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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젠더, 퀴어이론/문학

[원문/현대국어해석] 나혜석 - 어머니와 딸

by 소하리바 2022. 1. 28.

목차

     

    「나는 그 잘낮다는 녀자들 부럽지 않아」
    "나는 그 잘났다는 여자들, 부럽지 않아."

    틈만나면 한운의 방에 와서 「히々 허々」하는 주인마누라는 오날 저녁에도 또 한운과 리긔봉과 마조 안저 아랫방에 잇는 김선생 귀에 들니라고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여 말했다.
    틈만 나면 한운의 방에 와서 "히히, 허허"하는 주인 마누라는 오늘 저녁에도 또 한운과 이기봉과 마주앉아 아랫방에 있는 김 선생 귀에 들리라고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여 말했다.

    「왜요」
    "왜요?"

    리긔봉은 주인마누라의 심사를 잘 아는터이라 또 무슨 말인가 하고 드러보기 위하야 이렇게 물었다.
    이기봉은 주인 마누라의 심사를 잘 아는 터라 또 무슨 말인가, 하고 들어보기 위해 이렇게 물었다.

    「녀자란걷은 침선방적을 하야 살림을 잘하고 남편의 밥을 먹어야 하는 거시야」
    "여자란 것은 침선방적을 하여 살림을 잘하고 남편의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야."

    오날은 갑을병(甲乙丙)과 마조안고 내일은 이로하(イロハ)와 마조안게되고 때로는 ABC와도 말하게 되는 이 여관집 마누라는 여러번 좌석에서 신여자 논란이 나는 것을 만히 주서 드렀다 그리하야 그중에 이런 말이 제일 머리에 백혔든 것이었다.
    오늘은 한국인과 마주앉고 내일은 일본인과 마주앉게 되고 때로는 미국인과도 말하게 되는 이 여관집 마누라는 여러 번 좌석에서 신여성 논란이 나는 것을 많이 주워들었다. 그리하여 그 중에 이런 말이 제일 머리에 박혔던 것이었다.

    「왜요 신녀성은 침선방적을 못하나요 남편의 밥보다 자긔 밥을 먹으면 더 맞있지」
    "왜요? 신여성은 침선방적을 못 하나요? 남편의 밥보다 자기 밥을 먹으면 더 맛있지."

    일년 전에 리혼을 하고 다시 신녀성에게 호긔심을 두고 잇는 리긔봉은 이렇게 반항하였다. 이에 대하야 다시 주인마누라는 처음과 같이 강한어조로 반항할 힘이 없었다.
    일 년 전에 이혼을 하고 다시 신여성에게 호기심을 두고 있는 이기봉은 이렇게 반항하였다. 이에 대하여 주인 마누라는 처음과 같이 반항할 힘이 없었다.

    「드르라고 그랬지」(손구락으로 아랫방을 가라치며)
    "들으라고 그랬지." (손가락으로 아랫방을 가리키며)

    한운은 리긔봉의 엽흘 꾹 찌르며 이렇게 말한다.
    한운은 이기봉의 옆을 꾹 찌르며 이렇게 말한다.

    「아니 그런대 아래방에서는 혼자 밤낮 무엇을 하고 잇는 모양이야」
    "아니, 그런데 아랫방에서는 혼자 밤낮 무엇을 하고 있는 모양이야."

    주인마누라의 성미를맛추어 이렇게 다시 화제를 리긔봉은 이었다.
    주인 마누라의 성미에 맞추어 이렇게 다시 이기봉은 화제를 이었다.

    「소설을 쓴다나 무엇을 한다나」
    "소설을 쓴다나, 무엇을 한다나."

    입을 빗죽하는 주인마누라는 무엇을 지주함인지 무슨의미인지 대체 알길이 없었다.
    입을 비쭉대는 주인 마누라는 지주함인지 무슨 의미인지 대체 알 길이 없었다.

    「남이 소설을 쓰거니 무엇을하거니 주인이 그렇게 배가 앞흘것이 무엇 잇소」
    "남이 소설을 쓰든, 무엇을 하든, 주인이 그렇게 배가 아플 것이 무엇 있소?"

    주인마누라는 무슨말을 할 듯へ 하다가 입을 다문다.
    주인 마누라는 무슨 말을 할 듯 하다가 입을 다문다.

    「왜 그래요 글세」
    "왜 그래요, 글쎄."

    리긔봉은 무엇보다 그 주인마누라의 대담히 아는 체 하는 것이 더 듯고 싶었다.
    이기봉은 무엇보다 그 주인 마누라가 대담히 아는 체하는 것이 더 듣고 싶었다.

    「녀자가 잘나면 못써」
    "여자가 잘나면 못 써."

    「남자는 잘나면 쓰구요」
    "남자는 잘나면 쓰구요?"

    「남자도 넘어 잘나면 못쓰지」
    "남자도 너무 잘나면 못 쓰지."

    「그럼 알마치 잘나야겟군 좀 어려운걸」
    "그럼 알맞게 잘나야겠군, 좀 어려운 걸."

    리긔봉은 입맞을 쩍々 다신다 다시 밧삭 대 앉으며
    이기봉은 입맛을 쩝쩝 다신다. 다시 바싹 대 앉으며

    「주인 대체 녀자나 남자나 잘나면 못쓴다니 왜 그럿소 말 좀 드러 봅시다」
    "주인, 대체 여자나 남자나 잘나면 못 쓴다니, 왜 그렇소? 말 좀 들어 봅시다."

