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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젠더, 퀴어이론/논문, 저널, 비문학 출판물

[번역/요약] Rosalind Gill(2007), Analyzing Gender in Media Text (pp. 58-72) 요약 발제문

by 소하리바 2024. 3. 30.

 

담화 분석

‘담화’[각주:1]와 ‘담화 분석’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는 용어들이다. 담화 분석은 텍스트 및 역사에 대한 수많은 포스트구조주의적 접근들과 비판적 언어학, 사회 기호학, 민속 방법론, 대화 분석, 화행 이론을 포함한 다양한 접근법을 말한다.
이 장에서는 담화 분석의 두 가지 관습을 검토한다.

  1. 다양한 텍스트를 엄격하게 분석하는 방법으로서 지난 20년간 사회과학에서 발전한 관습
  2. 다른—역사적 또는 계보학적인—담화 분석을 구성하는 푸코의 아이디어

첫 번째 관습을 논할 때의 담화 분석은 최근 몇 년 동안 사회학자들 및 사회심리학자들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네 가지의 주요 테마를 가지고 있다.

  1. 담화 자체에 대한 관심 (a concern with discourse itself)
  2. 담화 분석가는 담화 뒤에 가려진 어떤 현실이나, 그 현실로 향하는 통로로서의 담화보다는, 담화의 내용과 구성 그 자체에 관심을 둔다.
  3. 언어를 구조적/구성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 (a view of language as constructive and constructed)
  4. 포터와 웨더렐에 따르면 ‘구성’이라는 은유는 (1) 이미 존재하는 언어적 자원으로 담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2) 어떤 기술(account, 記述)의 조합(assembly)이 다른 많은 가능성들 사이에서 선택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밝혀 주며 (3) 우리가 ‘직접적’인 방식이나 무매개적 방식이 아닌 구성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룬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회구성주의적인 이 기본 요점은 포스트구조주의적이고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접근법과 담화 분석의 연결고리를 보다 폭넓게 강조한다. 전통적인 리얼리즘적 언어 모델에서 언어는 투명한 매체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모델과의 단절을 나타내는 것이다.
  5. 행위 형태로서의 담화에 대한 강조 (an emphasis upon discourse as a form of action)
  6. 담화 분석은 담화의 행위지향성이나 기능지향성에 관심을 둔다. 다시 말해 담화 분석가들은 모든 담화를 사회적 실천으로 간주하기에 언어는 그 자체로 실행이며, 이를 강조함으로써 담화가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발생하지 않으며 특정한 해석의 맥락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7. 담화의 수사학적 조직성에 대한 확신 (a conviction in the rhetorical organization of discourse)
  8. 담화 분석가는 말과 글이 수사학적으로 조직되었다고 봄으로써 모든 담화가 설득력 있게 조직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인다.

점점 더 많은 미디어 학자들이 담화 분석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저자는 대중 라디오를 연구하면서 라디오 진행자나 DJ로 일하는 여성이 현저히 적은 현상[각주:2]을 방송인들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조사하는 데에 담화 분석을 적용했다. 저자는 여성 진행자를 고용하지 않았거나 한 곳은 이른 아침 방송 딱 하나에만 여성 진행자를 고용(소위 ‘묘지 이동’)한 영국의 사립 팝 방송사 두 곳에서 남성 라디오 진행자와 남성 프로그램 담당자를 인터뷰했다. 여성 진행자의 부족에 대해 이들은 다음 여섯 가지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대답했다.

  • 그냥 여자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
  • 청중이 남성 진행자를 선호한다
  • 여성은 라디오 진행에 적합한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
  • 방송인이 되려는 여성들은 죄다 저널리즘으로 간다 (기자가 된다?)
  • 여성의 목소리가 별로다
  • 낮 시간 라디오는 가정주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남성 진행자를 두는 게 낫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레퍼토리를 조합하고 활용하면서 여러 기술(記述)을 넘나들었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의 성정치학이나 라디오 방송국의 동등한 기회 제공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나는 섹시스트가 아니지만…”과 같은 면피성 부인 또는 수사적 장치를 사용하였고, 자신의 설명을 설득력 있게 만들게 하기 위해 에피소드를 대며 자기 주장을 보증하거나, 과학적 용어를 사용해 객관성을 부여하거나, 또는 극단적인 사례를 공식화하는 등의 여러 전략을 사용했다. 이 연구에서 인터뷰 대상자들은 ‘여성은 라디오 진행자로 고용해선 안 된다’라고 말하는 대신 여성 진행자를 임명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라는 식으로 제안함으로써, 여성 배제를 정당화하고, 또한 성차별적이라는 잠재적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이 분석은 차별은 미묘하게 실행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바커에 따르면 일종의 신-성차별주의의 작동을 보여준다.

