그가 종종 내려오지만 나 있는 집에는 들르지 않고 누이 집에 들러 어머니와 아이들을 청해다가 보고 시어머니는 눈을 흘기고 시누이는 추기고[각주:25] 시숙들은 우물쭈물 부르고 시어머니는 전권(全權)을 갖고 만다. 동리 사람들은 “왜 안 가누, 언제 가누”하고 구경 삼아 말한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과자 사탕을 사 줘 가며 내 방에서 데려다 잔다. 이와 같이, 전쟁 후 승리자와 패배자 사이와 같이, 나는 마치 포로와 같이 되었나이다.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네 얼인 것들을 살닐가 내가 살어야 할가」

    “네 어린것[각주:26]을 살릴까, 내가 살아야 할까.”


    이 生覺으로 三日 밤을 徹夜하엿사외다.

    이 생각으로 사흘 밤을 샜나이다.


    오냐 내가 잇는 後에 萬物이 生겻다. 子息이 生겻다. 아해들아 너희들은 일즉 붓허 逆境을 격거라 너희는 무엇보다 사람 自體가 될 거시다. 사난 거슨 學問이나 知識으로 사난 거시 아니다. 사람이라야 사난 거시다. 삭크 듯 룻 의 말에도「나는 學者나 軍人을 養成하난 것보다 먼저 사람을 기르노라」 하엿다. 내가 出家하는 날은 일곱 사람이 逆境에서 헤매는 날 이다. 그러나 이러나 내 個性을 爲하야 一般 女性의 勝利를 爲하여 짐을 부둥々々 싸 가지고 出家 길을 차렷나이다.

    오냐, 내가 있은 후에 만물이 생겼다. 자식이 생겼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일찍부터 역경을 겪거라, 너희는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될 것이다. 사는 것은 학문이나 지식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야 사는 것이다. 장 자크 루소의 말에도 “나는 학자나 군인을 양성하는 것보다 먼저 사람을 기르노라”하였다. 내가 출가하는 날은 일곱 사람이 역경에서 헤매는 날이다. 그렇게 하나 이렇게 하나 내 개성을 위하여, 일반 여성의 승리를 위하여, 짐을 부둥부둥 싸 가지고 출가 길을 차렸나이다.


    北行車를 탓다. 어대로 갈가 집도 업고 父도 업고 兄弟도 업고 子息도 업고 親舊도 업는 이 홀노된 몸 어대로 갈가 어대로 갈가 京城에서 혼자 살님하고 잇는 오래비 宅으로 갓섯나이다. 마침 제사 라 奉天서 男兄이 도라 왓섯나이다. 임의 長札노 事件의 始終을 말햇거니와 이番 事件에 一切 自己는 나서지를 아니하고 自己 안해를 내여보내여 타협 交涉한 일도 잇섯나이다.

    북으로 가는 차를 탔다. 어디로 갈까. 집도 없고, 아비도 없고, 형제도 없고, 자식도 없고, 친구도 없는 이 홀로 된 몸 어디로 갈까. 경성에서 혼자 살림하고 있는 오래비 댁으로 갔었나이다. 마침 제사 때라 봉천에서 오라비가 돌아왔었나이다. 임의 사연 긴 편지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이번 사건에 일절 자기는 나서지를 않고 자기 아내를 내어 보내어 타협 교섭한 일도 있었나이다.


    「何如間 當分間은 奉天으로 가서 잇게 하자」

    “하여간 당분간은 봉천으로 가 있도록 하자.”


    「C를 한 번 맛나보고 決定해야겟소」

    “C[각주:27]를 한 번 만나 보고 결정해야겠소.”


    「맛나보긴 무얼 맛나보아」

    “만나보긴 뭘 만나 봐.”


    「일이 이만치 되고 K와 絶緣이 된 以上 C와 緣을 맷난 거시 當然한 일이 아니겟소」

    “일이 이렇게 되고 K와 절연하게 된 이상 C와 연을 맺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別말 말어라 K가 只今 體面上 엇저지를 못하야 그리 하난 거시니 奉天가서 잇스면 저도 生覺이 잇겟지」

    “별 말 말어라, K가 지금 체면상 어쩌지를 못해 그리 하는 것이니까 봉천 가서 있으면 저도 생각이 있겠지.”


    이 두어 친구는 絶對로 서울 나는 거슬 反對하엿나이다.

    이때, 친구 두어 명은 절대로 서울 떠나는 것을 반대하였나이다.


    그는 서울 안에 돈 잇는 獨身 女子가 만하 K를 誘惑하고 잇다는 거시엇사외다. 兄은 이러케 말하엿다.

    서울 안에 돈 있는 독신 여자가 많아 K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었사외다. 오라비는 이렇게 말하였다.


    「다른 女子를 엇는다면 K의 人格은 다 알 수가 잇난 거시다. 다 運命에 맷기고 가자 가」

    “다른 여자를 얻는다면 K의 인격은 다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다 운명에 맡기고 가자, 가.”


    奉天으로 갓섯나이다. 나는 진정 할 수 없섯나이다. 勿論 그림은 그릴 수 업섯고 그대로 消日할 수도 업섯나이다. 나는 내 過去 生活을 알기 爲하야 草稿해 두엇든 原稿를 整理하엿사외다. 그 中에 母性에 對한 글 夫婦生活에 對한 글 愛人을 追憶하난 글 自殺에 對한 글 只今 當할 모든 거슬 預言한 것갓치 되엿나이 다. 그리하야 前에 生覺하엿든 바를 미루어 마음을 修襲할 수 잇섯든 거시외다. 한 달이 못 되여 密告片紙 왓섯나이다.

    봉천으로 갔었나이다. 나는 진정할 수가 없었나이다. 물론 그림은 그릴 수 없었고 그대로 소일할 수도 없었나이다. 나는 내 과거 생활을 알기 위해 초고로 써두었던 원고를 정리하였사외다. 그 중에 모성에 대한 글, 부부생활에 대한 글, 애인을 추억하는 글, 자살에 대한 글, (이 글들을 읽어보니) 지금 당할 모든 것을 예언한 것처럼 되었나이다. 그리하여 그 전에 생각하였던 바를 미루어, 마음을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이외다. 한 달이 못 되어 비밀스레 알리는 편지가 왔었나이다.


    「K는 녀편네를 엇엇소 아해도 다려간다하오」

    “K는 여편네를 얻었소.[각주:28] 아이도 데려간다 하오.”


    아직도 설마 手續지 하엿스랴 社會 體面만 免하 면 和解가 되겟지 하고 밋고 잇든 나는 작 놀낫사외다. 兄이 드러왓소이다.

    아직도 설마 수속까지 밟았으랴, 사회 체면만 면하면 화해가 되겠지, 하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사외다. 오라비가 들어왔소이다.


    「너 왜 밥도 안먹고 그리니」

    “너 왜 밥도 안 먹고 그러니.”


    「이것 좀 보」 편지를 보엿다. 兄은 보고 비笑하엿다.

    “이것 좀 보오”하고 편지를 보였다. 오라비는 보고 비소하였다.


    「제가 잘못 生覺이지 爲人은 다 알앗다 그짓것 斷念 해버리고 그림하고나 살어라. 傑作이 나올지 아니?」

    “제가 잘못 생각한 거지, 됨됨이는 (이미) 다 알았다. 그까짓 것 단념해 버리고 그림하고나 살아라. 걸작이 나올지 아니?”


    「나는 가 보아야겟소」

    “나는 가 보아야겠소.”


    「어대로?」

    “어디로?”


    「서울노 해서 東萊지」

    “서울로 해서, 동래까지.”


    「다 난 일을 가보면 무얼해 恥笑밧을 이지」

    “다 끝난 일을 가 보면 뭐 해, 부끄럼당할 뿐이지.”


    「그러니 사람이 되고서 그럴 수가 잇소 生活費 한 푼 아니 주고 離婚이 무어요」

    “그러니 사람이 되고서 그럴 수가 있소? 생활비 한 푼 안 주고 이혼이 뭐요?”


    「二個月間 別居生活하자는 誓約은 엇지된 貌樣이야」

    “두 달간 별거 생활하자는 서약은 어찌 된 거야?”


    「그것도 제맘대로 取消한 거시지」

    “그것도 제 맘대로 취소한 것이지.”


    「그놈 밋첫군 밋첫서」

    “그 놈 미쳤군, 미쳤어.”


    「나는 가서 生活費 請求를 하겟소 아니 내가 번 거슬 찻겟소」

    “나는 가서 생활비를 청구하겠소. 아니, 내가 번 것을 찾겠소.”


    「그러면 가보되 진중히 일을 해야 네 耻笑를 免한다」

    “그러면, 가 보되 진중히 일을 해야 부끄러움을 면한다.”