    「내야 무식하니 무얼 알겟소마는 녀자가 잘나면 남편에게 순종치 아니하고 남자가 잘나면 게집 고생식켜」
    "나야 무식하니 무얼 알겠소만은, 여자가 잘나면 남편에게 순종하지 아니하고 남자가 잘나면 계집을 고생시켜."

    「그건 꼭 그렀오 인제 아니까 주인이 큰 철학가요 문학가거든」
    "그건 꼭 그렇소. 인제 아니까 주인이 큰 철학가요, 문학가거든."

    한참 비행긔를 태었다 그렇고 그것은 상대자의 인격이 부족한 때 남기는 현실이오 도회지나 문명국에는 다소 정돈이 되였으나 과도긔에 잇는 미문명국이나 지방에서는 아직도 사실로 잇다는 설명을 하고 싶었으나 알아들을 것 같지 아니하야 고만두고 비행긔만 태운 것이었다.
    한참 비행기를 태웠다. 그렇고 그것은 상대자의 인격이 부족할 때 남기는 현실이오, 도회지나 문명국에는 다소 정돈이 되었으나 과도기에 있는 미문명국이나 지방에서는 아직도 사실로 있다는 설명을 하고 싶었으나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아 그만두고 비행기만 태운 것이었다.

    「그말도 일리가 잇는말이야」
    "그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야."

    한운은 이렇게 말하며 검은 눈을 끔먹々々하고 내러오는 머리를 한번식 다듬었다.
    한운은 이렇게 말하며 검은 눈을 끔벅끔벅하고 내려오는 머리를 한 번씩 다듬었다.

    「왜 그럿소 어대 드러봅시다」
    "왜 그렇소? 어디 들어 봅시다."

    리긔봉은 한운의 말에 반색을 하야 대들었다.
    이기봉은 한운의 말에 반색을 하여 대들었다.

    「잘난 녀자도 이혼하고 잘난 남자도 이혼하는 것은 사실아니오」
    "잘난 여자도 이혼하고, 잘난 남자도 이혼하는 것은 사실 아니오?"

    「그건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맛지가 않아서 그런것이지」
    "그건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맞지가 않아서 그런 것이지."

    「결국 맛지안는다는 것이 누가 잘낟든지 잘나서 그런것아니오」
    "결국 맞지 않는다는 것이 누가 잘났든지 잘나서 그런 것 아니오."

    「다 진보하랴는 사람의 본능에서 생기는 사실이겠지」
    "다 진보하려는 사람의 본능에서 생기는 사실이겠지."

    자긔가 리혼을 한 사실이 있는 리긔봉은 대답이 좀 약해젓다 아직 미성혼중으로 장래를 꿉꾸고 있는 한운에게는 어대까지 리혼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자기가 이혼을 한 사실이 있는 이기봉은 대답이 좀 약해졌다. 아직 미성혼 중으로 장래를 꿈꾸고 있는 한운에게는 어디까지 이혼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리혼 안하면 진보할 수 없나」
    "이혼 안 하면 진보할 수 없나?"

    「불만족한데서 만족을 차지려니까 그렇지」
    "불만족한 데서 만족을 찾으려니까 그렇지."

    「그렇면 당초붙어 혼자 살지 자긔가 자긔를 만족한다면 모르거니와 타인을 상대하야 만족을 구한다는 것은 될 말이 아니야」
    "그러면 당초부터 혼자 살지, 자기가 자기를 만족하면 몰라도 타인을 상대하여 만족을 구한다는 것은 될 말이 아니야."

    「그렇게까지 어렵게 드러가자면 한이 없고 혼자 살잔 말도 못되고 어려운 문제야」
    "그렇게까지 어렵게 들어가자면 한이 없고 혼자 살자는 말도 못 되고. 어려운 문제야."

    리긔봉은 음울해지면서 자긔가 지금 무직으로 놀고있난 것 엇던 녀성이 자긔 안해가 되여 자긔를 만족히 하야줄가 하는 것을 묵상하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주인은 다시 말을 끄집었다.이기봉은 음울해지면서 자기가 지금 무직으로 놀고 있는 것, 어떤 여성이 자기 아내가 되어 자기를 만족하게 해 줄까 하는 것을 묵상하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주인은 다시 말을 끄집어냈다.

    「글세 그년이 김선생이 온 뒤로붙어 시집을 안갈냐고 하고 공부만 더해지라니 엇저겠소」
    "글쎄, 그 년이 김선생이 온 뒤로부터 시집을 안 가려고 하고 공부만 더하려 하니 어쩌겠소."

    「할수만 있스면 공부를 더 식히는 것이 좋치요」
    "할 수만 있으면 공부를 더 시키는 것이 좋지요."

    「공부는 더 해 무엇 하겠오 고등녀학교 했으면 족하지」
    "공부는 더 해 무엇하겠어? 고등여학교 했으면 족하지."

    「녀자도 전문교육을 받어야 해요 녀자의 일생처럼 위태한 것이 어테 있나요」
    "여자도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해요. 여자의 일생처럼 위태한 것이 어디 있나요."

    「그렇기에 잘난 녀자가 되지 안는 것이 좋와」
    "그렇기에 잘난 여자가 되지 않는 것이 좋아."

    「제 한 몸을 추수를 할만 한 전문 없이 불행에 이른다면 부모형뎨 친구를 괴롭게 하니까 결국 마찬가지야」
    "제 한 몸 추스를 만한 전문 없이 불행에 이른다면 부모형제친구를 괴롭게 하니까 결국 마찬가지야."

    「잘나지 아느면 불행에 이르지않치」
    "잘나지 않으면 불행에 이르지 않지."

