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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웹소설

[발췌] 로맨스와 여성의 욕망

by 소하리바 2024. 4. 2.

로맨스를 읽는 것은 어쩐지 부끄러운 취향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로맨스를 읽는 여자들은 낭만적인 소녀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현실 파악 못 하는 신데렐라 병에 걸린 사람으로 취급된다. 무협의 세계는 도술을 통하여 동양 철학의 세계와 맞닿는 지점이 마련되고, 추리의 세계는 근대의 합리적인 논리의 세계와 연결되며, SF의 세계는 과학 기술이 펼쳐내는 세계로 인식된다. 판타지의 세계 또한 동서양 신화 모티브를 활용하며 신화나 고전의 세계와 연관을 맺는다. 이들 장르물은 모두 근대 사회의 공적인 담론 속에서 논의될 만한 가치를 가진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장르로 인식된다. 하지만 로맨스의 낭만성은 현실적 인간관계의 기반을 무시한 허황됨으로 여겨질 뿐이기 때문에 공적인 담론 속에서 언급될 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소녀 시대를 지난 여성들은 로맨스 취향을 공개적으로 쉽게 드러내 놓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로맨스를 읽는다. -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1 : 로맨스>, 이주라,진산

로맨스는 다양한 여성들의 욕망을 포괄해왔다.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는 욕망도, 저항하려는 욕망도 로맨스를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풀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을 남성과의 관계 속에 풀어나가며 결말에는 화해 혹은 해방의 순간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로맨스 작품 안에서 남자 주인공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무소불위의 존재로 그려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말에 이르러 남자 주인공이 가진 모든 것이 모두 여자 주인공에게 복속되기 때문이다. 로맨스 안에서 ‘여성성’의 승리를 바랐던 자에게는 보상을, 해방의 전사가 되길 바라는 독자에게는 전리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이제 독자들이 현실로 돌아와야 할 무렵, 그들의 손에 ‘트로피’가 쥐어진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로맨스는 여성 보상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 <비주류 선언>, 텍스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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