    나는 釜山行 汽車를 탓습니다. 京城 驛에 나리니 電報를 밧은 T가 나왓습니다. T에 집으로 드러가 爲先 氏의 旅舘 主人을 請햇습니다. 나는 氏의 行動이 氏 혼자의 行動이 아니라 旅舘 主人을 爲始하 야 周圍에 잇는 親舊들의 충동인 거슬 안 닭이엿나이다.

    나는 부산행 기차를 탔습니다. 경성역에 내리니 전보를 받은 T가 나왔습니다. T의 집으로 들어가 먼저 그의 여관 주인을 따로 불렀습니다. 그의 행동이 그 혼자의 행동이 아니라 여관 주인을 위시하여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충동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나이다.


    「여보서요」

    “여보셔요.”


    「예」

    “예.”


    「친구의 가정이 不幸한 거슬 조와 하심니가 幸福된 거슬 조 와하심니가」

    “친구의 가정이 불행한 것을 좋아하십니까, 행복해진 것을 좋아하십니까?”


    「녜 무르시난 을 알겟습니다. 넘어 오해하지 마십쇼」

    “내 물으시는 뜻을 알겠습니다. 너무 오해하지 마십쇼.”


    나는 전혀 몰낫더니 하로는 짐을 가지고 나갑데다


    「나도 그 女子 잘 아오 몃칠 살겟쇼」

    “나도 그 여자 잘 아오, 며칠 살겠소.”


    T은 말한다.

    T는 말한다.


    나는 두어 친구로 同伴하야 北米倉町 氏의 살님 집을 向하야 갓섯습니다. 나는 밧게 섯스랴니 氏가 웃줄々々 오 더니 그 집으로 드러가지 아니하고 내 압흘 지나갑니다.

    나는 친구 두어 명을 동반해 북미창정(北米倉町) 그의 살림집을 향해 갔었습니다. 내가 밖에 섰으려니까 그가 우쭐우쭐 오더니 그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 앞을 지나갑니다.


    「여보 茶 집에 드러가 이야기 좀 합세다」

    “여보, 찻집에 들어가 이야기 좀 합시다.”


    두 사람은 茶 집으로 드러갓습니다.

    두 사람은 찻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나 살 道理를 차려주어야 아니 하겟소」

    “나 살 도리를 차려주어야 하지 않겠소?”


    「내가 아나 C더러 살녀 달래지」

    “내가 아나, C더러 살려 달라 하지.”


    「남의 걱정은 말고 自己 할 일이나 하소」

    “남의 걱정은 말고 자기 할 일이나 하소.”


    「나는 몰라」

    “나는 몰라.”


    나는 그 길노 府廳으로 가서 復籍手續을 무러 가지고 用紙를 가지고 事務室노 갓섯나이다.

    나는 그 길로 부청으로 가서 복적[각주:29] 수속을 물어 가지고 용지를 가지고 사무실로 갔었나이다.


    「여보 復籍해주오」

    “여보, 복적해주오.”


    「이게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소리야?”


    「지난 일은 다 이저 바리고 更生하여 삽세다 당신도 破滅이오 나도 破滅이오 두 사람에게 屬한 다른 生命지 破滅이오」

    “지난 일은 다 잊어 버리고 갱생하여 삽시다. 당신도 파멸이오, 나도 파멸이오, 두 사람에게 속한 다른 생명까지 파멸이오.”


    「왜 그래」

    “왜 그래.”


    「次々 살아보 당신 苦痛이 내 苦痛보다 甚하리다」

    “차차 살아보니 당신 고통이 내 고통보다 심하리다.”


    「누가 그런 걱정하래」

    “누가 그런 걱정 하래?”


    훌적 나가버린다.

    훌쩍 나가 버린다.


    그 잇흔날이외다. 나는 氏를 차자 事務室노 갓사외다. 氏는 마침 점심을 먹으려 自宅으로 向하는 길이엇나이다.

    그 이튿날이외다. 나는 그를 찾아 사무실로 갔사외다. 그는 마침 점심을 먹으려고 자택으로 향하는 길이었나이다.


    「茶店에 드러가 나하고 이야기 좀 합세다」

    “다점[각주:30]에 들어가서 나하고 이야기 좀 합시다.”


    氏는 아모 말업시 다름질을 하야 그 집 門으로 쑥 드러섯나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달음질해 그 집 문으로 쑥 들어섰나이다.


    나도 不知不覺中 드러섯나이다. 뒤를 아 房 안으로 드러 섯나이다. 녀편네는 시간 걸네질을 치다가 「누구요」한다.

    나도 나 스스로도 모르게 들어섰나이다.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나이다. 여편네는 걸레질하다가 “누구요”한다.


    세 사람은 마조 처다보고 안젓다.

    세 사람은 마주 쳐다보고 앉았다.


    「영감을 만히 위해 준다니 고맙소 오날 내가 여기지 올란 거시 아니라 茶店으로 드러가 이야기 하잿더니 그냥 오기에 차 온 거시오」

    “영감을 많이 위해 준다니 고맙소. 오늘 내가 여기까지 오려던 것이 아니라 다점으로 들어가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그냥 오기에 쫓아온 것이오.”


    「길에서 만히 보인 것 갓흔대요」

    “길에서 많이 보인 것 같은데요.”


    「그런지도 모르지요」

    “그런지도 모르지요.”


    「내가 오날 온 거슨 이갓치 速히 날 줄은 몰낫소 已往 이러케 된 以上 나도 살 道理를 차려 주워야 할 것 아니오 그러치 안으면 나도 이 집에서 살겟소 인사 차리지 못하는 사람이게 인사를 차리겟 소」

    “내가 오늘 온 것은, 이같이 (이혼이) 속히 끝날 줄은 몰랐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살 도리를 차려주어야 할 것 아니오. 그렇지 않으면 나도 이 집에서 살겠소. 인사 차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차리겠소?”


    氏는 아모 말업시 나가 버렷나이다. 나와 여편네와 담화가 시작되엿나 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나이다. 나와 여편네의 대화가 시작되었나이다.


    「대체 엇어케 된 일이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그야 내게 무를 것 무엇 잇소 알한 남편에게 다 드럿겟소」

    “그야 내게 물을 것이 뭐가 있소? 알뜰한 남편에게 다 들었겠지.”


    「그래 그림 그리는 재조가 잇으니 살기야 걱정 업겟지요」

    “그래,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으니까 사는 데엔 걱정 없겠지요.”


    「집행이 업시 이러시는 장수가 잇답데가」

    “집행이 없이 이러시는 장수가 있답니까?”


    「나도 팔자가 사나와서 두 게집 노릇도 해보앗소마는 어린 것들이 잇서 오작 마음이 상하릿가 어린 것들을 보고십흘 는 어느 든지 보러 오시지요」

    “나도 팔자가 사나워서 두 계집 노릇도 해보았소만은, 어린것들이 있어 오죽 마음이 상할까. 어린것들을 보고 싶을 때는 어느 때든지 보러 오시지요.”


    「그야 내 마음대로 할 거시오」

    “그야 내 마음대로 할 것이오.”


    「저 南山 댁이 소나무가 얼마나 高尙해 보이겟소마는 그 댁이에 올나가 보면 맛찬가지로 몬지도 잇고 흙도 잇슬 거시오」

    “저 남산 꼭대기 소나무가 얼마나 고상해 보이겠소만은 그 꼭대기에 올라가보면 마찬가지로 먼지도 있고 흙도 있을 것이오.”


    「그 말삼은 내가 남의 妾으로 잇다가 本妻로 되여도 일반이겟다는 말슴이지요」

    “그 말씀은 내가 남의 첩으로 있다가 본처가 되어도 특별하지 않겠다는 말씀이지요?”


    氏가 다시 드러왓나이다. 세 사람은 다시 주거니 밧거니 이야기가 시작되엿섯나이다.

    그가 다시 들어왔나이다. 세 사람은 다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시작했나이다.


    이 어느 친구가 드러왓나이다. 그는 이번 事件에 和解식히 려고 애를 쓴 사람이엇나이다.

    이때 어느 친구가 들어왔나이다. 그는 이번 사건에 화해시키려고 애를 쓴 사람이었나이다.


    「무엇들을 그래시오」

    “무엇들을 그러고 계시오?”


    「둘이 번 財産을 논하갓자는 말이외다」

    “둘이 (함께) 번 재산을 논하겠다는 말이외다.”


    「그 問題는 내게 一任하고 R 先生은 나와 갓치 나갑세 다 가시지오」

    “그 문제는 내게 일임하고 R 선생[각주:31]은 나와 같이 나갑세다. 가시지요.”


    나는 더 잇서야 별 수 업슬듯하야 핑게삼아 이러섯나이다. 氏와 저녁 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하엿나이다.

    나는 더 있어도 별 수 없을 듯하여 핑계 삼아 일어섰나이다. 그와 저녁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하였나이다.