    「아니 그렇면 돌쇠어머니는 어째서 남편과 생리별을 하고 이 여관집 밥 어멈 노릊을 하구 있소」
    "아니, 그러면 돌쇠 어머니는 어째서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이 여관집 밥어멈 노릇을 하고 있소?"

    「다 팔자소관이니까 그렇치」
    "다 팔자 소관이니까 그렇지."

    주인은 대답할 말이 없어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은 대답할 말이 없어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게 말하면 다 그렇치요」
    "그렇게 말하면 다 그렇지요."

    리긔봉은 더 말해야 아라들을 것 같지 아니하야 이렇게 간단히 말해버렸다.
    "이기봉은 더 말해봐야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아 이렇게 간단히 말해 버렸다."

    「우리 화토나 합세다」
    "우리 화투나 합시다."

    다 듯기 실타는 듯이 한운은 책상 설압에서 화토를 끄냈다.
    더 듣기 싫다는 듯이 한운은 책상 서랍에서 화투를 꺼냈다.

    「막고 내기 화토나 할가 이백끗에 막고 한각식」
    "맞고 내기 화투나 할까, 이백 끗에 맞고 한 각씩."

    세 사람은 다 각기 들고 안졌다.
    세 사람은 다 각기 들고 앉았다.

    아침 일즉안이 주인마누라는 김선생 방에 드러섰다.
    아침 일찍 주인 마누라는 김 선생 방에 들어섰다.

    「어서오십쇼 이리 뜨듯한대로 내려오십쇼」
    "어서 오십쇼, 이리 뜨뜻한 데로 내려오십쇼."

    김선생은 쓰든 원고를 집어 치우면서 말했다.
    김 선생은 쓰던 원고를 집어 치우면서 말했다.

    「밤 낮 무엇을 그리 쓰시고 게시오」
    "밤낮 무엇을 그리 쓰시고 계시오?"

    「무얼 공연히 작란하고 있지요」
    "뭘 공연히 쓰고 있지요."

    「밤 낮 혼자서 고적하지 않아요」
    "밤낮 혼자서 고적하지 않아요?"

    「무얼요 졸업을 해서요 그러고 고적한 것을 익여넹기는공부를 하고있음니다」
    "뭘요. 졸업을 해서요. 그리고 고적한 것을 이겨 넙기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수양이 깊으신 어른이란 달나」
    "수양이 깊으신 어른이란 달라."

    「그렇치도 않치요」
    "그렇지도 않지요."

    「엇저면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셨서」
    "어쩜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셨어."

    「많이 하긴 무엇을 많이 해요」
    "많이 하긴, 무엇을 많이 해요."

    「참 녀자로 훌늉하시지」
    "참 여자로 훌륭하시지."

    「천만에」
    "천만에."

    「공부해가지고 다 김선생같이 되랴면 누가 공부를 않이해요」
    "공부해 가지고 다 김 선생처럼 된다면 누가 공부를 안 해요."

    「왜요」
    "왜요?"

    김 선생은 어제밤 윗방에서 허든 말을 드른터이라 이 마누라가 무슨 또 변덕이 생겼나 하고 이렇게 물었다.
    김 선생은 어젯밤 윗방에서 하던 말을 들은 터라 이 마누라가 무슨 또 변덕이 생겼나, 하고 이렇게 물었다.

    「우리내같이 쌍일을 할가 곱게 안저서 글이나 쓰고 신선노름이지」
    "우리네같이 상일을 할까? 곱게 앉아서 글이나 쓰고, 신선놀음이지!"

    「……」
    "……."

    김선생은 「당신네들이 팔자가 좆소이다」하고 싶었스나 그렇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야 아모 대답을 않이하였다.
    김 선생은 '당신네들이 팔자가 좋소이다' 하고 싶었으나 그리 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아무 대답을 아니하였다.

    「그렇게 소설을 써서 잡지사에 보내면 얼마나 주나요」
    "그렇게 소설을 써서 잡지사에 보내면 얼마나 주나요?"

    「심々하니까 쓰고 있지요」
    "심심하니까 쓰고 있지요."

    일백 오십원 현상소설을 쓰고 이딴 말을 않이하였다.
    일백 오십 원 현상 소설[각주:1]을 쓰고 있단 말을 아니하였다.

    『그래도 드르니까 돈을 많이 버신다든데」
    "그래도 들어 보니 돈을 많이 버신다던데."

    「그짓말이지요」
    "거짓말이지요."

    과거에 현상소설에 몇 번 당선하야 수 백원 번 것 신문지상 장편소설에 수백원 번 것 매삭 잡지에 투호 원고로 받난 것 적지 않으나 자긔 자랑같하야 말하지 아니했다.
    과거에 현상 소설에 몇 번 당선되어 수백 원 번 것, 신문지상 장편소설에 수백 원 번 것, 매삭 잡지에 투호 원고로 받는 것까지 적지 않으나, 자기 자랑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여행다니시는 것은 많이 버섯기에 하시지」
    "이렇게 여행 다니시는 것은, 많이 버셨기에 하시지."

    「네 저금통장에 수 천원쯤 있지요」
    "네, 저금 통장에 수천 원쯤 있지요."

    형사가 힐문하드시 묻는 이 말에 대하야 귀치않은드시 속이 시원해라 하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본래 김선생은 돈 말이라면 머리를 절々 흔드는 사람이다.
    형사가 힐문하듯이 묻는 이 말에 대하여 귀찮은 듯이 속이 시원해라, 하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본래 김 선생은 돈에 대한 말이라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다.

    「아이구머니나 저런」
    "아이구머니나, 저런!"

