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이 글은 아래 책들의 내용을 정리한 것임. 개인적인 학습과 이해를 위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필자가 이해한 바를 함께 적었기에 내용이 책 저자들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었을 수 있음.
- 김경만, 『진리와 문화변동의 정치학: 하버마스와 로티의 논쟁』, 아카넷.
- Peter Hamilton, 『Knowledge and Social Structure』, Routledge Library.
물화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4가지 노동 소외를 말했다. 부르주아 사회과학에서는 이런 소외가 당연시된다. 대표적인 예로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을 따르자면 사유재산과 생산양식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고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며 또 그래서 우리가 결코 움직일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대상(objects)인 것이다.
물화(reification)는 사회에 대한 총체적이고 역사적인 인식을 가로막는다. 인간의 산물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망각되거나 은폐됨으로써 이들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사물인 것처럼 여겨진다. 루카치는 이를 가리켜 '물화 과정(process of reification)'이라고 일컬었다.
루카치가 본 부르주아 사회과학과 전통적인 과학적 마르크시즘
루카치에 따르면 부르주아 사회과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체와 객체가 완벽히 구분되며, 주체는 주어진 객관적 실재를 수동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주체가 객체를 변증법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전통적인 과학적 마르크시즘이 마치 자연과학과 같이, '객관적 실재'와, '객관적 실재를 수동적으로 인식하는 주관적 관점'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론적인 측면이나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부르주아 사회과학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렇게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는 과학적 마르크시즘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역사의 주체이자 객체가 됨으로써 역사의 변형과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해 대답하지 못한다.
루카치의 해결책
노동자의 인식 - '역사적 객체이자 주체로서의 자신'
루카치는 이론과 실천(practice)의 융합은 계급이 자신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을 지식의 주체이자 객체로서 인식할 때에야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런 상황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프롤레타리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으로서 등장해야 한다. 프롤레타리아는, 사회 속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변증법적 방법론을 적용함으로써, 이 방법이 사회적 현실의 변화(transformation)를 뜻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노동자가 역사적 객체가 된다는 것은 노동자가 자신을 대상화(objectify)하는 것, 다시 말해 노동자가 역사의 변화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처해 있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인식이 노동자에게 전달될 때 노동자는 비로소 역사의 주체, 역사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헤겔은 칸트의 '주체-객체' 구분을 극복하고자 하면서, 이 이원론적인 구분이 변증법적으로 초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카치는 이를 받아들여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달리 역사 변화에 있어서 '의식'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어졌다'고 여겨져 온 실재는 실천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즉 의식과 실재의 '변증법적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사회/경제적인 구조의 혁명적 변화가 유도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루카치의 주장대로 객관적 실재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 자본주의의 수호자들이 만들어낸 구성물이라면, 우리는 이 실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이론가의 의식 고양 행위
루카치는 자신과 같은 이론가들이 의식 고양 행위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역사적 총체성(totality)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기 전에는 전통적인 마르크시즘에서 주장하는 '기계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루카치는 계급의식(class consciousness)을 물화의 안티테제로 꼽았다. 루카치의 방법론의 핵심은 경험적으로 관찰 가능한 실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에 대비되는 '이상적 계급의식(ideal class-consciounsess)'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하여 우선 '상정'하고 이것을 노동자들에게 귀속시킴(impute)으로써 이 이상적 계급의식에 의거해 실제 계급의식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이상적인 계급의식과 실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은 자신이 역사의, 또는 역사적 변혁의 객체이자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는커녕, 자본주의에 의해 주입되고 교육된, '주어진' 실재에 자신들을 적응시켜 자본주의 체제를 묵인하거나 체제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루카치는 자신과 같은 지식인이 노동자들에게 그들 스스로가 역사총체적 현실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객관적인 역사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식 고양 행위를 통해 이들의 의식 변혁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았다.
루카치 해결책의 한계
그러나 그의 주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루카치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수한 이해관계(particular interest)'를 가지고 있어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는 부르주아 사회과학과 달리, 프롤레타리아는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론가의 의식고양행위를 통해 역사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역사적 변혁의 주체로 설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프롤레타리아의 이해관계만이 '특수'하지 않은 이해관계, 즉 '일반적 혹은 보편적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다는 근거를 대지 못했다. 다시 말해 그는 프롤레타리아의 이해관계만이 여타 집단들의 이해관계에 우선해야 하는 이유를, 프롤레타리아의 이해관계가 특권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할 수 없었다.
이론가들의 비판
기든스는 이러한 루카치의 주장에 대해 추상적인 '객관적 관념주의'로 전락했다고 적었으며, 하버마스는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적 이해(interest)에서 보편적 이해를 발견할 수 있기를 원하고, 인류의 성찰적 의식을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의식에서 발견하기를 원하는 역사철학적 관점에서만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인문학; 사회과학 > 사회학,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바 일루즈, 감정 자본주의 - 메모 (0) | 2023.05.27 |
---|---|
[정리] 토마 피케티 <자본과 이데올로기> 제1부 1, 2장 (0) | 2021.04.30 |
[정리] 마르크스의 물신숭배와 소외 (0) | 2021.04.28 |
불평등의 역사와 관련한 타임라인 (0) | 2021.04.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