    나는 그 잇흔날 東萊로 내려갓사외다. 나는 機會를 타서 네 아해를 고 바다에 몸을 던질 決心이엿나이다. 내 態度가 이 상하엿는지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눈치를 채고 아해들을 고 듭니다. 機會를 탈냐도 탈수가 업섯나이다.  다시 짐을 정돈하기 爲하야 잠겨두엇든 장문을 열엇나이다. 半이 쑥 들어간 거슬 볼 작 놀낫나이다.

    나는 그 이튿날 동래로 내려갔사외다. 나는 기회를 타서 네 아이를 끼고 바다에 몸을 던질 결심이었나이다. 내 태도가 이상하였는지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눈치를 채고 아해들을 끼고 돕니다. 기회를 타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나이다. 또다시 짐을 정돈하기 위해 잠가 두었던 장문을 열었나이다. 반(半)이 쑥 들어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나이다.


    「이 장문을 누가 겻쇠지를 햇서요」

    “이 장문을 누가 곁쇠질[각주:32]을 했어요?”


    「나는 모른다. 저번에 아범이 와서 열어 보더라」

    “나는 모른다. 저번에 아범이 와서 열어 보더라.”


    「그래 여긔 잇든 물건을 다 엇졋서요」

    “그래, 여기 있던 물건을 다 어쨌어요?”


    「안방에 갓다두엇다」

    “안방에 갖다 두었다.”


    「그것은 다 이리내노시오」

    “그것은 다 이리 내놓으시오.”


    녀편네들 혀 에 놀아 장근 장을 겻쇠질하야 重要物品을  내인 氏의 心思를 밉다고 할가 忿하다고 할가 나는 마음을 눅켜서 生覺하엿나이다. 亦是 沒常識하고 沒人情한 態度이외다 그만치 그가 쓸대업시 약어지고 그만치 그가 經濟 上逼迫을 當한 거슬 불상이 生覺하엿나이다 다시 最後의 出家를 決心하고 京城으로 向하엿나이 다. 荒茫황망한 沙漠에 섯는 외로은 몸이엿나이다.

    여편네들 혀끝에 놀아나서 잠근 장을 곁쇠질해 중요 물품을 꺼낸 그의 심사를 밉다고 할까, 분하다고 할까! 나는 마음을 뉘어 생각하였나이다. 역시 몰상식하고 몰인정한 태도이외다. 그만큼 그가 쓸 데 없이 약아지고 그만큼 그가 경제상 핍박을 당한 것을 불쌍하게 생각하였나이다. 다시 최후의 출가를 결심하고 경성으로 향했나이다. 황망한 사막에 선 외로운 몸이었나이다.


    어디로 향할까 (어대로 向할가)

    母性愛를 固守해보랴고 가진 애를 썻나이다. 이 点으로 보아 良心에 붓그러울 아모 것도 업섯나이다.

    모성애를 지켜 보려고 가진 애를 썼나이다. 이 점에서 (내) 양심에 부끄러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나이다.


    나는 죽을 수 밧게 업는 사람이 되고 마럿나이다. 죽는 일은 쉽사외다. 한 번 決心만 하면 뒤는 極樂이외다. 그러고 내 使命이 무 어시 잇난 것 갓사외다. 업는 길을 찻는 거시 내 힘이오 업는 希望을 맨드는 거시 내 힘이엇나이다.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나이다. 죽는 일은 쉽사외다. 한 번 결심만 하면 뒤는 극락이외다. 그러고 내 사명이 무엇이 있는 것 같사외다. 없는 길을 찾는 것이 내 힘이오, 없는 희망을 만드는 것이 내 힘이었나이다.


    逆境에 處한 者의 要領은 努力이외다. 勤勉이외다. 煩悶만 하고 잇는 동안은 타임은 가고 그 타임은 絶望과 破滅밧게 갓다주는 거시 업나이다. 나는 爲先 帝展에 入選될 希望을 맨드럿나이다. 그림을 팔고 잇난 거슬 典當하야 金剛山行을 하엿나이다. 舊 萬物相 萬 相亭에서 一朔間 지내는 동안 大 小品 二十介를 엇엇섯나이다. 여긔서 偶然히 阿部充家氏와 朴熙道 氏를 맛낫사외다.

    역경에 처한 자의 요령은 노력이외다. 근면이외다. 번민만 하고 있는 동안에는 시간만 가고 그 시간은 절망과 파멸만을 가져다 줍니다. 나는 먼저 제전에 입선될 희망을 만들었나이다. 그림을 팔고, 있는 것을 전당(典當)하여 (만든 돈으로) 금강산으로 갔나이다. 구 만물상 만상정에서 한 달 지내는 동안 큰 소품 스무 개를 얻었었나이다. 여기서 우연히 아베 미쓰이에 씨와 박희도 씨를 만났사외다.


    「아 이게 왼일이오」 朴熙道 氏는 나를 보고 놀낫사외다.

    “아, 이게 웬일이오.” 박희도 씨는 나를 보고 놀랐사외다.


    「先生 此處にRさんが 居りますよ」

    “선생, 여기에 R씨가 있군요.”


    阿部 氏는 우리 房 문지방에 글터 안지며 有心히 내 얼골을 치어다 보앗나이다.

    아베 씨는 우리 방 문지방에 걸터앉으며 유심히 내 얼굴을 쳐다보았나이다.


    「御一人で?」

    “혼자이십니까?”


    「一人ものが 一人で 居るのがあたりまへじや ありません か」

    “홑몸이 혼자 있는 게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行きましう」

    “갑시다.”


    氏는 强한 語調로 同情에 넘치는 말이엇사외다.

    그는(그의 말은) 꽤 강한 어조로 동정에 넘치는 말이었사외다.


    「明日迄出來あがる 繪が ありますから 明日の 夕方下りで 行きましやう」

    “내일까지 완성될 그림이 있으니 내일 저녁에 내려가지요.”


    「ては ホテルで 待つて 居ります」

    “그럼 호텔에서 기다리지요.”


    「何卒」

    “아무쪼록.”


    氏는 한발을 질질 며 倚子에 안젓사외다. 타고 다니는 倚子에.

    그는 한 발을 질질 끌며 의자에 앉았사외다. 타고 다니는 의자에.


    「人間もころつちやしまいですね」

    “인간도 이쯤 되면 끝장이지.”


    「先生どう 致しまして」

    “선생도 별 말씀을.”


    그 잇흔날 호텔에서 맛나도록 이야기하고 今番 鴨綠江 上流 一週 一行 中에 添加되도록 이야기가 進行되엿섯나이다. 그 잇흔날 兩氏는 朱乙溫泉으로 가시 고 나는 高城 海金剛으로 갓섯나이다. 高城 郡守 夫人이 東京 留學時 親舊이엇든 關係上 그의 舍宅에 가서 盛饌으로 잘 놀고 海金剛에서 亦是 아는 친구를 맛나 생복을 만히 엇어 먹엇나이다.

    그 이튿날 호텔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이번 압록강 상류 일주 일행 중에 낄 수 있도록 이야기가 진행되었었나이다. 그 이튿날 양씨는 주을 온천[각주:33]으로 가시고 나는 고성 해금강으로 갔었나이다. 고성 군수 부인이 동경 유학 때 친구였던 관계 상 그의 사택에 가서 성찬을 대접받아 잘 놀고 해금강에서 역시 아는 친구를 만나 생복을 많이 얻어먹었나이다.


    北靑으로 가서 一行을 맛나 惠山鎭으로 向하엿나 이다. 厚岐嶺 景色은 마치 一幅의 南畵이엇나이 다. 一行 中 阿部氏 朴榮喆氏 두 분이 게서서 處處에 歡迎이며 宴會는 盛大하엿나이다. 新乫浦로 鴨綠江 上流를 一週하는 光景은 形言할 수 업시 조왓섯나이다. 一行은 新義州를 거처 京城으로 向하고 나는 奉天으로 向하엿나이다. 거긔서 그림 展覽會를 하고 大連지 갓다 왓섯나이다. 그 길노 東 京行을 차렷나이다. 大邱서 阿部氏을 맛나 慶州 求景을 하고 進永으로 가서 拍間農場을 求景하고 自働車로 通度寺 梵魚寺를 지나 東萊를 거처 釜山에 到着하야 連絡般을 탓나이다. 東京 驛에는 C가 出迎하엿섯나이다. 그는 意外에 내가 오는 거슬 보고 놀낫사외다.

    북청[각주:34]으로 가서 일행을 만나 혜산진으로 향했나이다. 후기령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남화[각주:35]였나이다. 일행 중 아베 씨와 박영철 씨 두 분이 계셔서 이곳저곳에서 환영해주고 연회는 성대했나이다. 신갈포로 압록강 상류를 일주하는 광경은 형언할 수 없이 좋았었나이다. 일행은 신의주를 거쳐 경성으로 향하고 나는 봉천으로 향했나이다. 거기서 그림 전람회를 하고 대련까지 갔다 왔었나이다. 그 길로 동경행을 차렸나이다. 대구에서 아베 씨를 만나 경주 구경을 하고 진영으로 가서 박간농장을 구경하고 자동차로 통도사, 범어사를 지나 동래를 거쳐 부산에 도착하여 연락선을 탔나이다. 동경역에서는 C가 나와서 맞이했나이다. 그는 뜻밖에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놀랐사외다.