    「밥갑 떼일가봐 걱정은 마십쇼」
    "밥값 떼일까 봐 걱정은 마십쇼."

    「온 천만에」 / 「그런데 김선생」
    "천만에. 그런데 김 선생."

    「네」
    "네."

    「이렇케 여관에 게시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요」
    "이렇게 여관에 계시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요?"

    「그거야 내가 아러채서 할 일이지요」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요."

    「저기 방 하나를 말해 놓앗는대」
    "저기 방 하나를 말해 놓았는데."

    「그렇면 나더러 나가달나는 말삼이요」
    "그러면 나더러 나가 달라는 말씀이오?"

    「방 하나 엇어서 밥 지어 먹으면 얼마 들지 안을 것이 않이야요 경제시대에 경제를 해야지」
    "방 하나 얻어서 밥 지어 먹으면 얼마 들지 않을 것 아니어요? 경제 시대에 경제를 해야지."

    「고맙습니다마는 주인으로 안저서 손에 대한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요」
    "고맙습니다마는 주인으로 앉아서 손님에 대한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요."

    김선생의 얼골에는 노긔가 좀띄었다 주인은 미안이 역이면서
    김 선생의 얼굴에 노기가 좀 띠었다. 주인은 미안하게 여기면서

    「다 형뎨같이 생각을 하니까 그렇치요」
    "다 형제같이 생각을 하니까 그렇지요."

    「남과 똑같이 밥갑 내고 있는데 나가라 드러가거라 할 필요가 있오」
    "남과 똑같이 밥값 내고 있는데 나가라, 들어가거라 할 필요가 있소?"

    「……」
    "……."

    「나는 다른대로 옴기지않겠오 나는 본래 한곧에 자리를 정하면 꽉 백혀있는 성미오」
    "나는 다른 데로 옮기지 않겠소. 나는 본래 한 곳에 자리를 정하면 꽉 박혀 있는 성미요."

    자긔가 지금 겨우 자리를 잡고 침착이 쓰고 있는 창작이 자리를 뜨면 또 얼마간 글을 못 쓸 것을 잘 아는 김선생은 다소 불쾌를 늦겻스나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지금 겨우 자리를 잡고 침착히 쓰고 있는 창작이, 자리를 뜨면 또 얼마간 글을 못 쓸 것을 잘 아는 김 선생은 다소 불쾌를 느꼈으나 이렇게 말했다.

    「대체 날더러 나가라는 까닭은 무엇이오 좀 알고나 봅시다」
    "대체 나더러 나가라는 까닭은 무엇이오, 좀 알고나 봅시다."

    「낸들 손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실레되난 줄 알면서도 그랬지요」
    "난들 손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실례되는 줄 알면서도 그랬지요."

    「무슨 까닭이야요」
    "무슨 까닭이어요?"

    「아니 글세말이야요 근묵자흑으로 선생이 온 후로는 우리 영애란 년이 시집 안가겠다 공부를 더해지라니 대체 녀자가 공부는 더 해서 무엇한답데가」
    "아니, 글쎄 말이오. 근묵자흑으로 선생이 온 후로는 우리 영애란 년이 시집 안 가겠다, 공부를 더 하겠다 하니 대체 여자가 공부는 더 해서 무엇한답디까?"

    「그러면 학비대실 수는 있나요」
    "그러면 학비를 대실 수는 있나요?"

    「돈도 없어니와 돈이 있서도 안식혀요」
    "돈도 없거니와, 돈이 있어도 안 시켜요."

    「그건 왜요」
    "그건 왜요?"

    「녀자가 남편에 밥 먹으면 고많이지요」
    "여자가 남편 밥 먹으면 그만이지요."

    「남편에 밥 먹다가 남편에 밥 못먹게 되면 엇지나우」
    "남편이 벌어온 밥 먹다가 남편이 벌어온 밥 못 먹게 되면 어쩌나요?"

    「잘난 녀자가 그러치요」
    "잘난 여자가 그렇지요."

    「못난녀자가 그렇게 되면 엇저나우」
    "못난 여자가 그렇게 되면 어쩌나요?"

    「그렇치 안을대로 시집을 보내지요」
    "그렇지 않을 곳으로 시집을 보내지요."

    「누구는 처음붙어 그렇케 시집을 간답데가」
    "누구는 처음부터 그렇게 시집을 간답디까?"

    「녀자가 더 배호면 무얼해요」
    "여자가 더 배우면 뭘 해요?"

    「더 배울수록 좇치요 많이 아는 것 밧게 있나요」
    "더 배울수록 좋지요. 많이 아는 것밖에 있나요?"

    「많이 알면 무얼해요 자식 나코 살님 하면 고만인걸요」
    "많이 알면 무얼 해요? 자식 낳고 살림하면 그만인 걸요."

    「그야 그럿치요만 횡포한 남자만믿고 살 세상이 못됨니다」
    "그야 그렇지만 횡보한 남자만 믿고 살 세상이 못 됩니다."

    「김선생은 저런 말을 늘 우리영애란 년에게 해들니々까 안됏지요」"김 선생은 저런 말을 늘 우리 영애란 년에게 해 주니까 안 됐지요."

    「내가 그애에게 말한 적은 없음니다만 말하자면 그러탄 말이지요」
    "내가 그애에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만 말하자면 그렇단 말이지요."

    「그러면 그년이 왜 시집을 안가겠다고 하우」
    "그러면 그 년이 왜 시집을 안 가겠다고 하오?"