푸코적 접근

1980년대 후반부터 다른 유형의 담화 분석이 미셸 푸코와 관련된 문화 이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봉건적 통제형태에서 16세기 이후 새로운 근대 정치적 합리성으로의 이행에 관심을 두었던 푸코는 권력을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탑-다운 형식으로 보기보다는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모세관이나 그리드와 같이 보았다. 푸코의 권력은 분산적, 비인격적, 생산적이다.
이데올로기 개념에 대한 푸코의 비판과 권력-지식의 연결성에 대한 푸코의 분석은 문화 및 미디어 분석에서 중요하다. 푸코는 (거짓으로 이해되는) 이데올로기와 과학(또는 진리)를 구분하는 마르크스의 논리를 거부하고, 표상(representation)을 참과 거짓으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진리 효과(truth power)’,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권력과 연결되는지에 관심을 두었으며,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이 권력관계에 얽매여 있다고 보았다. 푸코에게 현대 권력은 규제의 기능을 하는 새로운 지식의 생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개념이다.

피터 밀러와 니콜라스 로즈(1997)는 광고와 마케팅이 ‘정신-규율(psy-discipline)’과 함께 발전한 과정을 분석하면서 이 인사이트를 적용했다. 밀러와 로즈는 광고가 단순히 ‘가짜 니즈’를 만들어 부과한다는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정신분석학적/심리적으로 소비자를 ‘합리적’ 구매자로 이해하고자 했다. 이언 하지스(2001, 2003)는 규율의 한 형태로서의 대중치료 담론의 부상에 초점을 맞추어 ‘정신-콤플렉스(psy-complex)’를 다루었다. 그는 라디오 조언 프로그램을 분석하면서, 스스로가 치료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출연자들이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라디오 쇼들이 출연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는가에 대해 푸코적으로 접근했다. 연구에 따르면 쇼들은 출연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감시하고 측정하도록 만들고, 기능적 가족과 같이 규범적 행동 모델을 제공하며, ‘모두에게 털어놓으라’는 식으로 선동했다. 권력은 이 안에서 작동한 것이다. 푸코적 분석에서 예컨대 성에 대한 대화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기보다는 ‘규율과 권력의 조직에서 작동하는 고백과 증언으로서의 역할’로 분석된다. 즉 텔레비전 등에서 고백을 하라는 격려는 현대 시스템과 체제에서 섹슈얼리티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부분이다.