    나혜석의 그림, 정원

    巴里에서 그린 내게는 傑作이라고 할만한 「庭園」을 帝展에 出品하엿섯나이다. 하로 밤은 入選이 되리라 하 야 깃버서 잠을 못 자고 하로 밤은 落選이 되리라 하야 걱정이 되여 서 잠을 못 잣나이다. 千二百 二十四点中 二百点 選出에 入選이 되엿섯나이다. 넘어 깃붐에 넘처 全身이 녓사외다. 新聞 寫眞班은 밤중에 門을 두다리고 라듸오로 放送이 되고 한 늬우스가 되어 東京 一板을 뒤 드럿사외다. 일노 因하야 나는 面目이 섯고 내 一身의 生計가 生겻나이다. 사람은 男子나 女子나 다 힘을 가지고 남니다 . 그 힘을 사람은 어느 時機에 가서 自覺함니다.

    내게는 걸작이라고 할 만한 파리에서 그린 (그림) 「정원(庭園」을 제전에 출품하였었나이다. 하룻밤은 입선이 되리라 하여 기뻐서 잠을 못 자고 하룻밤은 낙선이 되리라 하여 걱정이 되어서 잠을 못 잤나이다. 1224점 중 200점 선출에 입선이 되었었나이다. 너무 기쁨에 넘쳐 온 몸이 떨렸었나이다. 신문사의 사진반은 밤중에 문을 두드리고 라디오로 방송이 되고 한 뉴스가 되어 동경 일판을 마구 떠들었사외다. 이로 인하여 나는 면목이 섰고 내 일신의 생계가 생겼나이다.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다 힘을 가지고 납니다.[각주:36] 그 힘을, 사람은 어느 시기에 가서 자각합니다.


    아모라도 한번이나 두 번은 다 自己 힘을 意識하엿나이다. 그 에 나는 퍽 幸福스러웟사외다. 아 阿部氏는 내가 更生하는데 恩人이외다. 精神上으로나 物質上 얼마나 힘을 써 주엇는지 그 恩惠를 이즐 길이 업사외다.

    아무라도 한 번이나 두 번은 자기 힘을 의식하였나이다. 그때에 나는 퍽 행복스러웠사외다. 아, 아베 씨는 내가 갱생하는 데에 은인이외다. 정신 상으로나 물질 상 얼마나 힘을 써 주었는지 그 은혜를 잊을 길이 없사외다.


    모성애 (母性愛)

    幾百萬人 女性이 幾千年 前 옛날부터 子息을 나하 길넛다. 이와 同時에 本能的으로 盲目的으로 肉體와 靈魂을 無條件으로 子息을 爲하야 밧처왓나이다. 이는 女性으로써 날 붓허 가지고 나온 한 道德이엇고 한 義務이엇고 이보다 以上되는 天職이 업섯나이다. 그럼으로 戀人의 사랑, 친구의 사랑은 相對的이오 報酬的이나 어머니가 子息을 사랑하는 것만은 絶對 的이오 無報酬的이오 犧牲的이외다. 그리하야 最高 尊貴한 거슨 母性愛가 되고 마럿사외다. 만흔 女性은 自己가 가진 이 母性愛로 固하야 얼마나 滿足을 늣겻스며 幸福스러웟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로는 이 母 性愛에 얽매여 하고 십흔 거슬 하지 못하고 悲慘한 運命 속에서 울고 잇는 女性도 不少하외다. 그러면 이 母性愛는 女性에게 最高 幸福인 同時에 最高 不幸한 거시 되고 마럿습니다. 女子가 自己 個性을 잇고살  모든 生活保障을 男子에게 밧을  無限이 便하엿고 幸福스러웟나이다마는 女子도 人權을 主張하고 個性을 發揮할냐고 하며 男子만 밋고 잇지 못할 生活戰線에 나서게 된 今日에는 無限한 苦痛이요 不幸을 늣길 도 잇는 거시외다.

    수백만 여성이 수천년 전 옛날부터 자식을 낳아 길렀다. 이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맹목적으로 육체와 영혼을 무조건적으로 자식을 위하여 바쳐 왔나이다. 이는 여성으로서 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한 도덕이었고 한 의무였고 이보다 더한 천직이 없었나이다. 그럼으로 연인의 사랑, 친구의 사랑은 상대적이오 보수(報酬)적이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만은 절대적이오 무보수적이오 희생적이외다. 그리하여 최고로 존귀한 것은 모성애가 되고 말았사외다. 많은 여성은 자기가 가진 이 모성애로 고하여 얼마나 만족을 느꼈으며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 모성애에 얽매여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비참한 운명 속에서 울고 있는 여성도 적지 않사외다. 그러면 이 모성애는 여성에게 최고 행복인 동시에 최고 불행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자가 자기 개성을 잊고 살 때 모든 생활 보장을 남자에게 받을 때 무한히 편하였고 행복했다마는, 여자도 인권을 주장하고 개성을 발휘하려고 하며 남자만 믿고 있지 못할 생활 전선에 나서게 된 요즈음에는 무한한 고통이요 불행을 느낄 때도 있는 것이외다.


    나는 어느 듯 네 아희의 어머니가 되고 마럿사외다. 그러나 내가 애를 씨 고 애를 배고 애를 낫코 애를 젓먹여 길느는 거슨 큰 事實이외다. 내 가 母된 感想記 中에 子息에 意味는 單數에 잇는 거시 아니라 複數에 잇다고 하엿사외다. 果然 하나 길느고 둘 길느는 동안 只今지의 愛人에게서나 親舊에 게서 맛보지 못하는 愛情을 늣기게 되엿섯나이다. 毆米漫遊하고 온 後로는 子息에 對한 理想이 서 잇게 되엿섯나이다. 아해들의 個性이 눈에 우고 그들의 압길을 指導할 自信이 生겻섯나이다. 그리하야 나는 그들을 길너 볼냐고 얼마나 애씨고 屈服하고 謝罪하고 和解를 要求하엿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거시 無用之物이 되고 마럿구려

    나는 어느덧 네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말았사외다. 그러나 내가 애를 배고 애를 낳고 애를 젖먹여 기르는 것은 큰 사실이외다. 내가 엄마 된 감상기 중에 자식의 의미는 단수(單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수(複數)에 있다고 하였사외다. 과연 하나 기르고 둘 기르는 동안 지금까지의 애인에게서나 친구에게서 맛보지 못하는 애정을 느끼게 되었었나이다. 유럽과 미국[각주:37]을 유랑하고 온 후로는 자식에 대한 이상(理想)이 서 있게 되었었나이다. 아이들의 개성이 눈에 띄고 그들의 앞길을 지도할 자신이 생겼었나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을 길러 보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굴복하고 사죄하고 화해를 요구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구려.


    금욕생활 (禁慾生活)

    夜半에 눈이 이면 虛空의 구석으로붓허 一陣의 바람 이 어대선지 모르게 부러드러옵니다. 그 孤寂이 가삼 속에 퍼지난 거슬 닷습니다. 只今지 내가 늣기는 孤寂은 압흔 거슨 잇 섯스나 害될 거슨 업섯습니다. 只今 늣기는 孤寂은 毒草 가시에 니는 자곡의 압흠을 다랏습니다. 어대로붓허 와서 어대 로 가는지 모르는 가온대서 무어슬 하든지 그 뒤는 孤寂합니다.

    깊은 밤 눈이 뜨이면 허공의 구석으로부터 한 가닥의 바람이 어디선지 모르게 불어 들어옵니다. 그때 고적(孤寂)이 가슴 속에 퍼지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느끼는 고적은 아픈 것은 있었으나 해가 될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 느끼는 고적은 독초 가시에 찔리는 자국의 아픔을 깨닫게 합니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가운데서 무엇을 하든지 그 뒤는 고적합니다.


    나는 所謂 貞操를 固守한다난 것보다 再婚하기 지는 中心을 일치 말자는 거시외다 卽 내 마음 하나를 잇지 말자 는 거시외다. 나는 임의 中實을 일흔 사람이 되고 마럿습니다. 이에 中心지 일는 날은 내 前程은 破滅이외다. 오직 中心 하나를 붓잡기 爲햐야 絶對 禁慾 生活을 하 여왓사외다.

    나는 소위 정조를 고수한다는 것보다 재혼하기까지는 중심을 잃지 말자는 것이외다. 즉 내 마음 하나를 잊지 말자는 것이외다. 나는 임의 중실(中實)을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중심까지 잃는 날은 내가 장차 나아갈 길은 파멸이외다. 오직 중심 하나를 붙잡기 위하여 절대 금욕 생활을 하였사외다.