    「그야 내가 알리 있오 저도 무슨 생각이 있서서 그러는 것이지 내게 때실 일은 않이고 날더러 나가랄것도 아니오」
    "그야 내가 알 리 있소? 저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지. 내게 따질 일은 아니고 나더러 나가랄 것도 아니오."

    「글쎄 김선생 한운이같은 유망한 청년을 노치면 또 어데가 구해 본단 말이요」
    "글쎄, 김 선생. 한운이 같은 유망한 청년을 놓치면 또 어디서 구해 본단 말이오?"

    「구하면 또 있지요」
    "구하면 또 있지요."

    「글세 내가 한 번 가보앗섯구려」
    "글쎄, 내가 한 번 가 보았었구려."

    「한운씨 집을요」?
    "한운 씨 집을요?"

    「네」!
    "네!"

    「엇대요」?
    "어때요?"

    「나락섬이 싸이고 나무를 바리로 해 싸코 아버지는 학자구 형뎨 화목하겠다. 양반 지체좋겠다 당자 얌젼하겠다 더 골를수 있겠오」
    "나락섬[각주:2]이 쌓이고, 나무를 바리로 해 쌓고, 아버지는 학자고, 형제 화목하겠다, 양반 지체 좋겠다, 당자 얌전하겠다. 더 고를 수 있겠소?"

    「저더러 그랬나요」
    "저더러 그랬나요?"

    「그래구 말구요」
    "그렇고 말고요."

    「무어래요」
    "뭐래요?"

    「실타지」
    "싫대지."

    「왜 실태요」
    "왜 싫대요?"

    「그것은 나보다 김선생이 잘 알거시오」
    "그것은 나보다 김 선생이 잘 알 것이오."

    「어머니에게 못하는 말을 내게다 할나구요」
    "어머니에게 못하는 말을 내게 다 하려구요?"

    「무식한 에미에게 무슨 말을 하겠오 김선생은 다 한통이니까 말이지」
    "무식한 에미에게 무슨 말을 하겠소? 김 선생은 다 한 통이니까 말이지."

    「내게 떼시지 말고 따님을 잘 달내시오」
    "내게 따지지 말고 따님을 잘 달래시오."

    「그년이 내말을 듯나 다시 말하면 내가 사람이 않이오」
    "그 년이 내 말을 듣나. 다시 말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오."

    「무엇이든 내게 말할 필요야 있겠오」
    "무엇이든 내게 말할 필요야 있겠소?"

    「내딸은 김선생이 버려놈넨다」
    "내 딸은 김 선생이 버려놨수다."

    주인은 최후에 말을 던지고 이러선다 김선생은 그의 치마자락을 잡아다니며
    주인은 최후에 말을 던지고 일어선다. 김 선생은 그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과연 그렇다면 내 다른 곧으로 가리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과연 그렇다면 내 다른 곳으로 가리다."

    「……」
    "……."

    「그렇지 말고 영애를 달래서 저 조와하는 사람이 있너냐고 물어보시오」
    "그러지 말고, 영애를 달래서 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시오."

    「그애는 그렇게 연애나 하는 년 아니오」
    "그애는 그렇게 연애나 하는 년 아니오."

    하고 문을 탁 닫고 나간다
    하고 문을 탁 닫고 나간다.

    김선생은 혼자 앉어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우습기도 하고 자미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다 그렇나 자긔 딸이 머리에 떠올났다. 저 모녀와같이 내 마음에 드는대 제가 실타면 엇저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불의의 액운에 당한 것을 자긔 과거 모든 액운 푸로그람 중에 느었다.
    김 선생은 혼자 앉아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우습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 딸이 머리에 떠올랐다. 저 모녀와 같이 내 마음에 드는데 제가 싫다면 어쩌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불의의 액운에 당한 것을 자기 과거 목은 액운 프로그램 중에 넣었다.

    「더 있서서 사건 진행하는 것을 구경할가」
    "더 있어서 사건 진행하는 것을 구경할까?"

    하다가
    하다가

    「예라 다 구치않아 또 무슨 액운에 들을지 아나」
    "에라, 다 귀찮아. 또 무슨 액운에 들을 지 아나!"

    하고 이 여관을 떠나기로 하고 흐트러진 짐을 보았다.
    하고 이 여관을 떠나기로 하고 흐트러진 짐을 보았다.

    「선생님」
    "선생님."

    하고 영애가 드러온다 그 눈에는 눈물 흘은 흔적이 있다.
    하고 영애가 들어온다. 그 눈에는 눈물 흐른 흔적이 있다.

    「어서 드러와」
    "어서 들어와."

    「선생님」
    "선생님."

    하고 영애는 김선생 무릎에 푹 업듸렸다 그 억개는 들석들석 하였다.
    하고 영애는 김 선생 무릎에 푹 엎드렸다. 그 어깨는 들썩들썩하였다.

    「울지 말고 다 말을 해」
    "울지 말고 다 말을 해."

    「……」
    "……."

    「영애」
    "영애."

    「네」
    "네."

    영애는 이러앉으며 주루々흘은 눈물을 치마자락으로 씻는다
    영애는 일어나 앉으며 주르륵 흐른 눈물을 치맛자락으로 씻는다.

    「어떤 사람과 약속해 논 일이 있는가」
    "어떤 사람과 약속해 놓은 일이 있는가?"

    「없어요」
    "없어요."

    「글세 나도 보기에 없는 것 같은대」
    "글쎄, 내가 보기에도 없는 것 같은데."

    「없어요」
    "없어요."

    「그렇면 어머니가 좋은 사람 구해노코 시집가라는대 왜 실태 응?」
    "그러면 어머니가 좋은 사람 구해 놓고 시집 가라는데 왜 싫대, 응?"