푸코의 작업은 또한 규율적 권력의 개념을 통해 페미니스트 미디어 연구에 큰 공헌을 했다. 푸코가 공장, 감옥, 병원, 군대와 같은 특정 기관의 규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페미니스트 작가들은 가족, 직장, 미디어와 같은 다양한 사회 전반에 걸친 규율을 들여다보고자 했고, 더욱 미세한 채널을 통해 순환하고 신체에 침입하고 기능의 모든 측면을 규제하려는 것으로 권력을 개념화했다. 샌드라 리 바트키는 여성 신체에 대한 규율은 종종 시설에 얽매여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바트키에 따르면 여성은 판옵티콘의 수감자이자 스스로를 감시하고 단속하는 감시자이다. 이러한 자기 감시는 가부장제에 대한 복종이자, 남성은 당하고 있지 않은 감시 하에 자신이 처해 있다는 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여성이 어떤 존재가 되든 여성은 만족이나 흥분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몸이다. 다시 말해 푸코의 말을 따르자면 여성들은 ‘권력이 자동으로 기능하도록 보장하는 의식적/영구적인 가시성의 상태’가 되도록 유도되었다. 감시와 자기규제에 대한 푸코의 분석과 판옵티콘 아이디어는 규율로서의 여성성 작동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분석에 매우 유용했다. 사회가 점점 더 시각 매체를 지향하게 됨으로써 광고와 여성잡지는 이러한 형태의 권력이 나타나는 핵심 장소로 확인되었다. 바트키는 규범적 여성성 이미지가 이제 과거의 종교 책자를 대체했으며 모든 계층의 여성에게 일평생 작용하는 규율의 한 형태가 되었고, 또한 여성을 유순하고 순종적인 남성의 동반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규율적 권력의 작동 방식, 여성이 자기감시에 관여하는 방식, 여성을 수동적이고 유순한 대상으로만 만들지 않으면서 이를 이론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반면 어떤 작가들은 젠더 자체가 규율적 테크닉이라고 주장했다. 버틀러(1990)는 이를 ‘규제적 허구’로 간주했고 로레티스(1989)는 젠더가 영화와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기술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버틀러와 로레티스는 다양한 동시대 텍스트를 다루면서 성차의 한계를 넘어(beyond the limits of sexual difference) 젠더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푸코의 정상화(nomalization) 개념 역시 젠더와 미디어 분석에서 유용했다. 통계의 탄생 이후로 국가가 생활의 모든 측면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축적해오면서, 정상적인 것에 대한 통계적 측정이 중요해졌다. 섹스 횟수와 알코올 소비량과 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정상화 담론은 미디어에서 중심을 차지하며, 우리는 미디어를 접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정상’인 것과 비교함으로써 스스로를 조사하고 규제한다.

푸코의 방법론, 특히 푸코 후기의 계보학적 접근법은 일부 미디어 분석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단일한 원인이나 단일한 총체적 이야기를 거부한다. 그는 사물(thing)이 명확치 못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현재의 역사들’을 쓰고자 한다. 션 닉슨(1996)은 1980년대 후반에 남성 신체를 성적으로 재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개발에 대해 분석하면서 푸코적 접근을 적용해, 남성성을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관행이 다양한 기원을 가지고 있음을 보였다.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퀴어 이론

푸코는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기를 거부했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스트들, 탈식민주의 작가, 퀴어 이론가들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콘텐츠 분석, 기호학, 담화 분석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퀴어 이론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은 텍스트 분석의 비판적 방향, 비판적/대항적 읽기, ‘되받아쓰기’[각주:3], 정치적 개입 등으로 가장 잘 설명된다. 이들은 비평과 문화 생산 사이의 구분에 도전하며, 문화 생산물이나 그 창작자를 비판적 탐구 방식으로 지적하는 데에 자주 사용된다.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은 상당히 논쟁적인 용어이므로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의미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1. 예술 사조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이 용어는 회화, 문학, 음악, 건축양식 등 구체적인 분야의 예술 사조를 의미하며 1960년대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비평가 그룹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하이모더니즘에 반발하면서 예술이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전복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여기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2. 문화 트렌드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을 넘어서는 일반적인 문화적 경향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지칭할 때에는 미디어와 대중 문화가 종종 포스트모던으로 설명되며,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형식의 혼합이나, 또는 문화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동의의 붕괴와 같은 특징을 시사한다. 파스티셰, 브리콜라주, 파편화와 장르 혼합, 상호텍스트성, 앎-성(knowingness), 노스탤지어, 아이러니, 표면적/미학적 가치에 대한 집착 등이 있다.
  3. 역사적 시대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근대성(modernity)을 넘어선 역사적 변화를 뜻할 때도 있다. 대개 1960년대 후반 이후를 가리키며, (후기) 자본주의 시기로의 이동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이해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의 전환, 자본주의의 세계화 증대, 생산 소비와 축적의 유연해진 형태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4. 인식론적 위기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개념은 지식 생산을 보증하는 철학 능력의 위기를 나타내는 데에 널리 사용된다. 위기, 다시 말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여러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다.
    1.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에 저항하는 운동들과 페미니즘은 모두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말하는 철학의 주장에 도전했다. 이들은 철학의 핵심에 있는 보편적 지식 주체(knowing subject)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위치지어졌음을 중요시했다. (보편적 지식 주체는 항상 그리고 암묵적으로 제1세계의 남성 백인이었다.)
    2. 인간의 행동을 이해함에 있어 무의식, 환상, 욕망의 뛰어난 위치를 강조하는 정신분석학은 사고의 자율성과 정신/의식의 평형에 대한 계몽주의 아이디어 위에 세워진 통일된 이성적 주체의 개념을 의문시했다.
    3. 포스트구조주의 사상, 특히 담화 이론 사상은 모든 철학 기획의 기초, 즉 현실을 재현하는 가능성에 도전했다. 언어가 중립적이고 투명한 매개체가 아니며 오히려 적극적이고 구조적이라고 역설하는 것과 같은 접근 방식은 사회적 삶을 완전히 텍스트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진리라는 바로 그 개념을 담론의 효과로 이해하였다.
    4.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은 장려한 내러티브나 메타-내러티브 아이디어를 문제시했다. 대문자 역사, 이성, 과학,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는 지나치게 ‘크며(big)’ 너무 보편적이고 너무 총체적인데다, 서양철학의 핵심 조직 원리를 구성하는 이분법적 대립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항대립 쌍에 종속된 쌍들은 혼돈과 무질서로 투영됨으로써 이항대립 쌍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위기는 예술, 사회과학, 인문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식 생산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위기를 ‘밀어낸’ 것은 탈식민주의와 퀴어 이론이었다.