    男女를 勿論하고 姙娠 時期에 잇서는 禁慾生活이 容易한 일이 아니외다. 나도 이만은 胎夢을  면서 苦痛으로 지내나이다.

    남녀를 말할 것도 없이 임신 시기에 있어서는 금욕 생활이 쉬운 일이 아니외다. 나도 이 때만은 태몽을 꾸면서 고통으로 지내나이다.


    나는 處女와 갓고 寡婦와 갓흔 心理를 가질 가 從々 잇나이다. 그러고 獨身者에게는 이러한 警句가 잇난 거슬 이저서는 아니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許諾할가 한 사람에게도 許諾치 말가」 異性의 사랑은 무섭다. 사람의 熱情이 無限이 올나 가는 거시 아니라 寒暖計의 水銀이 百度 지 올나 갓다가 도로 底下하드시 사랑의 焦点을 百度라 치면 其 以上 올나가지 못하고 底下하난 거시외 다. 그리하야 熱情이 高上할 時는 相對者의 行動이 美化 善化하나 底下할 時는 餘地업시 醜化 惡化해지는 거시외다. 나는 이거슬 잘 압니다. 그리하 야 사랑이 움돗을 만하면  부질너 바림니다. 나는 그 底下한 뒤 孤寂을 무서워함입니다. 실혀함입니다. 이번이야말로 다시 이런 傷處를 밧게되는 날은 갈 곳 업시 死地로 밧게 도라갈 길이 업는 닭입니다. 아 무서운 것!

    나는 처녀와 같고 과부와 같은 심리를 가질 때가 종종 있나이다. 그러고 독신자에게는 이러한 경구가 있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허락할까, 한 사람에게도 허락하지 말까.’ 이성(異性)의 사랑은 무섭다. 사람의 열정이 무한히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온도계의 수은이 100도까지 올라갔다가 도로 떨어지듯이 사랑의 초점을 100도라 치면 그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이외다. 그리하여 열정이 높이 올라 있을 때는 상대의 행동이 미화되고 선화(善化)되나 (열정이) 떨어질 때는 여지없이 추화(醜化)되고 악화되는 것이외다. 나는 이것을 잘 압니다. 그리하여 사랑이 움틀 만하면 딱 분질러 버립니다. 나는 그 (열정이) 떨어진 뒤의 고적을 무서워합니다. 싫어합니다. 이번에야말로 다시 이런 상처를 받게 되는 날은 갈 곳 없이 사지(死地)로밖에 돌아갈 길이 없은 까닭입니다. 이 무서운 것!


    寂寞한 거시 사람입니다. 그럼으로 사람은 사라잇난 거시 無意味로 生覺하기에는 넘으 깁흔 感覺을 주난 거슬 알 수 잇습 니다. 어대 굴니든지 엇더케 하든지 거긔지 가는 사람은 恩澤입은 사람입니다. 寂寞에서 도라오는 그거시 우리의 希望일는지 모 릅니다.

    적막한 것이 사람입니다. 그럼으로 인해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무의미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깊은 감각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 구르든지 어떻게 하든지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은택(恩澤)을 입은 사람입니다. 적막에서 돌아오는 그것이 우리의 희망일지 모릅니다.


    아, 사람은 혼자 살기에는 넘으 적습니다. 타임의 一日은 르나 그 타임의 繼續한 一年이나 二年은 깁니다.

    아, 사람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 적습니다. 시간의 하루는 짧으나 그 시간이 계속되어 일 년이 되고 이 년이 되면 깁니다.

     

    [원문/현대국어해석] 나혜석 - 어머니와 딸

    목차 一 「나는 그 잘낮다는 녀자들 부럽지 않아」 "나는 그 잘났다는 여자들, 부럽지 않아." 틈만나면 한운의 방에 와서 「히々 허々」하는 주인마누라는 오날 저녁에도 또 한운과 리긔봉과 마

    writing-and-unwriting.tistory.com


    이혼 후 소감 (離婚 後 所感)

    나는 사람으로 태여난 거슬 後悔합니다. 나는 사람으로 태여나고 십 허 태여난 거시 아니라 사람이 엇더한 거신지 이 世上이 엇더한 곳인 지 모르고 태여난것 갓사외다. 이 人生됨이 더 醜하고 悲慘한 거시오 더 絶望的으로 되엿다 하더라도 나는 怨罔치 아니 합니다. 只今 나는 죽어도 살어도 갓다고 生覺합니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합니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떠한 것인지, 이 세상이 어떠한 곳인지 모르고 태어난 것 같사외다. 이 인생됨이 더 추하고 비참한 것이오 더 절망적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원망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는 죽어도 살아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무서운 거시외다. 그럴 마다 自己를 참으로 살녓는지 아니 하엿는지 봅니다. 나는 自己를 참으로 살닐 는 죽음이 무섭지 안사 외다. 다만 自己를 다 살니지 못 하엿슬  죽음이 무섭습니다. 그런 故로 죽음의 恐怖를 다를 마다 自己의 不德함을 痛切이 늣김니다.

    죽음은 무서운 것이외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참으로 살렸는지 아니하였는지 봅니다. 나는 스스로를 참으로 살릴 때는 죽음이 무섭지 않사외다. 다만 자신을 다 살리지 못하였을 때 죽음이 무섭습니다. 그런 고로 죽음의 공포를 깨달을 때마다 자신의 부덕함을 뼈에 사무치게 느낍니다.


    나는 自己를 淺薄하게 맨들고 십지 안은 同時에 他人을 怨望하기 前에 自己를 反省하고 십습니다.

    나는 스스로 천박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동시에 타인을 원망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싶습니다.


    自己 內心에 淺薄한 마음이 生기는 것을 알고 곳치 지 안코는 잇지 못하는 사람은 人類의 寶物이외다. 이러한 사람은 발서 自己 마음속에 잇는 雜草를 잇고 조흔 씨를 이르난 곳마다 펼치어 사람 마음의 樣式이 되는 者외다. 卽 孔子나 釋迦나 耶蘇와 갓흔 사람이외다. 太陽은 萬物을 겁게 아니 하랴도 自然 더웁게 맨듭니다. 아모런 거시 오더 라도 그거슬 비최이는 材料로 化해 버림니다. 바다는 아모리 더 러온 거시 더라도 自體를 더럽히지 안습니다.

    자기 스스로 마음 속에 천박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알고 고치지 않고는 있지 못하는 사람은 인류의 보물이외다. 이러한 사람은 벌써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잡초를 잊고 좋은 씨를 이르는 곳마다 펼쳐 사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자외다. 즉 공자나 석가나 예수와 같은 사람이외다. 태양은 만물을 뜨겁게 아니 하려 해도 자연(히) 덥게 만듭니다. 아무런 것이 오더라도 그것을 비추는 재료로 변해 버립니다. 바다는 아무리 더러운 것이 뜨더라도 자체를 더럽히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境遇와 處地를 生覺해보자 그 거긔에서 自己를 찻습니다. 사랑을 닷습니다. 그럼으로 自己가 要求하난 사람을, 먼저 自己를 맨들거십니다. 사람은 自己 內心의 自己도 모르는 정말 自己]를 가지고 잇습니다. 보이지도 알지도 못하는 自己를 차자내는 거시 사람 一生의 일거 립니다. 卽 自我發見이외다. 사람은 쓸대업는 格式과 世間의 體面과 半 아는 學問의 束縛을 만히 밧습니다. 잇스면 잇슬사록 더 가지고 십흔거시 돈이외다. 놉흐면 노흘사록 더 놉허지고저 하난 거시 地位외다. 가지면 가진이만치 陰氣로 되난 거시 學問이외다. 사람의 幸福은 富를 得한 도 아니오 일흠을 엇은 도 아니오 엇던일에 一念이 되엿슬 외다 一 念이 된 瞬間에 사람은 全身 洗淸한 幸福을 닷습니다. 卽 藝術的 氣分을 닷는 외다.

    모든 사람의 경우와 처지를 생각해보자. 그때 거기에서 자기를 찾습니다. 사랑을 깨닫습니다. 그럼으로써 자기가 요구하는 사람을 먼저 자기를 만들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마음 속의 스스로도 모르는 정말 스스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이지도 알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찾아내는 것이 사람 일생의 일거리입니다. 즉 자아발견이외다. 사람은 쓸 데 없는 격식과 세간의 체면과 반쯤 아는 학문의 속박을 많이 받습니다. 있으면 있을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것이 돈이외다. 높으면 높을수록 더 높아지고자 하는 것이 지위외다. 가지면 가진 만큼 음기가 되는 것이 학문이외다. 사람의 행복은 부를 얻는 때도 아니오 이름을 얻는 때도 아니오 어떤 일에 일념이 되었을 때외다. 일념이 된 순간에 사람은 온 몸을 깨끗이 씻은 듯한 행복을 깨닫습니다. 즉 예술적 기분을 깨닫는 때외다.