    「싫어요」
    "싫어요."

    「시집가기가 실탄 말인가 한운 그 사람이 실탄 말인가」
    "시집 가기가 싫단 말인가, 한운 그 사람이 싫단 말인가?"

    「시집 가기도 싫고 그 사람도 싫여요」
    "시집 가기도 싫고 그 사람도 싫어요."

    「그렇면 어떻게 할 작정이야」
    "그러면 어떻게 할 작정이야."

    「죽었으면」
    "죽었으면."

    「정 죽어야 할 일이면 죽기도 하는 것이지」
    "정 죽어야 할 일이면 죽기도 하는 것이지."

    「선생님」
    "선생님."

    「응」
    "응."

    「저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저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돈 있어」
    "돈 있어?"

    「고학이라도 해서」
    "고학[각주:3]이라도 해서."

    「그렇게 맘대로 되나」
    "그렇게 맘대로 되나."

    「아이구 죽었스면」
    "아이구. 죽었으면!"

    「죽는 것은 남하고 의논하는 것이 아니야」
    "죽는 것은 남하고 의논하는 것이 아니야."

    「아이구 선생님」
    "아이구 선생님!"

    영애 눈에는 다시 눈물이 글성々々한다.
    영애 눈에는 다시 눈물이 글썽글썽한다.

    「어머니가 학비 주실 능력이 없으신가?」
    "어머니가 학비 주실 능력이 없으신가?"

    「없어요!」
    "없어요!"

    「다른 친척 중에는 학비 줄만한 사람이 없나?」
    "다른 친척 중에는 학비 줄 만한 사람이 없나?"

    「없어요!」
    "없어요!"

    「재조를 보면 앗가운대」
    "재주를 보면 아까운데."

    「누가 좀 대주었으면 졸업하구 벌어 갑게」
    "누가 좀 대주었으면. 졸업하고 벌어서 갚게."

    「버러 갑흘지 못 갑흘지 그건 모를 말이구 누가 그런 고마운 사람이 있나」
    "벌어 갚을지 못 갚을지 그건 모를 말이구, 누가 그런 고마운 사람이 있나?"

    「선생님 그럴 사람이 없을가?」
    "선생님, 그럴 사람이 없을까요?"

    「내라도 돈이 있으면 대여주겠구면 돈이 있어야지」
    "나라도 돈이 있으면 대 주겠지만 돈이 있어야지."

    「부자사람들 돈 좀 나 좀 주지」
    "부자 사람들 돈 좀 나 좀 주지."

    「공부를 하면 무엇을 전문하겠어?」
    "공부를 하면 무엇을 전문하겠어?"ㅇ

    「문학이야요」
    "문학이어요."

    「문학?」 / 「좋치」
    "문학? 좋지."

    「어렵지요」
    "어렵지요."

    「어렵기야 어렵지만 잘만 하면 좋지 영애는 독서를 많이 해서 문학을 하면 좋을터이야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사는 것이 사는 맛이 있으니까 조흔 창착을 발표하야 사회적으로 한 사람이 된다면 더 기뿐 것이 없는 것이야」
    "어렵기아 어렵지만 잘만 하면 좋지. 영애는 독서를 많이 해서 문학을 하면 좋을 테야.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사는 것이 사는 맛이 있으니까 좋은 창작물을 발표해서 사회적으로 된 사람이 된다면 더 기쁜 것이 없는 것이야."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죽겠다."

    「그렇게 망상 말고 갓갑고 쉬운 길을 취해」
    "그렇게 망상하지 말고 가깝고 쉬운 길을 취해."

    「무슨 길이야요」
    "무슨 길이오?"

    「돈 없어서 공부 못하게되니 시집가야 할 것 않인가」
    "돈 없어서 공부를 못하게 되니 시집을 가야 할 것 아닌가?"

    「싫어요」
    "싫어요."

    「아마 한운이 싫치」
    "아마 한운이 싫지."

    「네 싫여요」
    "네, 싫어요."

    「왜 었대서」
    "왜, 어때서?"

    「ナツテイナノデスヨ」
    "사람이 덜 되었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꼭 맘에 드러 하시는대」
    "그래도 어머니는 꼭 마음에 들어 하시는데."

    「한 사람 노릇은 할지모르나 사회적 인물은 못되고」
    "한 사람 노릇은 할 지 모르나 사회적 인물은 못 되고."

    「한 사람 노릇하면 고만이지」
    "한 사람 노릇하면 그만이지."

    「선생님 지금 무엇이라고 하셨어요」
    "선생님, 지금 무어라고 하셨어요?"

    「한 사람 노릊하면 즉 사회적 인물이지」
    "한 사람 노릇하면 즉 사회적 인물이지."

    「그러면 너도 나도 다 그렇케요」
    "그러면 너도나도 다 그렇게요?"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난 그사람이 싫여요」
    "난 그 사람이 싫어요."

    「왜 그래 나 보기에는 조튼데」
    "왜 그래, 내가 보기에는 좋던데."

    「イクチナイオトコ(의지가 박약한 남자)야요」
    "변변치 못한 남자(いくちない男)예요."

    「좀 어리긴 어려」
    "좀 어리긴 어려."

    「モノニナシテイナイ 한걸」
    "사람이 안 되어 있는 걸."

    「그렇면 어머니더러 다른 사람을 구해달나지」
    "그러면 어머니더러 다른 사람을 구해 달라지?"

    「싫어요」
    "싫어요."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다 싫으면 어떠케 해」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다 싫으면 어떻게 해?"