탈식민주의

탈식민주의 역시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 ‘탈-식민주의’로 쓰였던 초기에 이 용어는 식민지 독립 이후의 특정한 역사적 순간을 가리켰다. 그러나 구조조정, 세계 경제의 ‘자유화’, 테러와의 전쟁 등과 같이 신세계 (무)질서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현실을 보았을 때 오히려 현재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식민주의가 작동하고 있기에 탈식민주의의 ‘탈(post)’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늘날 이 용어는 유럽 식민주의라는 역사적 사실에 탈식민주의이론을 위치시키기 위해, 주변화를 가리키는 용어의 사용을 거부하기 위해 사용된다.

식민주의라는 현실에 탈식민주의의 ‘post-’가 위치하기 때문에 탈식민주의의 ‘post-’는 포스트모더니즘의 ‘post-’와 항상 같을 수 없다. 그럼에도 공통된 지점들이 있는데, 일단 권력/지식에 대한 푸코의 개념은 탈식민주의 이론화의 핵심이었다. 유럽 제국의 열강에게 ‘대문자 타자(Other) 알기’는 정치/경제적 통제의 핵심이었고 이는 subject(신민?피지배자?주체?)를 범주화하고 구분 짓는 것과 관련된 식민 사회학을 통해 달성되었다.

또한 서구 사상이 의존하고 있는 이분법을 폭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해체적 프로젝트 역시 탈식민주의 이론화의 핵심이다. 예컨대 탈식민적 글쓰기는 제국-식민지, 중심부-주변부와 같은 이분법적 관계를 뒤집지 않고, 그 대신, 이분법적 담론을 완전히 해체한다. 탈식민주의 지식인의 임무는 그러한 인식론적 폭력을 가능케 하는 재현적 관행을 분석하거나, 방해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탈식민주의 작업은 대다수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마찬가지로 급진적 반-본질주의에 집중한다. 가야트리 스피박은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일종의 본질주의적 픽션이 아닌 진짜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탈식민주의적 지적(intellectual) 작업은 단지 문제가 없는 여타의 앎의 영역으로 이를 재생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식민주의 글쓰기는 반패권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란을 유발하고, ‘그 사이’에 초점을 맞추고, ‘제3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혼종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디어 연구 내에서 탈식민주의 이론은 라틴엑스 문화 연구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느껴져(has been felt) 왔으며, 또한 ‘우리’가 누구인가, 라는 중추적(overarching)[각주:4] 감각이 문제시되는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위치의 정치(politics of location)’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문자 타자(Others)를 대변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정치적 질문이 의제에 올랐으며, 백인을 추궁하는 데에 새로이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화는 세계와 지역이라는 이분법에 도전하고 권력과 저항의 복잡다단한 흐름을 검토하려는 이론과 함께 핵심 분석 주제가 되었다. 또한 탈식민주의 이론화는 다국적 기업의 문화적 권력뿐만 아니라 이들의 경제적 권력, 세계화된 고용 관행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적 경제’ 접근법을 활성화시키는 초석이 되기도 했다.