    人生은 苦痛 그거실는지 모릅니다. 苦痛은 人生의 事實이외다. 人生의 運命은 苦痛이외다. 一生을 두고 苦病을 깁히 맛보는대 잇습니다. 그리하야 이 苦痛을 明確히 사람에게 알니우는대 잇습니다. 凡人은 苦痛의 支配를 밧고 天才는 죽음을 가지고 苦痛을 익여내여 榮光과 權威를 取해낼만한 살 方針을 차림니다.

    인생은 고통 그것일지도 모릅니다. 고통은 인생의 사실이외다. 인생의 운명은 고통이외다. 일생을 두고 아픔과 병을 깊이 맛보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고통을 명확히 사람에게 알리는 데에 있습니다. 범인(凡人)은 고통의 지배를 받고 천재는 죽음을 가지고 고통을 이겨내어 영광과 권위를 취해낼 만한 방침을 차립니다.


    이난 苦痛과 快樂 以上 自己에게 使命이 잇 난 닭이외다. 그리하야 最後는 苦痛 以上의 것을 맨들고 맙니다.

    이는 고통과 쾌락 이상의, 스스로의 사명이 있는 까닭이외다. 그리하여 최후는 고통 이상의 것을 만들고 맙니다.


    번뇌 中에서도 일의 始初를 지어 잇는다.

    번뇌를 하다가도 일의 시초를 지어 잊는다.


    내 갈길은 내가 차자 엇어야 한다.

    내 갈 길은 내가 찾아 얻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自己 運命이 엇지 될지 모릅니다. 속매듸를 지은 運命이 잇습니다. 을 수 업는 運命의 鐵鎖(철쇄)이외 다. 그러나 넘으 悲慘한 運命은 往々 弱한 사람으로 하여곰 叛逆케 합니다. 나는 거의 再起할 氣分이 업슬만 치 리고 辱하고 咀呪함을 밧게 되엿습니다. 그러나 나는 必竟은 갓흔 運命의 줄에 얼키어 업서질지라도 必死의 爭鬪에 니고 애태우고 苦로워 하면서 再起하랴 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운명이 어찌될지 모릅니다. 속매듭을 지은 운명이 있습니다. 끊을 수 없는 운명의 철쇄이외다. 그러나 너무 비참한 운명은 왕왕 약한 사람으로 하여금 반역하게 합니다. 나는 거의 재기할 기분이 없을 만큼 때리고 욕하고 저주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필경에는 같은 운명의 줄에 얽혀 없어질지라도 필사의 쟁투에 끌리고 애태우고 쓰라려 하면서 재기하려 합니다.


    조선 사회의 인심 (朝鮮 社會의 人心)

    우리가 歐米 漫遊하기지 그다지 甚하지 아니 하엿다마 는 갓다와서 보니 前에 比하야 一般 레벨이 훨신 놉하진 거 시 完然히 눈에 웟습니다. 그리하야 有識階級이 만하 진 同時에 生存競爭이 尤甚햐여젓습니다. 生活 戰線에 선 二千萬 民衆은, 貯蓄업고 職業 업고 實力 업시 살길에 헤매여 할 수 업시 大阪으로 滿洲로 男負女戴하야 가는 者가 不少하외다. 果然 朝鮮도 이제는 돈이 잇든지 實力 卽 才操가 잇든지 하여야만 살게 되엿사외다.

    우리가 유럽과 미국을 유랑하기까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만은 갔다 와서 보니 전에 비해 일반의 수준이 훨씬 높아진 것이 완연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하여 유식 계급이 많아진 동시에 생존 경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생활 전선에 선 이천만 민중은, 저축해둔 것 없고 직업 없고 실력 없이, 살 길을 헤매어, 할 수 없이 오사카로 만주로 남부여대[각주:38]하여 가는 자가 적지 않사외다. 과연 조선도 이제는, 돈이 있든지, 실력 즉 재주가 있든지 해야만 살게 되었나이다.


    思想上으로 보면 國際的 人物이 通行하는 關係上 各 方面의 主義 思想이 收入하게 됩니다. 이에 좁게 알고 널니 보지 못한 사람으로 그 要領을 取得 하기에 彷徨하는 거슨 當然한 理治입니다. 비빔밥 을 그냥 먹을 이오. 그 中에서 맛을 取할 줄 모르난 거시 大部分 입니다. 그럼으로 오날은 이 主義에서 놀다가 내일은 저 主義에서 놀게 되고 오날은 이 사람과 親햇다가 내일은 저 사람과 親하게 됨니다. 一定한 主義가 確立치 못하고 固立한 人生觀이 서지를 못하야 바람에 날니는 갈대와 갓흔 時日을 보내고 맙니다. 이는 大槪 政治 方面에 길이 맥히고 經濟에 얽매여 自己 마음을 自己가 마음대로 가 질 수 업는 關係도 잇겟지만 넘어 散漫的이 되고 마럿나이 다.

    사상 상으로 보면 국제적인 인물이 통행하는 관계 상 각 방면의 주의(主義), 사상을 수입하게 됩니다. 이에 좁게 알고 널리 보지 못한 사람으로 그 요령을 취득하기에 방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빕밥을 그냥 먹을 뿐이오. 그 중에서 맛을 취할 줄 모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으로 인해 오늘은 이 주의(主義)에서 놀다가 저 주의에서 놀게 되고, 오늘은 이 사람과 친했다가 내일은 저 사람과 친하게 됩니다. 일정한 주의가 확립되지 못하고 고립한 인생관이 서지를 못해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은 시일을 보내고 맙니다. 이는 대개 정치 방면에 길이 막히고 경제에 얽매여 자기 마음을 자기가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관계도 있겠지만 너무 산만해지고 말았나이다.


    朝鮮의 有識 階級 男子 社會는 불상합니다. 第一 舞臺인 政治 方面에 길이 맥키고 배호고 싸은 學問은 用道가 업서지고 이 理論 저 理論 말 해야 理解해 줄 社會가 못되고 그남아 사랑에나 살아볼가 하나 家族制度에 얽매인 家庭 沒理解한 妻子로 하야 눈쌀이 흐려지고 生活이 辛酸스러울 입니다. 애매한 料理집에나 出入하며 罪업는 술에 투정을 다하고 沒常識한 妓生을 품고 즐기나 그도 亦是 滿足을 주지 못합니다. 이리가 보면 날가 저 사람을 맛나면 날가 하나 남는 거슨 오직 孤寂 입니다.

    조선의 유식 계급 남자 사회는 불쌍합니다. 제1무대인 정치 방면에서는 길이 막히고, 배우고 쌓은 학문은 용도가 없어지고, 이 이론 저 이론 말해 봐야 이해해 줄 사회가 못 되고, 그나마 사랑에나 살아볼까 하나 가족제도에 얽매인 가정 몰이해한 처자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생활이 신산[각주:39]스러울 뿐입니다. 애매한 요릿집[각주:40]집에나 들락거리며 죄 없는 술에 투정을 다하고 몰상식한 기생을 품고 즐기나, 그것 역시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이리 가 보면 나을까, 저 사람을 만나면 나을까, 하나 남는 것은 오직 고적(孤寂)뿐입니다.


    有識 階級 女子 卽 新女性도 불상하외다. 아직도 封建時代 家族制度밋헤서 자라나고 시집가고 살 님하는 그들의 內容의 複雜이란 말할 수 업시 難局이외다. 半 아는 學問이 新舊式의 調和를 일케할  이오 陰氣를 돗을 이외다. 그래도 그대들은 大學에서 專門 에서 人生哲學을 배호고 西洋에나 東京에서 그들의 家庭을 求景하지 아니 하엿는가 마음과 은 하눌에 잇 고 몸과 일은 에 잇는 것이 아닌가 달콤한 사랑으로 結婚하엿스나 너는 너요 나는 나대로 놀게 되니 사는 아모 意味가 업서지고 아침붓 허 저녁지 반찬 걱정만 하게 되난 것이 아닌가 及其 神經過敏 神經衰弱에 걸녀 獨身 女子를 부러워하고 獨 身主義를 主張하는 것이 아닌가 女性을 普通 弱者라 하나 結局 强者이며 女性을 적다하나 偉大한 거슨 女性이외다. 幸福은 모든 거슬 支配할 수 잇는 그 能力에 잇난 거시외다 家庭을 支配하고 남편을 支配하고 子息을 支配한 남어지에 社會지 支配하소서 最後 勝利는 女性에게 잇난 것 아닌가

    유식 계급 여자 즉 신여성도 불쌍하외다. 아직도 봉건시대 가족제도 밑에서 자라나고 시집 가고 살림하는 그들의 복잡한 사정은 말할 수 없이 난국이외다. 반쯤 아는 학문이 신식과 구식의 조화를 일으킬 뿐이오 음기를 돋을 뿐이외다. 그래도 그대들은 대학에서 전문(專門)에서 인생철학을 배우고 서양이나 동경에서 그들의 가정을 구경하지 않았는가? 마음과 뜻은 하늘에 있고 몸과 일은 땅에 있는 것이 아닌가? 달콤한 사랑으로 결혼했으나 너는 너요 나는 나대로 놀게 되니 사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찬 걱정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급기야 신경 과민이나 신경 쇠약에 걸려 독신 여자를 부러워하고, 독신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여성을 보통 약자라 하지만 (여성은) 결국 강자이며, 여성을 적다고 하나 위대한 것은 여성이외다. 행복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있는 것이외다. 가정을 지배하고 남편을 지배하고 자식을 지배한 나머지 사회까지 지배하소서. 최후의 승리는 여성에게 있는 것 아닌가.