    「죽고만 싶어요」
    "죽고만 싶어요."

    「그것도 공상 어서 속히 좌우간 결정을 해야 オチシク(안정)해지々[지] 겻헤사람까지 イラヘ(초조)해지난구면」
    "그것도 공상. 어서 속히 좌우간 결정을 해야 안정해지지, 곁의 사람까지 초조해지는구먼."

    「아이구머니 어머니가 내려오시네」
    "아이구머니, 어머니가 내려오시네."

    영애는 허둥지둥 이러난다.
    영애는 허둥지둥 일어난다.

    「어서 가 봐 나하고 무슨 의논이나 한 줄 아시겠구면」
    "어서 가 봐. 나하고 무슨 의논이나 한 줄 아시겠구먼."

    「제가 이방에 오는 것을 제일 시려하십니다」
    "제가 이 방에 오는 것을 제일 싫어하십니다.

    「그렇게 말이지」
    "그러게 말이지."

    「선생님 또 올께요」
    "선생님, 또 올게요."

    영애는 속히 나간다.
    영애는 속히 나간다.

    「이년 이때 자빠저 자니」
    "이 년, 이때 자빠져 자니?"

    주인마누라는 영애 혼자 누어 자는 방은로 드러가자 마자 이불을 잡아 벳기고 잡아서 뚜듸리고 소리를 높여 외친다.
    주인 마누라는 영애 혼자 누워 자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이불을 잡아 벗기고 잡아서 때리고 소리를 높여 외친다.

    「이년 한나절까지 잡빠저 자고 해다 주는 밥 먹고 밤낮 책만 듸려다 보면 옷이 나니 밥이 나니 이년 보기 실타 어데로 가버려라」
    "이 년, 한나절까지 자빠져 자고, 해다 주는 밥 먹고, 밤낮 책만 들여다보면 옷이 나니 밥이 나니! 이 년, 보기 싫다. 어디로 가 버려라."

    「아이구ヘ 어머니 잘못했어요」
    "아이구, 어머니 잘못했어요."

    「이년 너같이 잘난 년이 잘못한 것이 무었 있겠니」
    "이 년, 너 같이 잘난 년이 잘못한 것이 무엇 있겠니."

    「……」
    "……."

    「이년 너같이 잘난 년은 나는 보기 실타 썩 어대로 가버려라」
    "이 년, 너 같이 잘난 년은 나는 보기 싫다. 썩 어디로 가 버려라."

    「어대로 가요」
    "어디로 가요?"

    「아모데로나 가지 너 연애하는 서방에게로 가럄」
    "아무 데로나 가지. 너 연애하는 서방에게로 가렴."

    「어머니도 망녕이시지」
    "어머니도 망령이시지."

    「너 조와하는 대가 있으니까 시집을 안간다지」
    "너, 좋아하는 데가 있으니까 시집을 안 간다지."

    「없어요」
    "없어요."

    「이년 나는 너를 사람되라고 고등녀학교까지 공부를 시켰더니 지금 당해서는 후회막급일다」
    "이 년, 나는 너를 사람 되라고 고등여학교까지 공부를 시켰더니 지금 당해서는 후회막급이다."

    「……」
    "……."

    「이년 에미말 듯지안는 자식 무어세 쓰겠니 심청이는 제 몸을 팔아서 그아버지 눈을 띄우지 아니했니 나와 너는 아모 상관없는 사이다 오날 지금이라도 곳 나가거라」
    "이 년. 에미 말 듣지 않는 자식, 무엇에 쓰겠니! 심청이는 제 몸을 팔아서 그 아버지 눈을 띄우지 아니했니! 나와 너는 아무 상관 없는 사이다. 오늘 지금이라도 곧 나가거라!"

    또 뚜듸린다
    또 때린다.

    「아야ヘ」
    "아야!"

    「이년 죽든가 나가버리든지 해라 꼴 보기 싫다」
    "이 년. 죽든가 나가 버리든지 해라. 꼴 보기 싫다!"

    「아야 다시는 안그래요」
    "아야, 다시는 안 그래요."

    「나가라니까 다시는 안그랜단 말이 무슨 말이야」
    "나가라니까 다시는 안 그런단 말이 무슨 말이야."

    이때 듯다 못하야 김선생이 문을 열고
    이때 듣다 못하여 김 선생이 문을 열고

    「여보서요 여보서요 이리 좀 오서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리 좀 오세요."

    어느날 저녁 밥 뒤다 한운이 김선생 방으로 드러오며
    어느 날 저녁 밥 먹다 한운이 김 선생 방으로 들어오며

    「심々해서 좀 놀너왔음니다」
    "심심해서 좀 놀러 왔습니다."

    「잘오십니다 앉으십쇼」
    "잘 오셨습니다. 앉으십쇼."

    「낮에는 사무실에 가서 밧부게 지내다가 밤이면 심々해요」
    "낮에는 사무실에 가서 바쁘게 지내다가 밤이면 심심해요."

    「사무는 무엇 보십니까」
    "사무는 무엇 보십니까?"

    「농림에 대한 것이지요」
    "농림에 대한 것이지요."

    「참 농림학교 출신이시지」
    "참. 농림학교 출신이시지."

    「녜」
    "네."

    「도청 근무시지요」
    "도청 근무시지요."

    「녜」
    "네."

    「밧부서요」
    "바쁘세요?"

    「녜 상당이 밧뿜니다」
    "네, 상당히 바쁩니다."

    「인제 장가를 들러 가정을 가지서야겠구면」
    "인제 장가를 들어 가정을 가지셔야겠구먼."