퀴어 이론

1990년대 초반부터 퀴어 이론은 미디어 연구, 그 중에서도 특히, 인문학에서 기원한 텍스트 분석 관습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퀴어 이론의 정치적 의도와 그 영향력은 탈식민주의의 그것과 같이 대안적인 진리 주장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이를 교란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에 있었다. 셰익스피어에서 브리짓 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퀴어적 읽기’가 존재하며, ‘퀴어’는 동사로도 사용된다.

퀴어 이론은 푸코, 레즈비언과 게이를 위한 정체성 기반 해방 정치의 결점, 에이즈 위기에 대한 행동주의의 긴급성과 같은 여러 요인의 복잡한 결과로서 나타났다.

퀴어는 종종 LGBT의 다른 말로 사용되지만, 그러나, ‘퀴어’는 그 이상이다. ‘퀴어’는, 레즈비언과 게이가 자신을 억압받는 소수자로 여겼던 이전의 ‘소수자적’이고 하위문화적인 행동주의 모델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퀴어는 이성애규범 질서에 보다 명시적으로 대립한다는 의미에서의 정치적 개입을 의미하며, 더욱이, 섹스와 젠더와 성적 욕망 사이의, 아마도 안정적으로 보였던 관계 속 불안정성에 기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퀴어 이론은, 이론이나 정치적 행동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안정적 정체성의 개념에 대한 공격을 구성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퀴어 이론가로 주디스 버틀러, 이브 코조프스키 세지윅, 테레사 드 로레티스, 데이비드 할퍼린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포스트구조주의 및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정신분석에 큰 영향을 받아, 통일되고 일관성 있고 자율적인 주체라는 개념을 이데올로기적 허구로 본다. 자기 본위(subjectivity)는 순수한 본질이 아니라 담론과 사회구조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다. 퀴어 주체성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임시적이고 우발적인 것이다. 따라서 LGBT를 안정적인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입장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가 자주적인 범주가 아니라 이성애를 특권화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작동하는 이분법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모호하다.

이러한 읽기는 푸코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푸코에게 ‘호모섹슈얼’이란 19세기 후반 동성애를 정의한 사회적 통제의 주체(agent)와, 그것의 부정적인 구성을 뒤집거나 이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이러한 행동주의는 동성애의 의미에 도전했으나 그와 동시에 이분법을 공고히 했는데, 이는 권력/지식의 복잡한 본질과, 권력과 저항이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가를 보여준다.

퀴어 이론가들이 레즈비언과 게이 정체성에 대한 초점을 문제시한 것은 또한 여러 배제들 때문이었다. 로버트 코버와 스티븐 발로키는 이 분야가 (성애의) 대상이 되는 젠더에 따라 정의되지 않는 범주(크로스 드레싱, 사도마조히즘, 트랜스섹슈얼리즘 등)을 설명할 수 없으며 비규범적인 성별과 섹슈얼리티 전부를 다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실제로 레즈비언과 게이 담론의 중심에 있는 이상화된 주체는 백인-중산층-건장한-젊은-남성인 것으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탈식민주의 지식인들이 ‘파티를 망치는(party pooping)’ 것과 같이, 퀴어 이론가/활동가의 임무는 이성애/동성애 이분법이 원활하게 기능하는 것을 방해하고 해체하는 것이다.

버틀러의 작업은 그러했을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사이의 지속적인 의견 교환을 확보했다. 버틀러는 (생물학적) 성(sex)을 (사회적/문화적) 젠더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았던 페미니즘적 이해를, 저서 『젠더 트러블』에서 뒤집었다. 버틀러는 ‘섹스 그 자체가 젠더화된 범주’라고 역설한다.[각주:5] 그에 의하면 섹스는 젠더를 보증하는 수단이 아니라 젠더의 가장 강력한 효과들 중 하나이다. 버틀러는 섹스와 젠더, 섹슈얼리티의 필연적인 연결이라는 관념에 안녕을 고하고,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의해 구성된다고 여겨졌던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바로 그 표현들에 의해 정체성이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복되는 수행이 젠더 주관성(gender subjectivity)을 낳는다고 제안한다.[각주:6] 이 덕분에, 드랙이나 기갈(camp)과 같은 의도된 수행이 그 과정을 방해하고 전복시키며,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수행에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게 된다.