    朝鮮 男性 心思는 異常하외다. 自己는 貞操觀念이 업스면서 妻에게나 一般 女性에게 貞操를 要求하고  남의 貞操를 아실냐고 합니다. 西洋에나 東京 사람 하더라도 내가 貞操觀念이 업스면 남의 貞操觀念 업난 거슬 理解하고 尊敬합니다. 남의게 貞操를 誘引하는 以上 그 貞操를 固守하도록 愛護해주는 것도 普通 人情이 아닌가 從々 放縱한 女性이 잇다면 自己가 直接 快樂을 맛보면서 間接으로 抹殺식히고 咀嚼식히난 일이 不少하외다 이 어이한 未開明의 不道德이냐 朝鮮 一般 人心은 過度期인만치 탁 터나가지를 못하면서 內心으로는 그런거슬 要求합니다. 經濟에 얽매여 옴치고  수 업스나 지글々々 는 感情을 풀곳이 업다가 누가 압흘 서난 사람이 잇스면 可否를 莫論하고 批難하며 그들에게 確實한 人生觀이 업는만치 事物에 解決이 업스며 同情과 理解가 업시 形勢닷는 대로 이리 긋기고 저리 긋기게 됩니다. 무슨 方針을 세워서라도 救해줄 生覺은 少毫도 업시 마치 演劇이나 活動寫眞 求景하드시 滋味스러워 하고 鼻笑하고 즐叱하야 일 先眼에 着心하엿든 有望한 靑年으로 하여곰 萎縮의 不具者를 맨드는 것 아닌가 보라 歐米 各國에서는 突飛한 行動하는 者를 流行을 삼아 그거슬 獎勵하고 그거슬 人材라 하며 그거슬 天才라 하지 안는가 그럼으로 압흘 다토아 創作物을 내나니 이럼으로 日進月步가 보이지 안는가 朝鮮은 엇더한가 조곰만 變한 行動을 하면 곳 抹殺식혀 再起치 못하게 하나니 古今의 例를 보아라 天才는 當時 風俗 習慣의 滿足을 갓지 못할  아니라 次代를 推測할 수 잇고 創作해낼 수 잇나니 變動을 行하는 者를 엇지 輕率이 볼가보냐 可恐할 거슨 天才의 싹을 분질너 놋는 거시외다. 그럼으로 朝鮮 社會에는 今後로는 第一線에 나서 活動하는 사람도 必要하거니와 第二線 第三線에 處하야 有望한 靑年으로 逆境애 處하엿슬 그길을 틔워주는 援助者가 잇서야할 거시오 事物의 原因 動機를 深察하야 쓸대업는 道德과 法律노서 裁判하야 큰 罪人을 맨들지 안는 理解者가 잇서야 할거십니다.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서양이나 동경 사람들만 하더라도 자기가 정조 관념이 없으면 남에게 정조 관념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남에게 정조를 지키라고 꾀는 이상, 그 정조를 고수하도록 애호해주는 것도 보통의 인정이 아닌가? (조선 남성은) 종종 방종한 여성이 있으면 (정조를 고수하도록 애호하지는 못할 망정) 자기가 직접 쾌락을 맛보면서 간접으로 말살시키고 씹어내는 일이 적지 않사외다. 이 어이한 미개명의 부도덕이냐? 조선 일반 인심은 과도기인 만큼 탁 터 나가지를 못하면서 내심 그런 것을 요구합니다. 경제에 얽매여 움츠리고 뛸 수 없으나 지글지글 끓는 감정을 풀 곳이 없다가 누가 앞서는 사람이 있으면 옳고 그름을 막론하고 비난하며 그들에게 확실한 인생관이 없는 것처럼 사물에 해결이 없으며 동정과 이해가 없이 형세 닿는 대로 이리 헤매고[각주:41] 저리 헤매게 됩니다. 무슨 방침을 세워서라도 구해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이 마치 연극이나 영화[각주:42] 구경하듯이 재미있어하고 비소(鼻笑)하고 꾸짖어 모처럼 애써서[각주:43] 눈 앞에 마음 붙인 유망한 청년으로 하여금 위축된 불구자로 만드는 것 아닌가! 보라, 유럽과 미국 각국에서는 기발한 행동을 하는 자를 유행으로 삼아 그것을 장려하고 그것을 인재라 하며 그것을 천재라 하지 않는가. 그럼으로 앞을 다투어 창작물을 내니 이를 통해 일진월보[각주:44]가 보이지 않는가. 조선은 어떠한가. 조금만 변한 행동을 하면 곧 말살시켜 재기하지 못하게 하니 고금의 예를 보아라. 천재는 당시 풍속이나 습관에 만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음 대(代)를 추측할 수 있고 창작해낼 수 있으니 변동을 행하는 자를 어찌 경솔히 볼까 보냐. 가공(可恐)할 것은 (조선이) 천재의 싹을 분질러 놓는 것이외다. 그럼으로 조선 사회에는 이제부터는 제일선[각주:45]에 나서 활동하는 사람도 필요하거니와 제2선 제3선에 처하여 유망한 청년으로 역경에 처했을 때 그 길을 틔워 주는 원조자가 있어야 할 것이오, 사물의 원인, 동기를 깊이 살펴 쓸 데 없는 도덕과 법률로서 재판해 큰 죄인을 만들지 않는 이해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청구 씨에게 (靑邱 氏에게)[각주:46]

    氏여 이만하면 러저 잇는 동안 내 生覺을 알겟고 變動된 내 生活을 알겟사외다. 그러나 여보서요 아직지도 나는 내게 適當한 幸福된 길이 어대 잇는지를 찻지 못하엿서요 氏와 同 居하면서 々로 意思衝突을 하며 아해들과 살님사리 에 엄벙덤벙 時日을 보내는 거시 幸福스러웟섯슬는지 는 放 浪生活노 나서 스켓취 스를 메고 감파스에 그림 그리고 다니는 이 生活이 幸福스러 울지 모르겟소 그러나 人生은 家庭만도 人生이 아니오 藝術만도 人生이 아니외다.

    당신, 이만하면 떨어져 있는 동안 내 생각을 알겠고 변화한 내 생활을 알겠사외다. 그러나 여보시오, 아직까지도 나는 내게 적당한 행복한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못하였어요. 당신과 동거하면서 때때로 의사충돌을 하며 아이들과 살림살이에 엄벙덤벙[각주:47] 시일을 보내는 것이 행복했을지, 또는 방랑 생활로 나서서 스케치 박스를 메고 캔버스에 그림 그리고 다니는 이 생활이 행복스러울지 모르겠소. 그러나 인생은 가정만이 인생이 아니오, 예술만이 인생이 아니외다.[각주:48]


    이것저것 合한 거시 인생이외다 마치 水素와 酸素가 合한 거시 물인 것과 가치, 여보서요 내 主義는 이러해요 사람 中 에는 普通으로 사는 사람과 普通 以上으로 사는 사 람이 잇다고 봅시다. 그러면 그 普通 以上으로 사는 사람은 普 通사람 以上의 精力과 個性을 가진 者외다.

    이것저것 합한 것이 인생이외다. 마치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것이 물인 것과 같이. 여보시오, 내 주의(主義)는 이러해요. 사람 중에는 보통으로 사는 사람과 보통 이상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그 보통 이상으로 사는 사람은 보통 사람 이상의 정력과 개성을 가진 자이외다.


    더구나 近代人의 理想은 남의 하는 일을 다 하고 남는 精力으로 自己 個性을 發揮하는 거시 가장 最高 理想일 거시외다. 그난 理論이 아니라 實例가 만흐니 偉人 傑士들의 生活은 그러하외다. 卽 修身齊家治國 平天下가 古今이 다를 것 업나이다. 나는 이러 한 理想을 가지고 十年 家庭生活에 내 일을 繼續해왓고 自今으로도 實行할 自信이 잇든 거시외다 그 럼으로 部分的이 내 生活 幸福이 될 理 萬無하고 綜合的이라야 정말 내가 要求하는 幸福의 길 일 거시외다. 이 理想을 破壤케 됨은 엇지 遺憾이 아니 릿가 感情의 循環期가 十年이라 하면 실혓든 사람이 조와 도지고 조왓든 사람이 실여도 지며 親햇든 사람이 머러도 지고 머럿든 사람이 親해도 지며 善한 사람이 惡해도 지고 惡햇든 사람 이 善해도 지나이다. 氏의 十年 後 感情은 엇어케 될가 以上에도 말하엿거니와 夫婦는 세 時機를 지나야 정말 夫婦生活의 意味가 잇다고 하엿습니다. 나는 임의 그 대의 長處短處를 다 알고 氏는 내의 長處短處를 다 아는 以上 互相補助하야 살어갈 우리가 아니엿든가 何如間 以上 몃가지 主義로 離婚은 내 本意가 아니오 氏의 强請이 엿나이다 나는 無抵抗的으 로 讓步한 거시니 千萬番 生覺해도 우리 處地로 우리 人格을 統一치 못하고 우리 生活을 統一치 못한 거슨 부그러운 일입니다.