    「내 생각갓태서는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으면 조켓는데 어듸 부모형뎨가 가만두어야지요」
    "내 생각 같아서는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으면 좋겠는데 어디 부모형제가 가만 두어야지요."

    「왜 그래요 부々의 락이 인생에 제일인대」
    "왜 그래요? 부부의 낙이 인생에 제일인데."

    「그럴까요 독신보다 구치않을 것 같은데요」
    "그럴까요? 독신보다 귀찮을 것 같은데요."

    「구치안은 가운대 재미가 잇거든요」
    "귀찮은 가운데 재미가 있거든요."

    「왜 조물주가 남자 녀자를 내였는지 모르겠서요」
    "왜 조물주가 남자, 여자를 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남자 녀자가 잇기에 긔々묘々한 세상이 생겻지요」
    "그 남자 여자가 있기에 기기묘묘한 세상이 생겼지요."

    「혼자 사는거지 제일 편할 것 갓태요」
    "혼자 사는 것이 제일 편할 것 같아요."

    「그래도 남녀가 합해야 생활통일이 되고 인격 통일이 되는걸 었재요」
    "그래도 남녀가 합해야 생활통일이 되고 인격 통일이 되는 걸 어째요?"

    「그럴가요」
    "그럴까요?"

    「그러치요 독신자에게는 침착성이 없는걸 었저구」
    "그렇지요. 독신자에게는 침착성이 없는 걸 어쩌고."

    「그건 그런가 봐요 고적하긴 해요」
    "그건 그런가 봐요. 고적하긴 해요."

    「어서 장가를 들으시오」
    "어서 장가를 들으시오."

    「그렇케 쉽게 되나요」
    "그렇게 쉽게 되나요."

    「영애와는 엇지되는 모양이오」
    "영애와는 어찌 되어가는 모양이오?"

    「몰르지요」
    "모르지요."

    「영애와 안되면 다른 곧이라도 구혼해야지」
    "영애와 안 되면 다른 곳이라도 구혼해야지."

    김선생은 그말이 어떤 것을 알기 위하야 이렇케 물었다.
    김 선생은 그 말이 어떤 것을 알기 위하여 이렇게 물었다.

    「다른대 구혼하랴면 발서 했게요」
    "다른 데 구혼하려면 벌써 했게요."

    「그럼 꼭 영애하고 하겟오」
    "그럼 꼭 영애하고 하겠소?"

    「……」
    "……

    「지성즉 감신으로 백도까지 열을 내 보구려 하고저해서 안되는 일이 어대 있겠오」
    "지성이면 감천으로 100도까지 열을 내 보구려. 하고자 해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소?"

    「공부하겠다는 걸요」
    "공부하겠다는 걸요."

    「학비가 있어야지」
    "학비가 있어야지."

    「내가 좀 대고 자긔 어머니가 좀 대고 하면 되지 않켓어요」
    "내가 좀 대고 자기 어머니가 좀 대고 하면 되지 않겠어요?"

    「정말이오 주인더러 그 말을 해보았오」
    "정말이오? 주인더러 그 말을 해 보았소?"

    「공부는 절대로 아니시킨다니까요」
    "공부는 절대로 아니 시킨다 하니까요."

    「한운씨가 꼭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지」
    "한운 씨가 꼭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지."

    「그 어머니가 마음에 들면 무엇하나요 당자끼리 문제지요」
    "그 어머니가 마음에 들면 무엇하나요? 당자끼리 문제지요."

    아직 까마케 알지 못하고 있는 한운은 이러케 말한다
    아직 까맣게 알지 못하고 있는 한운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영애가 한공과 혼인을 아니하것다면 엇저오」
    "만일 영애가 한 공과 혼인을 아니하겠다면 어쩌오?"

    다소간이라도 눈치를 채이라고 이렇케 말했다.
    다소간이라도 눈치를 채라고 이렇게 말했다.

    「……」
    "……."

    「그 말은 고만두고 레코트나 틀옵세다」
    "그 말은 그만두고 레코드나 틉세다."

    김선생은 남의 일에 구설이 무서워서 말을 잘넜다.
    김 선생은 남의 일에 구설이 무서워서 말을 잘랐다.

    「양곡을 좀 드러볼까요」
    "양곡을 좀 들어 볼까요."

    한운도 더 말하고 싶지 아니하야 축음긔를 넛는다.
    한운도 더 말하고 싶지 아니하여 축음기를 넣는다.

    「저것이니 하시지요」
    "저것이니 하시지요."

    카루멘 후아스도 하무렛 말세유 우렁차게도 하는 소리가 끗날 때마다 리긔봉이 방에서는 영애의 간열핀 우슴소리가 새여 드러왔다 한운은 유심히 귀를 기우렸으나 그 나타나는 표정은 아모러치도 아니하였다 공연히 마음을 조리고 마조 안젓는 김선생은
    카르멘 후아스도 하므렛 마르세유, 우렁차게도 하는 소리가 끝날 때마다 이기봉의 방에서는 영애의 가냘픈 웃음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한운은 유심히 귀를 기울였으나 그 나타나는 표정은 아무렇지도 아니하였다. 공연히 마음을 졸이며 마주 앉은 김 선생은

    「아々 천진난만한 청년이여」
    "아아, 천진난만한 청년이여."

    하였다.
    하였다.


     

    1.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매체나 사회 기관 및 단체가 주관한 문예 작품 공모에 당선된 소설. [본문으로]
    2. '볏섬'의 방언. [본문으로]
    3. 학비를 스스로 벌어서 고생하며 배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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