또한 퀴어 이론은 특정 구조가 이성애에 특혜를 부여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이성애규범성이라는 개념을 강력한 비판 도구로 제시했다. 이 개념은 이성애규범적이지 않은 이성애자들 사이의 성적 관계나 이성애규범적인 동성애자들 사이의 성적 관계를 조직하는 방식들이 가능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남성이 ‘결혼 빼고 다 하는’ 미국 시트콤 「윌 앤 그레이스」를 들 수 있다. 실제로, LGBT 사람과 생활상에 대한 대부분의 미디어 재현은 매우 이성애규범적이며,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실재하는 구조에 거의 도전하지 않는다.

결론

저자는 이 장에서 수많은 근거를 다룸으로써, 젠더를 문제없이 정량화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간주하는 젠더 재현을 연구하는 데에 적용할 수 있는 퀴어 그리고 포스트- 이론들과 같은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접근법들은 젠더의 구성을 인종이나 식민주의, 섹슈얼리티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생성된 이분법과 불가분의 관계로 간주한다. 다만, 분석가가 자신의 접근법을 명시하지 않거나 하나 이상의 다원적 접근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각 접근법이 특정 영역을 벗어나는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실제 미디어 텍스트 분석에 사용되는 접근 방식을 항상 깔끔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생산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접근법은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낼 수 있도록 한다.

퀴어 이론은 ‘새로운 소년(new lad)’ 이미지너리의 출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의 광고를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가? 여성향 소설에 대한 탈식민주의 비평은 어떠한 모습일까? - 독자인 우리의 과제는 여기에 제시된 도구들을 활용해 다양한 접근법이 문제를 어떻게 개념화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1. 저자에 의하면 담화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대화, 인터뷰 자료, 모든 종류의 서면/방송 텍스트를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대화와 텍스트를 말한다. 영어로 discourse는 국어로 담론 또는 담화로 번역되는데, discourse를 담론으로 번역하되, 텍스트의 맥락으로 사용될 때에는 담화로 번역하였다. 따라서 이 발제문에 등장하는 ‘담화’와 ‘담론’은 같은 ‘discourse’이다. 발제자주. [본문으로]
  2. 저자에 의하면 당시 라디오 진행자 10명 중 9명이 남성이었다. 발제자주. [본문으로]
  3. ‘되받아쓰기’는 서구의 정전(canon)을 재구성하는 창작 기법을 의미한다.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의 미친 전처 버사 메이슨을 주인공으로 하여 크레올 여성의 삶을 그린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잃어버린 딸을 찾는 과정에서 로빈슨 크루소의 섬에 표류되었다가 구출된 영국인 여성 수전 바튼이 프라이데이와 함께 영국에서 지내는 내용을 담은 J. M. 쿳시의 『포』 등이 그 예이다. 발제자주. [본문으로]
  4. overarching은 ‘많은 것들과 연관되어 있어서 중요’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발제자주. [본문으로]
  5. “원래 섹스는 생물학적 몸의 차이, 젠더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동일시 양식, 섹슈얼리티는 성적 실행이 발생되는 근원적 욕망으로 설명되었다. 이런 전통적인 구분법에 버틀러는 저항하면서 몸의 ‘인식성’과 욕망의 ‘근원성’을 만드는 것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양식이기 때문에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가 모두 젠더라고 주장한다. 셋 다 사회적 구성물이고 제도 담론의 결과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조현준 옮김, 2021, 문학동네, 「버틀러의 주요 개념들」 챕터.) 발제자주. [본문으로]
  6. “젠더는 ... 양식화된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시간 속에 희미하게 구성되고, 외부공간에 제도화되는 어떤 정체성이다. ... 젠더가 내부적으로 불연속적인 행위들을 통해서 제도화되는 것이라면, 본질의 외관은 바로 그 구성된 정체성, 즉 수행적 성과물이 된다. ... 표현과 수행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젠더의 속성과 행위들, 몸이 자신의 문화적 의미를 보여주고 생산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수행적인 것이라면, 어떤 행위나 속성이 재단될 수 있는 선험적 정체성이란 없다.”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조현준 옮김, 2021, 문학동네, 349-350쪽.) 발제자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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