    더구나 근대인의 이상은 남이 하는 일을 다 하고 남는 정력으로 자기 개성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이상일 것이외다.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례(實例)가 많으니 위인과 걸사[각주:49]들의 생활은 그러하외다. 즉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각주:50]가 고금이 다를 것 없나이다. 나는 이러한 이상을 가지고 10년 가정생활에 내 일을 계속해 왔고 바로 지금부터도 실행할 자신이 있던 것이외다. 그럼으로 부분적(으로만 이를 달성하는 것)이 내 생활의 행복이 될 리 만무하고 종합적이라야 정말 내가 요구하는 행복의 길일 것이외다. 이 이상[각주:51]을 파괴하게 된 것이 어찌 유감스럽지 않으리까. 감정의 순환기가 10년이라 하면 싫었던 사람이 좋아도 지고, 좋았던 사람이 싫어도 지며, 친했던 사람이 멀어도 지고, 멀었던 사람이 친해도 지며, 선한 사람이 악해도 지고 악했던 사람이 선해도 지나이다. 당신의 10년 후 감정은 어떻게 될까. 이 위에서도 말하였거니와 부부는 세 시기를 지나야 정말 부부 생활의 의미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임의, 그대의 장단점을 다 알고 당신은 내 장단점을 다 아는 이상 서로 보조하여 살아갈 우리가 아니었던가. 하여간 이상 몇 가지 주의로 이혼은 내 본의가 아니오, 당신의 강제적인 청이었나이다. 나는 무저항적으로 양보한 것이니 천만 번 생각해도 우리 처지로 우리 인격을 통일하지 못하고 우리 생활을 통일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울너 바라난 바는 八十 老母의 餘生을 便하게 하 고 네 아해의 養育을 充分이 注意해 주시고 남어지는 氏의 健康을 바라나이다.

    아울러 바라는 바는 팔십 노모의 여생을 편하게 하고 네 아이의 양육을 충분히 주의해 주시고 나머지는 당신의 건강을 바라나이다.


    一九三四, 八

    1934년, 8월


    각주

    1. 歐米. 유럽과 미국을 뜻한다. 歐(구)는 유럽을 ‘구라파’로 읽은 한자이며, 米(미)는 미국이 미국(美國)으로 굳어지기 전 일본식으로 쌀이 많이 나라라는 의미로 일컬었던 한자이다. [본문으로]
    2. 漫遊: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노닒. [본문으로]
    3. 청구(靑邱)는 나혜석의 전남편 김우영의 아호(雅號)이다. [본문으로]
    4. 知悉: 모든 형편(形便)이나 사정(事情)을 자세(仔細)히 앎, 죄다 앎. [본문으로]
    5. 未曾有: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음. [본문으로]
    6. 自失: 자시자신을 잊음; 얼이 빠져서 마음에 무엇을 잃음. [본문으로]
    7. 內省: 자기의 사상이나 언동(言動) 따위를 스스로 돌이켜 봄. [본문으로]
    8. 忍從: 묵묵히 참고 좇는 일. [본문으로]
    9. 학사모와 같이 생긴, 윗면이 네모난 모자. [본문으로]
    10. 특별한 관심이 없어 데면데면하다. [본문으로]
    11. 克己: 자기의 감정이나 욕심 따위를 이성적인 의지로써 눌러 이김. [본문으로]
    12. 情誼: 서로 사귀어 친해진 정. [본문으로]
    13. 다른 개인이나 패에 대하여 이편의 힘이 될 일가나 친척. [본문으로]
    14. 滋味: 자양분이 많고 좋은 맛, 또는 그러한 음식. [본문으로]
    15. 기생을 두고 술과 요리를 함께 파는 집. [본문으로]
    16. 不睦: 일가(一家) 사이에 서로 화목하지 아니함. [본문으로]
    17. 舊習: 예전부터 내려오는 낡은 풍습. [본문으로]
    18. 나혜석의 애인이었던 최린. [본문으로]
    19. 共鳴: 남의 사상이나 감정, 행동 따위에 공감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따르려 함. [본문으로]
    20. 恩賜金: 은혜롭게 베풀어 준 돈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상전이 내려 준 돈을 이르던 말. [본문으로]
    21. 發露: 숨은 것이 겉으로 드러나거나 숨은 것을 겉으로 드러냄. 또는 그런 것. [본문으로]
    22. 엘렌 캐롤리나 소피아 케이는 스웨덴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이다. [본문으로]
    23. 肉迫: 적에게 몸으로 다가감. [본문으로]
    24. 나혜석의 이혼한 전남편 김우영. [본문으로]
    25. 다른 사람을 꾀어서 무엇을 하도록 하다. [본문으로]
    26. 딸 김나열, 아들 김선, 김진, 김건. [본문으로]
    27. 나혜석의 애인이었던 최린. 김우영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본문으로]
    28. 김우영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것을 요구한 당시 나혜석은 만 2년 동안 양측 모두 재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요구하여 김우영이 이에 도장을 찍었고 시가 식구들도 ‘설마 김우영이 수속을 밟겠느냐, 김우영은 복수심으로 기생을 데리고 논다지만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키우자’하였는데 이 서약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본문으로]
    29. 復籍: 이혼이나 파혼, 파양 등으로 인해 원래의 본가로 돌아가는 일. 이 경우에는 남편과 이혼하여 남편과의 가정에서 벗어나 본가 호적에 다시 이름을 올린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30. 실내에 좌석을 마련해 두고 차나 음료수를 파는 곳 [본문으로]
    31. 나혜석의 영문명 ‘Rha’를 뜻한다. [본문으로]
    32. 제짝이 아닌 다른 열쇠로 여는 짓. [본문으로]
    33. 함경북도 경성군 주을읍 온천동에 있는 온천. [본문으로]
    34. 함경남도 북동부에 있는 군. [본문으로]
    35. 南畵. 일본에서 18~19세기에 유행한, 중국과 조선에서 수용한 남종 문인화풍의 그림. [본문으로]
    36. 김우영과의 결혼 생활 중, 나혜석이 조선미술대회에 입상하자 김우영은 이를 자랑하며 ‘여자는 남자의 부속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에 나혜석은 분개하여 자신의 그림이 남편 김우영의 위신을 드높이는 도구가 되었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 [본문으로]
    37. 歐米. 歐(구)는 유럽을 ‘구라파’로 읽은 한자이며, 米(미)는 미국이 미국(美國)으로 굳어지기 전 일본식으로 쌀이 많이 나라라는 의미로 일컬었던 한자이다. [본문으로]
    38. 男負女戴. 남자는 짐을 지고 여자는 짐을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지 못하고 온갖 고생을 하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본문으로]
    39. 辛酸. 음식의 맛이 맵고 신 것처럼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고생스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본문으로]
    40. 料理집. 기생을 두고 술과 요리를 함께 파는 집. [본문으로]
    41. ‘긋기다’는 ‘헤매다’의 옛말이다. [본문으로]
    42. ‘활동사진(活動寫眞)’은 ‘영화’의 옛말이다. [본문으로]
    43. 일(일껏). [본문으로]
    44. 日進月步. 날로 달로 끊임없이 나아짐. [본문으로]
    45. 第一線. 일이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의 맨 앞장. [본문으로]
    46. 청구(靑邱)는 김우영의 아호(雅號)이다. [본문으로]
    47. 주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양. [본문으로]
    48. 기혼 (유자녀) 여성이 자신의 뜻(나혜석의 경우에는 예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가정과의 사이에서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21세기에도 자신의 일이 적성에 맞는 맞벌이 부부가 육아를 이유로 한 명의 실직을 요할 때 절대 다수의 경우에는 여성이 실직하며, 일과 가정을 함께 ‘챙기는’ 여성이 ‘원더우먼’, ‘슈퍼우먼’ 등으로 불리고, 남편의 옷매무새나 아이의 차림새에 문제가 있을 때 남성 본인이나 아빠의 존재 대신 아내와 어머니라는 존재의 보살핌을 당연스레 요구한다. [본문으로]
    49. 傑士.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 [본문으로]
    50. 심신(心身)을 닦고 집안을 정제(整齊)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天下)를 평정(平定)함. [본문으로]
    51. 예술로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가정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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